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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3분기 성서산업단지의 가동률은 71.6%로 201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69.99%와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갔다. 특히 섬유업종의 경우 가동률이 61.73%로 떨어져 2008년(61.95%)보다 더 낮은 상황이다. 드론으로 촬영한 성서산단 모습. <영남일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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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제가 악순환의 늪에 빠지기 시작한 것은 주력산업인 섬유와 자동차부품 산업이 동력을 잃으면서부터다. 섬유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하강곡선을 그리며 2000년 이후부터 쇠락하기 시작했고, 자동차부품은 2016년부터 위기 징후를 보였고 그 위기는 진행형이다. 2000년 이후 대구 주력산업은 섬유에서 자동차와 기계부품으로 전환, 섬유가 빠진 자리를 대체하면서 대구경제 전체가 위기에 빠지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최근 자동차부품까지 최악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경제가 바닥을 알 수 없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것이 현장의 진단이다. 더 큰 문제는 자동차부품업계의 위기는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성서산단 가동률 10년내 최저
지난 20일 오후 7시30분쯤 대구 북구 원대오거리에서 만평네거리로 향하는 도시철도 3호선 대로변에는 각종 상가 건물이 화려한 조명으로 불을 밝히고 있었다. 하지만 대로변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제3산업단지는 ‘정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어두웠다. 주변에 편의점과 손님없이 불을 밝힌 채 문을 연 식당 등이 없다면 말 그대로 암흑천지였다. 당연히 기계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몰랐어요? 자동차부품회사의 평일 야근은 물론 주말 특근이 없어진 지 벌써 2년 정도 됐습니다.”
19년째 자동차부품 2차 협력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이날 이렇게 말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직원이 30명가량이었던 이 회사는 협력업체의 발주물량이 줄기 시작하면서 직원수를 20명으로 줄였다. 그렇게하고도 남은 직원은 오전 8시30분에 출근, 오후 6시면 퇴근한다. 대신 예전에는 없었던 5~7차 협력업체들이 생겨났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예전엔 4차 협력업체 정도가 끝이었는데 이제는 야근과 특근 물량을 소화해 줄 곳을 찾다 보니 하도급 단계가 더 늘어 심할 경우 7차 협력업체가 생겨났다”고 했다. 그는 이어 “5~7차 협력업체로 넘어갈수록 마진이 줄어드는 구조다보니 부품업체 생태계 자체가 취약해질 수밖에 없고, 결국 최저임금으로 근근이 운영되는데 이것이 급격하게 인상되다보니 결국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맞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 2년 동안 대비한 덕분에 그나마 숨을 쉬고 있지만, 최저임금이 더 오르는 내년에는 정말 어려워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 車부품 수주물량 줄어 야·특근 실종
지역대표 협력사 적자 전환 경영악화
성서산단 가동률 금융위기 시절 수준
■ 섬유 수출 부진 영향으로 일감 부족
서울·수도권에 기업 몰려 전국 3위로
“정부·지자체 무관심…폐업 시기 고민”
이 같은 상황은 대구 최대 산단인 성서산업단지도 마찬가지다. 성서산단은 1965년부터 1988년까지 1차 단지가 조성 이후 5차 단지(2007~2012년)까지 조성된 지역 최대 규모의 산업단지로, 대구지역 총생산액(GRDP)의 3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성서산단의 절반 이상은 대구의 주력 업종인 섬유와 자동차부품이 차지하고 있다.
같은 날 밤 9시쯤. 달서구 성서산단 1단지. 골목 안으로 들어서자 전주 한 곳에 붙여 놓은 공장 임대 전단지가 보였다. 또 다른 전주에는 공장 물건을 사거나 팔겠다는 부동산 업자의 안내 전단지도 붙어 있었다. 곳곳에서 공장 임대와 매매 등을 알리는 전단지를 찾아볼 수 있는 것은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21일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올 3분기 산단의 공장 가동률은 71.16%로 2010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매년 3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로 바닥을 찍었던 2008년 69.99%, 2009년 70.9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산단에서 일하는 종업원 수도 5만3천170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3분기(5만3천326명)보다 적은 상황이다. 성서산단의 종업원 수는 2010년 이후 꾸준히 늘어나기 시작, 2015년 3분기 5만9천704명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자동차 부품업계에 위기 신호가 들려오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대구지역 대형 자동차부품 상장사의 경영실적도 악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3분기 공시자료를 보면, 대구의 대표적인 자동차부품 1차 협력업체인 B사는 올 3분기 연결 영업손실이 2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천280억원으로 4.8% 감소했고, 순손실은 21억원으로 적자로 내려앉았다. C사와 D사도 지난 7~9월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각각 -93억8천340만원과 -107억2천660만원을 기록,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설상가상 일부 시중은행이 자동차부품회사를 ‘중점관리대상’으로 분류, 추가 대출을 사실상 막고 기존 대출 상환을 옥죄면서 이들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산단 내 은행지점 한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부품회사 대표들을 거의 매일 만나고 있다. 원재료와 인건비 상승으로 고정비용 지출은 늘었는데 수주물량이 줄다보니 추가 대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은행 입장에선 부실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구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부품회사는 큰 문제가 없다는 말을 하는 경향이다. 만약 어렵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은행에서 대출 상환을 요구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더 이상 버틸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관련업계에서는 진짜 위기는 내년부터 찾아올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지역의 경우 GM 협력업체가 적긴 하지만, 자동차산업의 침체와 궤를 같이하기에 정부 지원 범위를 차산업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면받는 섬유업계
대구는 한때 국내 섬유산업의 메카로 불렸지만 현재 서울과 경기에 밀려 3위로 추락했다. 1960년대 대구는 한국의 섬유 수출을 견인했다. 1980년대 들며 시설낙후와 수출부진이 겹쳤고, 1997년 8월 전국은행연합회가 ‘금융기관 여신심사 체계의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섬유와 신발 산업 등을 사양산업으로 분류하면서 본격적인 쇠락의 길로 접어 들었다.
게다가 수출마저 감소하면서 일감까지 줄어들었다. 1990년까지만 해도 섬유산업은 한해에 148억달러어치를 수출, 한국 수출(650억달러)의 23%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섬유산업 수출액은 137억달러로 28년 전보다 오히려 줄었고, 차지하는 비율 역시 2.4%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전체 수출액은 9배 늘었다. 반면 섬유 수입은 늘어 2016년 사상 처음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저임금을 기반으로 하는 중국·인도·터키 등이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하면서 2000년 5.0%에 달했던 국내 섬유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10년 2.1%, 2015년 1.7%로 떨어졌다. 이는 결국 일감 부족으로 이어졌고 지역의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기업은 서울과 수도권으로 몰렸고, 대구는 설 자리를 잃게 됐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섬유패션기업은 총 2만462개로 42.7%를 차지한다. 종사자는 10만8천352명으로 35.9%에 이른다. 그다음은 경기도로, 기업은 8천774개(18.3%)이며 종사자는 6만3천319명(21%)이다. 대구의 섬유·패션 사업체 수는 5천24개(10.5%), 종사자는 3만2486명(10.8%)으로 3위로 내려앉은 상황이다.
성서산단 내 주요 3대 업종별 가동률을 보면 섬유산업의 현재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 쉽게 알 수 있다. 올 3분기 섬유업종의 가동률은 61.73%로, 운송장비(78.39%)와 조립금속(74.96%)보다 각각 16.66%포인트, 13.23%포인트 낮다. 특히 3대 주요 업종 중 섬유만 유일하게 현재 가동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3분기(61.95%)보다 낮은 상황이다.
대구 섬유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물론 대구시 역시 섬유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는데 섬유업이 제대로 돌아가겠느냐”면서 “부동산을 보유한 업체는 살아남을 방법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언제 문을 닫을지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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