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이전 서두르다 ‘가덕도 재추진’ 명분줄 우려”

  • 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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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21   |  발행일 2019-03-21 제3면   |  수정 2019-03-21
통합대구공항 이전 사업 ‘신중론’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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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대구YMCA 청소년회관에서 열린 ‘동남권 신공항 재추진과 대구·경북의 대응’ 신공항 전문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신공항 및 통합대구공항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영남일보 DB>

대구공항·K2공군기지 통합 이전을 놓고 ‘신중론’이 대두되고 있다. 너무 급하게 서두르다 자칫 부산·울산·경남의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에 명분을 줄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대구공항·K2 통합 이전을 추진하면서 어떻게든 최종 후보지부터 선정하는 데 목을 매고 있다. 최근엔 정경두 국방부장관에 이어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만나 ‘선 후보지 선정, 후 이전사업비 산출’을 요구했다. 게다가 이 도지사는 지난 1월16일 대구경북 상생협력 차원에서 이뤄진 ‘대구시장·경북도지사 일일 교환근무’를 위해 대구시청 기자실을 찾은 자리에서 “대구공항·K2 통합 이전사업이 먼저 추진되면 김해신공항이든 가덕도신공항이든 반대하지 않겠다”며 ‘빅딜’을 언급하기도 했다.


시장·도지사 후보지 확정에 목매
빅딜 언급 ‘김해 재검토’ 빌미로
先 이전사업비 산출 또다른 불씨
사업비 늘면 市가 떠안게 될수도



이 도지사의 이 같은 발언에 권 시장도 동조하면서, 이는 사실상 가덕도신공항을 용인하는 대구경북지역(TK)의 첫 공식 입장이 돼 버렸다. 그동안 TK의 눈치만 살피던 부·울·경은 즉각 이를 확대 해석하기 시작했다. 부·울·경은 이 도지사의 발언을 두고 “TK에서도 가덕도신공항에 반대하지 않는다” “3년 전 동남권 관문공항(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놓고 밀양신공항(대구·경북·울산·경남)과 가덕도신공항(부산) 간 첨예한 갈등과 대립을 빚을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해석하고, ‘김해공항 확장 반대’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가덕도신공항에 이젠 TK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부·울·경의 확대 해석은 급기야 대통령 입에서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안) 재검토를 시사하는 발언이 나오는 결과마저 초래했다. 이달 13일엔 예산정책협의회를 위해 부산을 방문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해신공항) 총리실 주관 재검토’ 발언으로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위한 군불때기를 이어갔다.

급기야 19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 때 이 총리는 “부·울·경이 거부하는 김해신공항 건설안을 총리실 차원에서 조정하겠다”는 뜻을 밝혀, 가덕도신공항을 위한 김해신공항 무산 작업이 시동을 건 모양새가 됐다.

이 총리는 이날 “최근 통합대구공항 이전 문제를 놓고 대구시와 국방부 간 조정이 안 돼 총리실에서 조정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바 있다. 김해신공항 문제도 조정이 안 된다면 총리실이 조정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권 시장과 이 도지사가 최종후보지 우선 선정을 위해 총리실에 중재를 요청한 것이 부·울·경의 ‘김해공항 확장 반대’와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의 단초가 된 형국이다.

권 시장과 이 도지사의 ‘선 후보지 선정, 후 이전사업비 산출’ 요구도 섣부른 대응이란 지적이 나온다. 최종후보지를 먼저 선정하는 것은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해 마련된 K2 군공항 이전절차의 순서를 뒤바꾸는 일이다. 법으로 정한 이전절차를 무시하고 먼저 최종후보지를 선정할 경우, 탈락한 후보지 주민과 지자체의 거센 반발이 예상돼 결국 없던 일이 된다.

대신 대구시와 국방부는 ‘선 이전사업비 산출, 후 후보지 선정’이란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되, 이전사업비 산출 기간을 대폭 줄인다는 데 합의했다. 정확한 이전사업비를 산출하려면 기본계획수립 등 2년여의 시간이 걸리지만, ‘대략적인 이전사업비’를 산출하는 것으로 의견 일치를 보면서 지난 1년간 답보상태에 머물렀던 ‘이전지 주변지역 지원계획 수립’ 절차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하지만 ‘대략적인 이전사업비 산출’은 또 다른 불씨를 안고 있다. 이후 정확한 이전사업비를 산출할 경우 추가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고스란히 대구시민이 떠안아야 할 빚으로 남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식기자 jin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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