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의 스위치] 김진명 작가

  • 이영란
  • |
  • 입력 2019-08-17 08:02  |  수정 2020-12-09 07:58  |  발행일 2019-08-17 제22면
“대법원 징용판결, 한일협정과 어긋나…美마저 경제전쟁 단초로 인식”
‘이영란의 스위치’에서는 크게는 나라와 사회, 작게는 동네와 직장 등 각자의 영역에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활동하는 사람, 또는 노력해온 인물을 인터뷰한다. 인터뷰 내용은 영남일보 지면에 게재되고, 영남일보 네이버TV, 영남일보 유튜브 등을 통해서도 방영된다. <편집자 주>

20190817
김진명 작가는 최근 한·일경제전쟁과 관련, “우리나라가 이길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GDP라든지, 국민이 바라는 이상적인 생활을 잔뜩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남일보 네이버TV·유튜브에 동영상

김진명 작가는 대한민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소설가로, 그의 작품은 발간과 동시에 늘 화제를 모은다. 각종 데이터와 통찰력을 바탕으로, 소설이라는 장르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심도 있게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김진명 작가는 난마처럼 얽힌 지금의 대한민국과 세계 질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지난해 출간한 ‘미중전쟁’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엄청난 위기를 경고했다. 올해 그것이 정말 체감된다. 여러 가지 짚어볼 문제가 많은데 우선 긴급 현안인 한·일관계부터 조명해보자. 결론적으로 이 상황을 바꿀 특별한 묘책이 있다면.

“결국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고래로 가장 유명한 한마디가 있다. 지피지기(知彼知己). 지금 우리 한국의 대응은 상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만 옳다는 식이다. 결국 이기기 위해서는 때로는 아주 섬세히 봐야 하고, 때로는 설득하는 게 필요하다.”

▶왜 이렇게 갑자기 나빠졌나.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서 한번 복기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선 객관적으로 볼때, 다른 나라에서 봤을 때 또는 우리 내부에서도, 1965년 한일협정이라는 것은 이미 청구권이 소멸되었다고 볼 수 있는 개연성이 대단히 높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는 ‘아베가 나쁘다’고 하지만, 문제는 아베가 아니라 일본 국민이다. 일본 내부 여론조사에 따르면 화이트리스트 지정에 대해 1%만 반대했고, 95% 찬성, 나머지 4%는 유보였다. 이것은 일본 국민이 거세게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도 일본에 동조해서 한국쪽이 (한·일 경제전쟁의) 단초 즉, 빌미를 제공했다고 본다. 물론 대법원이 그렇게 판단한 것에도 당당한 이유가 있다. 개인마다 있는 천부인권에 관한 권리같은 거다. 국가가 나서서 (개인의 권리를) 한꺼번에 뭉뚱그려 모아서 증발시켜 버리는 것이 옳지 않다고 한 것인데 그것도 일리가 있다. 이것이 국가간 협정에 어긋나기는 하지만 말이다.” 

 

한일협정으로 ‘청구권 소멸’ 개연성 커
大法, 전세계에 통하는 상례 보호 안해
日과 경제전쟁 당연히 이길 수 있지만
국민생활 회복 못하는 수준으로 추락해


北 굉장히 유동적…美에 겁먹었기 때문
文정부 성급히 다리놓고 있어 불리해져
흔들리는 美 다잡기 근원적 고민 필요
내년 총선前 ‘北美 큰 합의’ 나올 수도


야권 스스로 우파통합 등 해결 역부족
각계원로 나서 새로운 시스템 만들어야

 


▶우리 대법원이 개인 의식화의 극대화라는 측면을 존중했다는 것인데, 그때문에 겪는 혼란이 너무 크다.

“대법원 판결을 비난할 수 없다. 다만 뭔가 모자랐다. 개인이 일본을 향해서 청구를 할 수 있다. 다만 돈은 한국정부가 줘야하는 것이 상식이고, 전 세계에 통하는 상례다. 대법원은 법 질서의 수호에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런데 한일협정 정신 또는 한일수교와 어긋나는 판결을 하면서 거기에 의거해 유지되어 왔던 현실을 보호하지 않았다는 것은 대법원의 미스다.”

▶그런데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된 조국 전 수석은 ‘강제징용 판결 부정하면 헌법위반자’라고 했다.

“판결은 국내에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외국하고 맺은 협정에 대해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남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좀 더 깊이있게 우리 의견을 형성해 나가야 한다. 안 따르면 ‘어떤 놈’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제전쟁의 결과로 우리에게는 어느 정도의 영향이 있다고 보나.

“이것은 절대로 오래 가서는 안 된다. 또 이겨낼 수 있다 하고 가는 것은,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좋은 선택이 절대 아니다. 기본적으로 현대 국가라는 것은 따로 떨어져서 존재할 수 없다. 모든 국가가 서로 여러 형태로 결합해서 이뤄나가는 것이 지금의 세계다.”

▶좀 더 짚어보자. (일본과의 경제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가능하다는 쪽에 무게를 싣나, 그 반대인가.

“당연히 이길 수는 있다. 왜냐하면 GDP라든지, 국민이 바라는 이상적인 생활을 잔뜩 떨어뜨려 버리면 이길 수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전체주의 국가나 독재국가가 이기는 방법이 그것이다. 외세에 굴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안의 국민 생활은 피폐하고, 고립되고 다시는 올라설 수 없는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을 많이 보지 않나. 그러나 국가 지도자라면 ‘우리가 이기자’ 이렇게 주장해서는 안 된다.”

▶둘째 주제는 남·북관계다. 김 작가는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신하고 있나. 남·북 및 1차 북미정상회담 국면에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에 힘을 실어주지 않았나.

“북한은 굉장히 유동적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과 미사일을 그렇게 열심히 하다가 다 멈추고 (평창) 올림픽으로 돌아온 것은 미국에 의해서 굉장히 겁을 먹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때 초기에 뭔가 대단히 잘못되었다. 그때의 최선은 뭐냐 하면 미국과 북한을 외나무다리에 둬야 하는 거다. 미북이 완전히 결판을 낼 때까지 기다렸다가 뭘해야 하는데 너무 급하게 남측이 다리를 놓기 시작한 것이 문제다. 그렇게 하니 중국도 북한에 다리를 놓고, 지금은 러시아까지 다리를 놓고 있지 않나. 북한이 빠져나갈 구멍이 굉장히 많아졌다. 특히 지금 우리 정부가 굉장히 불리하게 되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김정은을 치켜세우며 자신의 선거에 북한을 이용하려들기 때문이다.”

▶한·일관계가 악화되고, 남·북관계도 제대로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미·중 무역전쟁도 악화되고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제2 IMF, 세계경제대공황,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원래 한·일 문제가 없이도 미·중전쟁으로 우리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되고 있었다. 미·중 무역전쟁이 해결될 듯하다가 더 깊어 가는 분위기다. 여러 우려가 나오는 것은 틀림이 없다. 우리나라는 세 가지가 복합적 위기에 처해 있다. 우선 미·중전쟁의 실질적 손해 국가 1위가 한국이다. 그게 지금까지 우리의 가장 큰 문제였다. 이번에 일본과의 문제가 터졌다. 우리가 일본에서 300억달러 적자를 보는데 그것은 모두 생산재를 들여오는 것이다. 그것에 제동이 걸리면 한국이 치명상을 맞게 된다.”

▶이런 국면에서 나라를 어떤 방향으로 견인해야 한다고 보나.

“국외의 위기는 애초에는 중국과의 사드문제가 있었는데 이는 어느 정도 풀려있는 셈이다. 또 미국이 동맹국에 중거리 미사일을 놓자 하면 다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그 점을 잘 대비해야 한다. 둘째는 미국과의 관계다. 미국이 그간은 한국과 똘똘 뭉쳐서 한몸으로 행동했다. 그런데 미국이 요즘 남한보다 북한이 더 중요하다는 뉘앙스를 보이고 있다. 또 하나는 우리에게 너무 많은 비용을 내놓아라 하는 거다. 그래서 흔들리는 미국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를 근원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는 미국과의 관계에 이바지해 왔던 외무부 북미국을 중심으로 한 정통 인맥을 내친 것이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세 가지 문제 중 마지막은 역시 일본인가.

“그렇다. 이 문제는 한국의 베트남전 참전을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될 듯하다. 솔루션으로 제안하고 싶은 것은 제3자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 정도 되는 사람에게 중재를 부탁하고 중재안이 나올 때까지는 모든 것을 원상으로 돌리는 방안이 좋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정부가 곤혹스러운 측면도 있다.

“평소 여러 나라와 어울려 잘 지내더라도 문제가 되었을 때 딱 돌아가야 할 축이 있다. 그것은 한·미·일 축이다. 한국이 한·미·일 축에서 벗어나는 순간 생각하지도 못한 어마어마한 위기가 닥치게 되어 있다. 일본이 부품만 규제해도 한국이 흔들리지 않나. 미국이 만약 ‘서운하다. 우리도 그럼 냉담하게 하겠다’ 하면 부품 몇 개가 아니라 법, 금융 등 나라가 결딴날 수 있다. 그 이전에 국격이라는 것도 있지 않나. 지난 50여년 일관되게 미국과 한국이 가져왔던 우정과 동맹이 있다. 그것은 지키는 것이 국격에도 맞다. 세계가 다 그런 것을 존중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또 한·미·일 축 맞은 편에 북·중·러 축이 있다. 북·중·러의 공통점이 있다. 인권이 굉장히 무시되는 독재국가, 공산당 독재이다. 이쪽으로 가는 것은 대단히 문제다.”

▶나라가 대단히 어려울 때 정부를 견제해야 되는 야당, 우파는 여전히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현재 야권은 아주 불리하다. 내년 총선이 미국의 대선과 걸린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 내년 4월 이전에 굉장한 합의가 터져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것은 야권에 치명타가 될 것이다. 특히 이제 총선이 8개월 남짓 남았는데 아직도 통합도 못하고 있다. 야당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럴 때는 당이 아닌 다른 사회기구가 나와야 한다. 자유경제를 신봉하는 경륜 있는 각계 원로들이 당을 흐트리고 새로운 구조, 시스템을 창조해야 한다.”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이라면, 일종의 원로 원탁회의를 말하나. 정당 밖 정치플랫폼?

“근원적으로 국체가 흔들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우파뿐만 아니라 진보경제학자도 상당히 염려하고 있다. 거대한 대타협이 필요한 시기다. 국가가 강성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일반인도 관심을 갖고 정치의 품앗이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공천이다. 로비가 가능하지 않은 1천명 정도로 ‘국민공천위원회’를 구성해 국회의원 후보를 공천하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일어나지 않으면 보수 우파는 다시 실패할 것이다.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이영란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