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공원 토지 소유주만 무려 332명…‘공시지가로 매각 거부’ 난제 넘어야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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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10 07:07  |  수정 2019-10-10 07:54  |  발행일 2019-10-10 제3면
■ 대구시 ‘도시공원 조성’ 로드맵 발표
市와 보상협의 주체 많을수록 매입부담 커
지주들 불만땐 ‘감정가 재결정’ 절차진행
행정소송 이어지면 2025년 완료 못할 수도

2020년 7월 일몰(실효)되는 대구지역 도시공원 38곳 중에서 대구시는 23곳은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선언했다. 시 재정이 허락하는 선에서 20곳은 우선조성지역으로 정했고, 나머지 3곳은 민간기업의 도움을 받아 사수하기로 했다. 미집행된 도시공원의 사유지 전체를 사들여, 공원으로 존치시키기 위한 쉽지 않은 작업은 일단 시작된 셈이다.

대구시는 20년 이상 장기미집행공원 중 범어·두류·신암·침산공원 등 20곳은 끝까지 자체 재정으로 지켜내겠다고 지난 8월 밝혔다.

실효위기에 처한 도시공원 38곳을 살리기 위해선 1조3천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해 이들 공원은 우선적으로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자연녹지로 풀릴 경우 경사도가 낮아 민간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개발사업에 눈독을 들일 가능성이 높은 곳, 도심에 가까이 있어 시민 이용률이 높은 곳을 고려했다.

내년 6월 이들 공원에 대한 실시계획이 고시되면 협의보상은 본격화된다. 시는 만약 토지소유주와의 협의보상이 여의치 않게 되면 감정가를 다시 결정해 달라는 ‘수용재결’을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신청할 수 있다. 이때부턴 법적(법원 공탁)으로 보상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이 단계까지 와서도 토지 소유주가 보상가에 불만을 품으면 토지소유주는 중앙토지수용위에 ‘이의재결’을 신청할 수 있다. 토지 소유주가 취할 수 있는 가장 마지막 단계는 대구시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이다. 이 단계까지 가게 되면 2025년까지 공원조성을 모두 완료하려는 대구시도 큰 부담을 안을 수 있다.

대구시는 3개 공원에 대해선 민간기업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이들 공원부지는 민간기업이 해당 부지 전체를 매입해 공원을 조성한 뒤 부지의 70%는 시에 기부채납하게 된다. 나머지는 기업이 비공원시설을 통해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 공원은 지켜내야 하지만 도저히 시 재정이 따라주지 않아, 민간자본에 공원 조성을 맡긴 셈이다.

대구대공원, 구수산공원, 갈산공원 3곳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3곳은 이미 지난해 민간사업자의 제안을 받았고, 현재 사업자는 확정됐다.

대구대공원 조성사업은 시 산하 공기업인 대구도시공사가 맡는다. 시 역점사업 중 하나인 ‘달성공원 동물원 이전 프로젝트’와도 맞물려 있어 대구시가 직접 관여하는 모양새다. 갈산공원의 경우, 특수목적회사(SPC)인 미래로 파인디씨가 사업을 맡았다. 구수산공원 조성에는 화성개발, 대구은행이 나서고, 외지업체인 구일산업이 동참한다. 조만간 SPC가 설립될 예정이다.

2025년까지 장기미집행 공원 23곳을 온전한 공원으로 조성하려는 대구시 계획의 성패는 범어공원 보상협의가 얼마나 원활하게 진행되느냐에 달려있다. 1965년 도시공원으로 지정된 범어공원은 사업대상지 중 보상비와 면적이 가장 크다.

범어공원은 그간 사유지 매입절차가 계속 진행됐지만 여전히 미집행 사유지 면적규모(72만4천㎡)가 다른 22곳 공원부지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시는 지난 8월 미집행 사유지에 대한 전면 매수를 공표하기 전에 이미 사유지 매입 보상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태다.

전면 매수할 경우 1천500억원가량이 추가로 소요될 전망이다. 기존 투입된 사업비를 합치면 1천700억원이나 된다. 범어공원 부지 매입에 필요한 사업비만 따져도 전체 비용(2022년 기준·4천846억원)의 35%를 차지한다. 토지 소유주 332명(138필지)과의 보상 협의도 시로서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협의할 주체가 많을수록 보상이 더 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범어공원 지주들은 공시지가로는 토지를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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