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자본에 넘어간 배달의민족, 불매운동 찬반논란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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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03  |  수정 2020-01-03 07:33  |  발행일 2020-01-03 제6면
"소비자 선택 저해할 것"VS " 스타트업 성공 사례"

배달의 민족이 외국계 자본에 매각되면서 소비자와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불매운동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선 감정이 앞선 섣부른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는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사들인 지분은 전체 87%이며 제시한 인수 가격은 4조7천500억원에 달한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독과점 논란이 불거졌다. 이미 배달앱 업계 2·3위 업체인 요기요와 배달통을 소유한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 민족까지 차지하면 사실상 독점의 지위를 누리게 된다는 것.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배달의 민족(55.7%), 요기요(33.5%), 배달통(10.8%) 순으로, 이를 모두 더하면 100%에 가까운 수치다. 이때문에 수수료·광고료 인상 등에 따른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배달의 민족측은 인수합병 후에도 수수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중계 수수료를 5%대로 책정한 곳은 배달의 민족이 유일하며 이는 많은 점주들을 모시는 원동력이 됐다. 수수료를 올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전국 소상공인연합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합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이번 합병은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할뿐 아니라 소비자 선택을 저해할 것"이라며 "현재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수수료 인상이 예상된다. 대한민국 소상공인들의 목줄을 독일 기업이 쥐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더이상 배달앱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불매운동'도 일어 나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애국심에 호소하는 마케팅을 펼친 배달의 민족에 배신감을 느꼈다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게르만 민족' '배다른 민족' 등 조롱섞인 단어를 사용하며 더이상 해당 앱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 네티즌은 "어차피 1·2위업체가 한 회사인데 경쟁이 되겠나. 쿠폰 혜택이 줄면 소비자들도 손해다. 더이상 배민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성장을 거듭하던 회사를 갑자기 넘기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소상공인을 힘들게 하는 앱을 쓰지 않겠다"는 게시글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인수합병은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로 창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선도 있다. 투자금 회수는 물론,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신용호 영남대 교수 (경영학과)는 "해외 자본이 잠식했다고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다"면서 "국내 경영진이 소비자들과 소상공인에게 직접적 피해를 주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뢰관계를 무너뜨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신 교수는 "배달의 민족은 설립부터 지금까지 극적으로 성장한 스타트업 기업으로 이번 인수합병을 기회로 삼아 세계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쿠팡, 지마켓, 토스 등 외국자본을 도입해 한단계 더 성장한 기업도 다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점유율이 90%가 넘어서는 두 회사의 합병에 대해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배달앱 자체가 신사업인만큼, 혁신을 촉진하는 측면과 독과점 발생으로 소비자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균형있게 따져보겠다"고 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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