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병실없어 숨진 노인, 대구 백혈병 아동 내친 서울의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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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9   |  발행일 2020-02-29 제23면   |  수정 2020-02-29

너무 충격적 소식이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도 병실이 없어 집에서 입원을 기다리던 대구 70대 어르신이 27일 숨을 거뒀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대구의 6세 어린이는 치료받아오던 서울의 한 대형병원으로부터 "본관에 출입할 수 없어 예약된 치료는 취소된다"는 청천벽력같은 통보를 접했다. 어찌 이런 안타까운 일이 생기는가.

70대 어르신의 사례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런 위험에 처한 환자가 한두 명이 아니라는 게 더 큰 문제다. 병실 부족 탓에 자택에 머물며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병실 나기만을 기다리는 환자 수는 어느 정도 될까. 놀랍게도 대구 코로나19 확진자의 절반이 넘는다. 앞으로 2~3일간 확진자가 크게 증가한다니 이런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다. 사태 초기에 가벼운 확진자를 음압병동에 입원시키면서 중증환자를 수용할 병상이 부족하게 된 탓도 있다. 이제라도 입원 기준이 될 확진자 건강 상태와 수술 이력 등을 더 꼼꼼히 살펴야 한다. 자가격리 환자도 세심히 분류해 맞춤형 관리가 필요하다.

백혈병 어린이의 소식은 안타까웠다. 정부는 이동 제한을 하는 '봉쇄'가 아니라고 했지만, 민간차원에서는 '대구 봉쇄'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대구에 산다는 이유로 차별하는 것이다. 서울에도 확진자가 있다. 필요한 치료를 위해 찾는 대구경북 사람을 바이러스 취급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는 아이 어머니의 외침이 절절하다. 대구경북민을 대변한 절규다. 병원측이 늦게나마 '검사후 치료' 방침을 정했다니 다행이다.

대구 방역망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코로나에 굴복한다. 대구의 병상이 부족하면 이웃 지자체의 병상을 활용할 수 있게끔 협업 의료체계가 원활히 가동돼야 한다. '대한민국 포비아'에는 흥분하면서 '대구 포비아'에는 스스럼없다면 이율배반적이지 않는가. 대구를 구하지 않으면 작금의 사태를 이겨낼 수 없다. 대구를 봉쇄할 것이 아니라 대구의 아픔을 나누는 사랑과 공감의 바이러스가 확산해야 코로나바이러스를 물리칠 수 있다. '힘내라 대구경북'은 대구경북민의 캐치프레이즈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구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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