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모의 배낭 메고 중미를 가다] 쿠바 바라데로(Varadero)…카리브해와 맞닿은 낙원에서 꿈같은 황홀함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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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26   |  발행일 2020-06-26 제36면   |  수정 2020-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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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 즐비한 야자 잎 파라솔 아래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바라데로 해변의 석양에 취해 쿠바 여행에서 미처 내지 못했던 기분을 노을과 함께 흘려보냈다.
쿠바 바라데로는 비날레스에서 동북쪽으로 350㎞가량 떨어져 있는 해변 도시로 버스로는 약 5시간 걸리는 쿠바 최대의 휴양지다. 인구 7천명인 바라데로는 주민 수의 배가 넘는 하루 평균 1만5천명의 여행자들이 머문다고 한다. 비날레스에서 바라데로로 가는 버스는 승객 수요와 요일, 계절별로 들쑥날쑥하여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워 시간적 여유가 있는 나는 수도 아바나로 가서 환승을 하는 편을 택했다.


한편의 영화 같은 버스 차창 밖 풍경
여행자가 꼽은 세계 최고 해변 휴양지
20㎞ 이어진 백사장·에메랄드빛 바다
무제한 제공 가성비 갑 70여개 리조트
푸른 산호초 스쿠버 다이빙 매력 넘쳐
야자 파라솔 아래 누워 한가로운 힐링
아름다운 석양 바라보며 또한번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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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인클루시브 리조트는 모든 걸 무제한으로 제공 받을 수 있어 여행의 허기를 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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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모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쿠바 최고의 휴양지

버스 차창으로 쏟아지는 풍광들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뜻하지 않은 계곡을 돌아 지나자 병정처럼 싱그럽게 서 있는 사탕수수밭이 나오고, 아름다운 해변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다가선다. 앞자리에 자리한 나는 옆자리의 프랑스 여행자와 여행수첩을 돌려보며 여행정보와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여행자만의 독특한 표현에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휴게소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헤밍웨이 엽서를 사서 서로의 주소로 바꾸어 보내자는 제안으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주소를 썼다. 여행을 오래 하다 보면 감동에 인색해질 때가 있는데, 우리는 동승한 덕택에 또 다른 기다림의 설렘을 가질 수 있었다.

아침 일찍 출발했는데도 오후 2시가 지나서야 도착했다. 길게 뻗어 있는 해변은 육지에서 꼬리처럼 튀어나와 26㎞나 되는 반도가 되었다. 섬나라인 쿠바는 대서양과 멕시코만에 접해있는 카리브해가 맞닿아 있어 바라데로에서 아름다운 해변과 다양한 편의시설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바라데로는 스페인어로 '푸른 해변'이라는 별명을 가진 블루비치라고도 하며, 이 해변은 2019년 여행자들이 꼽은 세계 최고의 해변 중 하나로 뽑히기도 했다. 투명한 바다와 백사장으로 둘러싸인 지상 최고의 휴양지로 불리어 멕시코 휴양지 칸쿤과 여인의 섬 이슬라무헤레스와 종종 비교되는 곳이다. 반도는 폭이 500m 정도로 가장 넓은 지점이 1.2㎞에 불과하며, 아름답고 길쭉한 섬은 북동쪽 방향으로 본토에서 길게 뻗어 있는 반도로 좌우로 모두 푸른 카리브의 바다를 볼 수 있는 독특한 지형을 지니고 있다.

하얗고 고운 모래가 세계 최고 수준의 해변 관광지 명성을 얻게 해 준 바라데로는 길게 뻗은 푸른 해변이 매력적이다. 나는 20㎞ 이상 이어지는 해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끝이 안 보이게 길게 이어지는 해변으로 여유 있게 휴식을 취하기 위한 여행자가 찾는 여행지 같았다. 여행 막바지 오랜만에 럭셔리 한 올 인클루시브(All-inclusive) 리조트가 있는 바라데로에 입성했다. 멀리서 바라본 바라데로의 바다는 늘 꿈꿔온 카리브해의 에메랄드빛으로 일렁인다.

우선 바라데로 마을을 둘러보기 위해 리조트 앞의 마차를 탔다. 내 뒷좌석은 이곳 사람과 여행자들이 번갈아 타고 목적지를 향하고, 나는 마부 옆 앞자리를 택했다. 마을을 한 바퀴 도는 데는 1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흡사 여행자들의 쉼터 같은 큰 나무 아래의 카페와 인상 깊은 오래된 돌 벽돌로 지어진 성당에 눈길이 멈춘다. 띄엄띄엄 있는 키 낮은 집들과 한가한 듯한 레스토랑 사이로 여행자에게 친절한 미소로 응대하는 이곳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한결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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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데로 마을은 여행자들의 쉼터 같은 큰 나무 아래 키 낮은 집들과 한가한 듯한 레스토랑 사이로 친절한 쿠바노들을 만날 수 있다.
◆배낭여행자도 지친 몸 쉬어가는 곳

바라데로는 쿠바에서 유일하게 리조트와 호텔 건축을 할 수 있는 가장 이국적인 해안 마을이다. 곤충 더듬이처럼 비죽 돌출된 반도지형에 리조트 약 70개가 백사장을 따라 길게 줄지어 있다. 리조트 대부분이 숙박비에 식사까지 포함된 올 인클루시브 리조트다. 가성비 높은 올 인클루시브 리조트는 표현 그대로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는 숙소다. 조식부터 저녁 식사는 기본이고 간식, 음료, 술, 내가 좋아하는 모히토 등 모든 게 무제한으로 제공받을 수 있어서 여행의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랜 배낭여행에 다소 지친 나도 여행 막바지에 이곳을 선택하여 여독을 모두 배출할 수 있었다.

해변에는 리조트에서 준비한 카페가 있어 유명한 아바나 럼으로 만든 다양한 칵테일을 제공해준다. 모히토와 맥주는 물론이고, 바닷가에서 수영하다가 타들어 가는 목을 축이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해변에 비치되어 있는 선베드에 누워 카리브해의 파도소리와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를 다시 읽기도 했다. 해변을 따라 리조트가 줄지어 있는데 리조트마다 자신들의 해변 구역이 있어 넘어가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이곳의 리조트들은 스노클링과 돌고래 센터를 방문하는 뗏목 순항 크루즈와 카약이나 소형 보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스쿠버 다이빙은 바라데로의 또 다른 매력이다. 다이버들은 40종이 넘는 산호초와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가 있는 30곳 이상의 다이빙 장소를 이용할 수 있다. 여행하는 동안 가장 편안하고 여유롭게 푹 쉬기도 했던 바라데로의 올 인클루시브 리조트는 저렴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쉴 수 있다는 점이 또 다른 매력이었다.

밤에는 리조트 앞에서 출발하는 긴 바라데로 반도를 종단하는 2층 투어버스를 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탑승자는 나와 안내 아가씨 그리고 운전기사가 전부다. 전세 낸 밤 바닷길을 달리는 투어버스의 2층 전망석에서 바람을 맞으며 희미한 불빛이 넘실거리는 카리브해의 또 다른 모습과 럼주를 즐기는 듯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참 좁고도 긴 바라데로 반도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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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머문 리조트 숙소는 넓은 정원에 방갈로 여러 채가 모여 있는 형태로, 야외 수영장과 로비에는 언제든 무제한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바가 있어 행복했다.
◆카리브해의 끝판왕 바라데로 해변

다시 배낭을 풀고 더위를 식히기 위해 바로 바다로 향한다. 미숫가루 같은 연한 모래는 태양 빛에 하얗게 빛나고, 바다의 푸른색을 녹여버린 듯한 이 바다는 무슨 색일까. 투명하고 티 하나 없이 맑은 물에 초록색· 파란색 물감을 휘저어 놓은 듯하다. 눈부신 바다가 내 눈앞에 끝없이 펼쳐져 있다. 에메랄드빛 바다에 쉽게 들어가지지 않는다. 야자 잎으로 만든 파라솔에 잠시 앉아 바다를 바라본다. 카리브해의 해변은 바다 밑바닥이 훤히 보이는 맑고 투명한 바닷물이 한없이 넘실대고 있다. 바닷속이 보일 만큼 투명하고 파란 바다와 하얀 백사장은 쿠바 속의 파라다이스라고 외치는 것 같다. 세상에 내가 본 바다 중 색깔이 제일 예쁜 바다가 여기 있구나. 보기만 해도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 바다로 뛰어들었다. 여기가 바다의 끝판왕이라는 생각으로 그 아름다움에 빠져 카리브해를 만끽했다. 산호초들이 넘실거리며 현실 속의 꿈같은 전설을 만들어내는 카리브해에서 수천 년 동안 변함없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천연색 코발트블루의 카리브해에 몸을 실어서 한참을 나아가도 낮은 수심이 이어진다. 끝없이 펼쳐지는 해변은 얕은 깊이에 넓은 울림으로 감동 그 자체다. 내 시야에서 에메랄드빛 바다와 새하얀 백사장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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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동석한 프랑스 여행자와 서로의 여행수첩을 바꿔보고 여행자만의 독특한 표현에 고개를 끄덕이며, 휴게소에서 엽서를 사서 서로의 주소로 바꾸어 보냈다.
바라데로 해변은 상상 그 이상으로 너무 아름다운 곳이다. 세상에 이렇게 맑은 바다는 처음 보는 것 같다. 일몰에 바라보는 바라데로 석양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여행지마다 특징과 매력이 모두 남다르지만 유독 남다른 바라데로의 색감이 보인다. 이곳 바다의 독특한 매력의 출구는 도대체 어디인지 큰 감동이 파도와 함께 밀려온다. 카리브해의 태양을 즐기며 한가롭게 선탠을 즐기는 여행자들을 따라 시선을 옮겨본다. 아름다운 카리브해의 풍경을 체험할 수 있는 코발트빛 바다를 바라보며 수평선 끝까지 따라가 꿈을 멈춘다. 여기다!

해변에 마련된 리조트의 모히토를 들고 즐비한 야자 잎 파라솔 아래 누워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바라데로 해변의 석양을 바라보니 여기가 지상낙원인 것 같다. 파랗다는 말로 부족한 청옥 빛 바다는 아름답다 못해 탄식이 흘러나온다. 선베드에 누워 모히토를 홀짝이며, 이보다 더 완벽한 휴식이 있을까 싶었다. 원래 노을을 보면 황홀한 감정이 들곤 했는데, 이상하게도 벅찬 기분이 피어오르는 것은 나 홀로 카리브해를 전세 낸 듯한 자유를 누릴 수 있었던 탓이기도 하다. 여행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상처가 치유되고 굳은살이 박여서 더 단단해진 듯하다. 그렇게 미처 토해내지 못했던 감정들을 노을과 함께 흘려보낸다.

또다시 밤바다를 나갔다. 해변의 밤하늘에는 어느새 달이 반이나 차올라 있다. 달은 이곳에서도 선명하게 빛나고 있다. 고요한 공기를 깨는 소리는 파도뿐이다.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 여기에 있었다. 구름이 지나가는 자리에 별들이 쏟아져 내린다. 나는 어릴 적 집 앞마당에 모깃불을 피워놓고 아버지가 들려주던 옛날이야기에 젖어서 하늘을 쳐다보며 보았던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을 운 좋게도 이곳에서 다시 보았다. 바라데로 바다에 흠뻑 젖어 내 인생 최고의 해변이자 내 기억 속에 가장 오래 남을 것 같은 밤이었다.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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