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경북대 총장 선거 이후를 주목하는 이유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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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30   |  발행일 2020-06-30 제26면   |  수정 2020-06-30
정권 입맛만 따르는 교육부
적법한 후보자 배척 잇따라
경북대도 6년 전 아픈 역사
이번엔 임용 순항할지 주목
후보들 大乘的 각오 다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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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편집국 부국장

국립 경북대 총장에 오르기란 녹록지 않다. 족히 서너 산을 넘어야 한다. 우선, 직선제 선거에서 1·2순위 득표를 해야 한다. 사실, 다음부터가 진짜 등용문이다. 총장임용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자에 대한 교육부 교육공무원 인사위원회 심의와 임용 제청을 통과해야 한다. 이어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대통령의 최종 임용 재가가 나야 한다. 가장 넘기 힘든 산은 어딜 까. 전례에 비춰 대통령도, 국무회의도 아닌 교육부 인사위원회다. 임용 후보자를 맨 먼저 재단하는 곳이다. 가차없고 냉혹하다. 사실상 여기서 가부(可否)가 가려진다. '부적격' 결정이 나면 해당 후보자는 자동 배척(排斥)된다. 총장 선거 당선보다 임용이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서설(序說)의 대목에서 경북대는 잊기 힘든 트라우마가 있다. 6년 전 제18대 총장 선거 때다. 간선제를 통해 추천한 1·2순위 후보에 대해 교육부가 임용제청을 거부한 것. 이유를 묻자 교육부는 입을 닫았다. 무려 2년여를 끌었다. 결국 1순위가 아닌 2순위를 총장에 앉혔다. 그 이유도 끝내 함구했다. 그렇게 4년이 흘렀다. 그리고 어김없이 차기 총장 선거의 계절(7월15일)이 돌아왔다.

학습효과일까. '차기 경북대 총장'은 선거는 물론 임용 과정에서도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교육부가 또 어떤 스탠스를 취하고 나올지 알 수 없어서다. 총장 선거 이후가 더 염려스러운 것도 그 때문이다. 최근 공주교대의 예를 보자. 이 대학은 지난해 9월 직선제로 뽑은 총장 1순위 후보자를 교육부에 추천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수개월을 끌다 인사위원회 심의를 통해 해당 후보자에 대한 임용 제청을 거부해버렸다. 배척당한 후보자는 결국 소송을 냈다. 이 대학 총장 자리는 아직까지 비어 있다. 과거 경북대 사례와 판박이다.

절차대로 적법하게 선정된 총장 1순위 후보자를 거부하는 교육부의 프레임은 뻔하다. 이른바 '진영논리'다. 우리 편이 아니니 받아줄 수 없다는 것이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자기편(自己便)이 아닐 것 같은 후보자는 일단 반대부터 하고 본다. 그러곤 청와대 등 윗선의 입맛에 맞을 때까지 재추천 요구를 반복하는 행태다. 대학이 제풀에 지쳐 백기를 들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거부당한 후보자가 소송을 내도 대학은 도와 줄 길이 없다. 박근혜정부 땐 무려 네 차례나 임용제청을 거부하다 결국 친박 인사를 국립대 총장에 앉힌 예도 있다. 국립대 총장 임용에 관한 한, 정권이 바뀌어도 교육부의 '편가르기 구태'는 변함이 없다. 마치 그것이 '교육부의 존재 이유'라고 강변(强辯)하듯 말이다.

교육부에 두 번 당할 순 없는 노릇이다. 차기 경북대 총장 선거에 나선 9인의 후보는 각오를 단단히 다져야 한다. 교육부는 우리 생각 이상으로 갑(甲)의 위치에 있다. 후보 모두 과거 교육부의 독선과 오만에 의해 대학 자율성이 뿌리째 흔들린 뼈아픈 대학사를 목도한 이들 아닌가. 개중엔 그 현장의 지근거리(교수회 등)에 있었던 이도 있지 않나. 그대들에게 경북대 과거사(2014년 총장 임용제청 거부·2016년 1순위 후보 배척)에 대한 진실 규명 노력까진 바라지 않는다. 다만, 이번 총장 선거가 국립대 자율성 회복의 분명한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인식만큼은 가슴에 새겨달라. 앞서 얘기했 듯 총장 임용을 받는 일도 선거 과정 못지 않게 중요하다. 부디 대승적(大乘的) 자세를 바란다. "선거에서 2순위가 되면 1순위 임용을 위해 즉각 사퇴하겠다." 이런 대인배(大人輩)적 결단이 경북대 총장 후보들에게 요구된다.
이창호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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