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 배심원단 무죄 평결 뒤집고 대구지법 실형 선고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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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24 16:46  |  수정 2020-07-24
또래 친구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A군
장기 3년·단기 2년의 징역형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

대구지방법원의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의견을 낸 배심원 평결을 뒤짚고, 재판부가 실형(징역형)을 선고했다. 통상적으로 재판부는 배심원 평결을 많이 반영하는 추세여서, 지역사회에선 이번 판결을 다소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구지법 제12형사부(이진관 부장판사)는 24일 또래 친구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A군(17)에 대해 장기 3년·단기 2년의 징역형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지난 21일 열렸던 국민참여재판(영남일보 7월 23일 6면 보도)에 대한 해당 재판부의 최종판단이다. 당시 일반시민들로 구성된 배심원들(7인)은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렸지만, 실제 재판부의 판단은 180도 달랐다.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성관계의 강제성 여부'였다. 이를 두고 가해자와 피해자측 진술이 엇갈렸다. A군은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고, 검사 측은 "자유 의사를 제압해 이뤄진 것"이라고 맞섰다. 재판부와 검사, 변호인 측은 지난 21일 이를 입증하기 위해 밤 10시까지 배심원 앞에서 피해자, 증인, 피고인에 대한 신문 및 변론을 진행했다. 배심원단 전원은 A군에 무죄 평결을 내렸지만, 법원은 B양의 손을 들어줘 실형(징역형)을 선고했다. 


일단 이번 판결로 A군의 처지는 뒤바뀌게 됐다. 이 사건은 당초 검찰에서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처분을 내렸지만, B양 측이 이에 불복, 법원에 재정신청한 후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재판부는 A군이 B양에게 가한 행위가 위력의 범위에 충분히 들어간다고 판단했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을 보면, 법원은 배심원 평결과 양형에 관한 의견을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재판장은 판결선고 시, 피고인에게 배심원의 평결 결과를 고지해야 하며, 배심원의 평결 결과와 다른 판결을 선고하는 때는 피고인에게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재판부는 "B양 진술은 피해자가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일관성도 있다. 진술에 약간 모순이 있다 해서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면서 "피고인은 그간 무고함을 주장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자신의 억울한 바에 대해 말한 적도 없다. 피해자가 정신적 충격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이와관련, 법조계 일각에선 국민의 사법참여도를 높이기 위해선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단의 역할이 지금보다 커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천주현 변호사는 "우리나라 에서 배심원은 사실인정, 법령적용, 형의 양정에 관해 의견을 제시할 권한은 있지만 기속력이 없다는 점은 특이하다. 국민의 사법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미국처럼 배심원단 의견에 기속력을 부여하기 위한 방법이 요구된다"며 "하지만 헌법에 '법관에 의한 재판'만 규정하고 있고, '배심원 재판'은 규정하고 있지 않아 현재로선 입법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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