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합신공항 이전의 씨앗을 뿌린 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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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03   |  발행일 2020-08-03 제27면   |  수정 2020-08-03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합의가 극적으로 성사되면서 떠오른 이가 있다. 유승민 전 국회의원이다. 유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대구 동구을' 유권자 상당수도 솔직히 신공항 이전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유 전 의원은 2008년 재선 도전 당시 ‘선거 1호 공약’으로 '공항 이전'을 내걸고 당선됐다. 그 뒤 내리 8년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지금이나 그때나 국회의원 상당수는 초심을 잃고 거들먹거리거나 겉멋만 드는 게 다반사고, 국비를 조금만 확보하면 공치사에만 열을 올릴 때였다. 그런데 그는 비인기 상임위인 국방위를 고수했다. 개인적인 역량이나 당내 위치를 보더라도 그럴 이유가 전혀 없었다. 대구시민이나 지역구 유권자들은 대구의 숙원인 군공항 이전에 매달리는 그가 대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3성 장군 출신의 국방부 차관은 물론 육군 대장을 지낸 국방부 장관조차 육군 병장으로 만기제대한 유 전 의원 앞에선 진땀을 흘리기 일쑤였다는 일화도 있다. 이는 그가 통합신공항 이전에 그만큼 천착했다는 방증이다.

유 전 의원 자신이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했을 때도 군공항 이전만큼은 꼭 챙겼다. 집단 난청에 걸린 지역민들의 대(代) 이은 아픔을 잊지 않았다. 2013년 기부 대 양여 방식의 군공항이전특별법 제정에 물꼬를 터서 통합신공항 이전의 발판을 마련했으며, 광주와 수원 군공항 이전에 모범 사례가 되도록 했다. 두 전직 대통령조차 못했던 통합신공항 이전부지 확정이라는 쾌거에 대해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말로 자신의 심경을 SNS를 통해 표현하면서 모든 공을 대구시민에게 돌렸다.

대구시는 이번 주 ‘신공항 기본계획 용역’을 발주키로 했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 매어 쓰지는 못 한다’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벌써 이전지 선정을 두고 훈수꾼과 훼방꾼이 나타나고 있다. 대구경북민은 ‘제2의 우공이산을 실천한다’는 일념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냉정하다는 소리를 들을망정 일처리만큼은 매몰차게 하자는 것이다. 면전에선 ‘대구경북인, 사람 좋다’는 말을 하면서 뒤통수치던 축들을 경계해야 한다. 이번이 대구경북 도약의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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