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산업화의 동반자 한국폴리텍 대학 (1)] 산업화 진전에 따라 세 차례 혁신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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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11 07:31  |  수정 2020-08-11 07:47  |  발행일 2020-08-11 제12면
근대화 이끈 기능인력 요람서 21세기 융합형 인재 산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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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폴리텍대학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인재육성과 평생교육기능 강화를 위해 대학혁신을 진행 중이다. 한국폴리텍Ⅵ대학 대구캠퍼스 전경.

한국폴리텍대학(Korea Polytechnic)은 우리나라 근대화와 역사를 함께하는 국책특수대학이다. 교육관계법상 전문대학으로 다기능기술자과정 졸업생에게는 산업학사 학위를 수여한다. 또 노동관계법에 의한 직업교육을 실시하는 국책특수대학으로 국비로 운영되기 때문에 학비가 저렴하다. 원래 폴리텍대학(Polytechnic Colleges)은 호주, 영국, 독일, 싱가포르 등 여러 나라에서 종합기술전문대학이라는 뜻으로 통용된다. 국가가 기술전문인력 양성을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사립 전문대 비중이 월등하게 높다. 국가가 운영하는 직업전문대학은 한국폴리텍대학이 대표적이고, 각 광역지자체에서 설립한 도립전문대가 공립 전문대라 할 수 있다. 근대화 초기 절대적으로 부족한 산업인력 양성을 특수국책대학인 한국폴리텍대학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 50년간 250여 만명의 기술인력 양성을 통해 국가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초기 직업훈련원으로 출발해 기능대학을 거쳐 현재의 한국폴리텍대학에 이르기까지 정부차원에서 시대에 필요한 기능인력공급을 위한 체제를 구축해왔다. 21세기 들어선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는 인재육성과 평생교육기능 강화에 초점을 두고 대학혁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고등직업교육기관에서 한국폴리텍대학이 가진 위상을 살펴본다.

◆원조와 차관으로 직업훈련기관 설립

우리나라는 1962년부터 1966년까지 진행된 제1차 경제개발계획으로 연 평균 8.3%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산업구조면에서는 광공업부문이 14.8%의 경이적인 성장을 보였다. 그 결과 고용구조는 전통적인 제1차 산업에서 2차 산업으로 취업인구가 대규모로 이동하게 됐다. 이에 따라 산업부문에서의 고도 기능인력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1967년 제2차 경제개발계획이 추진되면서 이에 필요한 기능인력을 양성하고 공급하기 위해서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직업훈련이 필요하게 됐다. 농업기반사회에서 산업기반사회로 이행하기 위해 근대산업사회에 필요한 인력양성이라는 숙제가 던져진 것이다. 정부는 1966년 12월 노동청 직업안정국에 직업훈련과를 신설하고, 1967년 1월에는 직업훈련법을 제정 공포해 직업훈련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당시 우리나라는 국가가 기능인력 양성에 필요한 재원조차 마련하기 어려울 정도로 재정이 좋지 않았다. 다행히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1968년 한국폴리텍대학의 전신이라 할 국립중앙직업훈련원이 설립됐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재정지원과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술지원으로 당시 보건사회부가 운영하고 있던 인천시 북구 구산동 소재의 국립청소년직업보도소를 이관 받아(현 인천캠퍼스) 개원한 것이다.

이어 1971년 12월에는 한국과 독일 간 직업훈련을 위한 국제협력의 첫 결실이라 할 수 있는 한독부산직업훈련원(현 동부산캠퍼스)이 설립됐다. 한독부산직업훈련원은 다른 훈련원과 달리 독일의 우수한 도제훈련기준과 방식을 도입·활용하였고, 기술공 수준의 훈련을 최초로 시도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60년대 원조로 직업훈련원 설립
80년까지 전국 25곳에 들어서
산업고도화땐 기능장 양성 중점
98년 학교법인화 후 학위 수여
현재Ⅰ~Ⅶ대학 24개 기능학교
바이오캠퍼스 등 특성화 운영


1971년 ADB(아시아개발은행)에서도 한국에 관계자들을 파견해 훈련원 설치계획에 대한 토의를 시작했으며, 1972년 7월 ADB로부터 370만달러 차관 도입에 성공했다. 이 차관으로 국내조달이 불가능한 훈련장비 도입, 기술자문관 활용 경비, 교사요원의 해외훈련비 등으로 충당했다. 현 대구시 서구 평리동에 있는 대구직업훈련원(현 한국폴리텍대학 대구캠퍼스)도 이때 내자 8억원, 외자 3억8천만원 등을 들여 1973년 3월 착공에 들어갔다.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된 직업훈련시설 확충사업은 독일·미국·일본·벨기에 등 외국원조사업으로 5개, ADB와 IBRD(국제부흥개발은행) 차관사업으로 20개 등 모두 25개(1980년 3월까지)가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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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기능대학 현판식

◆제조업 중심 산업인력 양성

정부의 제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72~1976년)은 중진국 상위권을 목표로 산업 고도화를 더욱 촉진하면서 고도로 정밀화된 기능인력 육성이 절실해졌다. 1980년대 수출목표 100억달러, 국민소득 1천달러 목표설정이 이 때 이루어졌고, 1973년에는 우리 경제 청사진이라고 할 '경제 장기전망'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러한 여건변화로 인력수급 계획의 대폭적인 변화가 불가피하게 되었고, 훈련시설의 신규설치는 물론 기존 훈련시설의 확충과 지역 재편성, 훈련 직종의 재점검 등 대대적인 직업훈련 재편으로 이어졌다. 당시 1973년부터 1981년까지의 계획을 기능군별로 보면 기술공 15만7천여명과 기능공 134만여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모두 149만8천여명의 인력이 직업훈련대상으로 분석된 것이다.

대구직업훈련원은 1974년 9월 첫 신입생을 받았는데 기계공작 30명, 기계조립 30명, 전기 30명, 전자 30명, 주물목형 60명, 판금용접 60명, 섬유기계 30명 등 7개 분야 총 270명이었다. 1년 1천823시간 교육훈련 과정으로 이론 20%, 실기 80%로 훈련생 10명 당 1명의 직업훈련교사와 조교 1명이 배치됐다. 당시 전기과·전자과·교수부에는 외국 자문관 3명이 파견돼 있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정치적 큰 변화와 함께 경제, 사회, 교육, 노동 등 사회 전체에 질적 변화가 생기면서 국가기술자격법의 개정을 통해 주관 부처가 과학기술처에서 노동부로 바뀌었다. 당시 노동청에서 노동부로 승격한 직업훈련 관할 행정기관은 기술검정공단을 개편하여 1981년 직업훈련관리공단을 설립하고, 1982년 직업훈련관리공단에서 노동부 산하 24개의 특수 공법인 직업훈련원과 창원기능대학, 근로복지공사의 직업훈련연구소, 한국기술검정공단을 통합 관리하게 된다.

대구기능대학
대구기능대학

◆기능대학-직업전문학교 이원화

1990년대의 산업구조는 고도화, 기술 혁신, 생산시설의 자동화, 다품종·소량 생산체제로의 전환 등으로 이에 상응하는 인력확보가 어려워짐에 따라 생산현장에서는 복합적 생산지식과 기능을 가진 다기능기술자의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1992년 3월 중앙직업훈련원을 인천기능대학으로 개편하여 창원기능대학과 더불어 기능장양성훈련을 시작했다.

1994년까지 2개의 기능대학과 38개의 직업전문학교로 운영되던 훈련기관을 1997년까지 연차적 개편으로 18개 기능대학과 23개 직업전문학교 체제로 전환했다. 당시 기능대학은 다기능기술자와 기능장을 중점 양성하고, 직업전문학교는 국가기간산업 직종의 기능인력 양성 훈련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후 1996년과 1997년에 걸쳐 기능대학법 및 교육법을 개정하여 다기능기술자과정 졸업생에게도 전문대학의 전문학사와 동등한 산업학사 학위를 수여하도록 입법화함에 따라 노동부는 기능대학을 학교법인화하기로 한다.

1998년 2월5일에 공단 산하 기능대학을 관장하는 별도의 학교법인을 설립하여 2년제 대학(18개 기능대학)을 독립운영하고, 1999년 1월1일에는 법인의 명칭을 '학교법인 기능대학'으로 변경했다.

◆융합형 기술인력 양성

21세기 들어와서는 다시 한번 혁신한다. 21세기 들어 디지털 기술의 확산으로 신 산업군이 출현하고 새로운 종류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지식기반사회가 도래하면서 융합형 기술인력 양성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민주주의 진전과 산업고도화로 지방화·분권화 등 새로운 성장패러다임의 등장과 공공훈련기관 상호 간의 역할 및 기능 혼재에 따른 투자의 비효율성으로 직업훈련체계의 개선이 요구되면서 시대에 맞는 혁신을 한 것이다.

2004년 아산정보기능대학(현 아산캠퍼스) 개교에 이어 2006년 바이오대학(현 바이오캠퍼스)이 개교됨으로써 최종 24개의 기능대학을 갖추게 되었다.

2005년에는 직업교육체제 혁신방안, 공공훈련기관 통합 정책에 의해 전국의 기능대학과 직업전문학교를 통합해 한국폴리텍Ⅰ~Ⅶ 대학 및 특성화대학으로 변경하여 2020년 현재까지 이 체제로 운영되어 왔다. 전국에 8개 대학(34개 캠퍼스), 3개 교육원, 1개 다솜학교(다문화고교)가 운영된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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