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태의 줌人] 환경친화형 비누제조 '향원' 김경원 사장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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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14   |  발행일 2020-08-14 제35면   |  수정 2020-08-14
취미로 만들던 비누, '조각품' 만들었더니 해외공관에 납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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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국립식물원에서 주문한 오키드 4종 비누세트.
1990년대 후반 미국 방문
아로마숍 다니며 관심 가져
피부트러블 겪던 남편·아들
직접 만든 비누로 피부 개선

김경원(여·53) 사장은 대구시 수성구 범물동에 있는 비누 제조업체 '향원'을 이끌어 가고 있다. 김 사장과 영업이사(?)를 담당하고 있는 남편 류태규(54)씨, 5명의 직원이 김 사장 업체 임직원의 전부다. 외형은 작지만 그냥 일반적인 비누업체가 아니다. 조각품 같은 비누를 만든다. 2015년과 2016년 일본 라쿠텐 스킨케어 부문 리뷰 1위, 판매 1위를 기록했다. 미국바이오스크린사 피부자극 안정성 테스트를 통과했으며 일본 후생노동성 약사법 기준 성분분석 및 제품을 인정받았다. 보석형상을 가진 환경친화형 비누제조법 보유 벤처기업(특허 제10-0970846호)이기도 하다. '한국의 향기를 담아드립니다'라는 주제의 작품으로 한국관광기념품공모전에서 한국관광공사 사장상을 수상했다. 향원은 은행, 대학, 기관, 기업 등 국내 200여 고객사가 있다. 특히 외교부 해외공관을 통해 영국 대사관 등 10여 국가 현지공관에 납품됐다. 일본과 한국의 화장품 회사에 주문용 비누를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한 화장품 회사로부터 맞춤형 제품을 수주했다. 지난 10일 작업장 겸 사무실로 쓰고 있는 곳에서 김 사장을 만나 향원의 지난 시간을 반추했다. 그리고 미래를 그려봤다.

취미로 출발, 이제는 사업
지인 통해 의학사이트 공부
잘나가던 車딜러 남편 합류
2007년 아파트 상가서 창업

◆비누를 무기로 창업을 결심하다

1990년대 후반, 김 사장은 미국 회사에 근무하는 언니 가족을 만나기 위해 애리조나에 갔다. 그곳에서 들른 아로마숍에서 생소함과 경이로움을 경험하게 됐다. 두달 정도 체류하는 동안 아로마숍을 매일 들르다시피 했고 궁금증과 호기심은 더욱 커져만 갔다. 아로마가 대체의학 재료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한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천연향과 자연치유법 등 아로마가 인간에게 얼마나 유익한 것인지를 알아갔다. 김 사장의 인생 지향점이 조금씩 변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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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프트쇼에서 향원 모델인 걸그룹 카라의 니콜이 관람객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2005년 취미 삼아 아로마 비누를 만들던 김 사장에게 '발전적인 소란'이 일어났다. 평소 피부 트러블로 고생하던 남편에게 자신이 만든 아로마 비누를 사용하게 했더니 차츰 나아지는 것을 체험했고 아로마 오일로 가장 쉽게 접목할 수 있는 것이 비누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즈음 외과수술을 권유받을 만큼 엄청난 크기의 티눈으로 고생하는 둘째 아이에게 아로마 오일을 발랐더니 티눈이 완전히 없어지는 놀라운 일을 또 한 번 경험했다. 혹시 비누가 피부병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지인의 도움을 받아 의사 전용사이트에 접속해 공부하기도 했다. 2년이 지난 2007년 어느 정도 성공에 대한 확신이 섰다. 33㎡ 남짓 되는 아파트 상가를 빌려 창업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 달에 30만원만 벌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잘나가던 자동차 딜러였던 남편이 같이하자며 합류했다. 생각보다 일이 커지면서 '살림이 거덜나는 게 아닌가' 덜컹 겁이 났다. 한 달에 30만원 벌어서 될 일이 아닌데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영세 가내수공업자가 만든 제품을 일반인이나 기업에 판매한다는 게 사실상 어려웠기 때문이다. 독하게 마음 먹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사고 한 번 쳐보자고 남편과 다짐했다. 좋은 비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콘셉트가 필요했다. 남편과 며칠을 고민했다.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팔자'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지만 이를 표현해 낼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또 며칠을 고민했고 마침내 결과물을 생산했다. 북송시대 주돈의 시 '애련설'에 나오는 "향기는 멀어질수록 더욱 맑아진다"라는 시구절 '향원익청(香遠益淸)'이 떠올랐다. 이를 줄여 '향원'을 브랜드로 정했다. 그리고 상표인 '새라새'도 만들었다. 새라새는 새롭고도 새로운, 모든 상황이 나아진다 라는 뜻을 가진 우리말이다. 서각가 시중 이영수 선생의 글꼴로 로고와 이미지 등을 만들었다.

창업 후 2년 정도 수입이 아예 없었다. 절망적이었다. 심기일전하는 수밖에 없었다. 각 기관 단체에 접근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200여 곳을 타깃으로 삼았다. 접근 자체가 어려웠다. 여기서 멈추면 실패한다고 생각했다. 더욱 특화된 제품을 만들었고 기관 문턱을 쉴 새 없이 넘어다녔다. 어느 날 대구은행에서 연락이 왔다. 기업 사은품으로 납품해달라는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영남대에서 샘플을 보내달라고 했고 이 학교에서 열린 홍보품 품평회에 참가해 1등을 차지했다. 그 덕분에 무려 7천개 1억원의 납품이 성사됐다.

이 무렵부터 '소박한 선물을 만드는 곳'이라는 뜻의 'pleasing gift 향원'이라는 브랜드를 추가하고 기업과 기관 등을 대상으로 한층 더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낭보가 날라왔다. 공연기획자인 송승환씨 측에서 뮤지컬전용관 개관 기념품으로 비누 500세트를 주문한 것이다. 이후 거래처가 터지기 시작했다. 세계적 절삭공구 제조업체인 대구텍에서 자신의 대표 절삭공구 8종을 비누로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주>한국항공우주산업은 수리온 헬기를 캐릭터로, 대구엑스코는 신관과 구관을 본뜬 비누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

창업 처음 2년 소득 없어
기업·기관 타깃 마케팅 변경
대구은행서 사은품 첫 납품
이후 엑스코 등서도 러브콜

◆실패가 가져다 준 발상의 전환

2012년 남편이 무턱대고 춘천 남이섬을 찾아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 제품을 소개해보고 싶다고 얘기했다. 남이섬 측에서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165㎡ 정도 되는 공간을 1년간 무료로 제공해줬다. '남이섬아트센터'를 꾸몄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1억원 정도를 고스란히 날리고 철수했다. 그때 얻은 경험이 '관광객들은 관광지에서 선물을 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비누 한 가지에 몰두했다. 남이섬 아트센터를 운영할 때의 여러 아이템을 모두 정리하고 새라새비누를 상표등록했다. 기존 단조로운 모양이던 비누에 '세상의 모든 꽃과 향기'란 콘셉트로 디자인을 접목하기 시작했다. 금속공예를 전공한 주얼리디자이너에게 비누디자인을 의뢰했고 김 사장 자신만의 틈새시장을 만들었다. 그 원동력은 자신감이었다. 이미 미국 FDA 등록 연구소인 바이오스크린의 '알러지프리' 테스트를 통과할 만큼 비누 품질에 대한 자신이 있었다.

김 사장은 이때부터 국외로 눈을 돌렸다. 지금까지 20여 차례 일본 전시회를 다녔다. 매년 봄·가을에 열리는 도쿄 기프트쇼를 비롯해 오사카 선물용품박람회, 후쿠오카 수출상담회 등에 참가했다. 동일한 전시회에 매년 참가하다 보니 안면이 있는 바이어가 생겼고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리나베이샌즈에서 열린 싱가포르 친환경박람회에서는 뜻하지 않은 행운을 얻었다.싱가포르 보타닉가든의 아트숍 운영사 바이어를 만나 싱가포르 국립식물원을 대표하는 서양란(오키드) 4가지를 디자인비누로 주문받고 마침내 싱가포르 보타닉가든 최초의 한국벤더로 등록했다. 싱가포르 보타닉가든은 세계 유명 인사들을 꽃이름으로 네이밍하는 마케팅으로 유명하다. 한국인으로는 배용준, 권양숙, 문재인&김정숙 오키드가 있다. 싱가포르 보타닉가든의 디자인비누 납품으로 향원은 이 분야에서는 최고 수준의 업체로 인정받았다. 현재는 도쿄와 시즈오카, 오사카에 향원의 일본 대리점이 있다. 싱가포르, 두바이, 홍콩 등지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다.

비누 넘어 디자인 작품으로
코트라 지원으로 아트컬래버
우수업체 선정되며 이름 알려
오사카무역관 사업으로 날개

◆"비누를 넘어 작품을 만들겠다"

코트라는 한국산 제품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제품 고급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한국 최고의 기획자이자 아트디렉터인 한젬마씨를 영입, 중소기업과 예술가를 매칭시키는 아트컬래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사장은 코트라 아트컬래버 사업에 두 차례 참가했다. 첫 번째는 한글을 돌에 새긴 후 몰드를 만드는 '사랑-행복-평안-충만' 디자인비누로 아트컬래버 사업 참가 업체 중 최고의 완성도가 있는 제품으로 인정받았다. 두 번째는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아몬드블로섬을 패키지로 적용해 코트라 아트컬래버사업 우수업체로 다시 선정되며 정부 발간 자료집에도 수록됐다. 특히 코트라가 일본 코트라 오사카무역관에 해외지사화 사업을 시작하면서 향원의 해외마케팅은 날개를 달았다.

향원이 생산하는 비누는 만들기가 무척 까다롭다. 고난도 비누를 만드는 데는 1~3개월 걸린다. 교동시장 옆 주얼리타운에서 '린'이란 디자인 회사를 꾸려가는 주얼리 디자이너 김형수·김채연 교수와 협약을 체결했다. 처음에는 한류 이미지가 강한 바늘꽃 모양을 출시했다. 이걸 만들기 위해선 금형이 필요하다. 어떤 경우에는 몇 개 모델을 개발하는데 6천여만원의 개발비가 들기도 했다. 최근에는 3D디자인을 기반으로 CNC, PR가공, 금형제작, 몰드생산의 체제를 갖췄다. 현재 20개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김 사장에게 일본은 가장 큰 시장이다. 향후 일본에는 현지 판매법인을 세울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일본을 향원의 경제 영토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오사카 모 은행에서 근무하는 딸이 일본을 더 경험하면 운영을 맡길 계획이다. 둘째인 아들은 대학에서 화장품약리학을 전공하며 전문적으로 아로마테라피를 공부하고 있다. 앞으로 향원의 학문적 부족함을 보완할 것이다.

비누가 올해부터 공산품에서 화장품법으로 이관돼 이제는 취미로 비누를 만들어 판매하는 일은 불가능하게 됐다. 비누를 제조·판매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화장품 제조업과 책임판매업 등록을 해야 하기 때문에 김 사장 입장에서는 사업성이 조금 더 나아지게 됐다.

김 사장은 "우리가 완제품을 만드는 마음은 눈에 보이는 것 너머에 있는 뭔가의 값어치인 '물외지물'(物外之物 )과 '향원익청'이다. 세계 공용인 향기가 한국에서, 대구에서 만들어져 세계 곳곳으로 나아가는 그림을 늘 그리고 있다"고 말한다. 또 "기계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생산공정을 유지하고 양질의 주부 일자리를 만들어 지역과 사회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향원이 있는 곳, 대구가 한국에서 나아가 세계 속에서 향기로운 도시로 각인되는 것은 우리가 꿈꾸는 가장 큰 값어치"라고 덧붙였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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