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중형을 받고 있는 범죄자들의 얼굴을 보면 그리 흉악해 보이지는 않는다. 나이는 대부분 19~25세 사이이고 얼굴도 앳된 모습이다. 이들에게 무시무시한 범죄단체 조직죄가 적용됐다. 법은 관련자들을 조직폭력배나 보이스피싱 일당처럼 범죄단체로 본 것이다. 이들은 역할을 분담해 미성년자들을 스폰서 알바 글로 유인해 협박하고, 성폭행 영상을 팔아 수익을 올렸다. 공모자들이 이탈하면 가차 없는 보복을 가했다. 연약해 보이는 이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흉악범으로 군림하는 현상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를 사이버상의 다중정체성으로 설명한다.
사이버 세상에선 얌전한 청소년이 언제든지 악명 높은 범죄자로 변신할 수 있다. 보통 개인의 정체성이라고 하면 동일성과 연속성을 지닌 자신만의 주관적 감각을 의미한다. 하지만 사이버 공간에선 아바타처럼 실제의 자신과 다른 디지털 이미지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무법자나 군주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등 과장된 정체성을 보이고 극단적인 일탈행동을 서슴없이 한다. 평소의 자신과는 다른 또 다른 자기 자신을 창조하는 것이다. 여기엔 제2의 정체성으로 현실세계와는 다른 나를 갖겠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수줍음 많고 소극적인 사람이 사이버 공간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집단의 리더로 등극하는 것은 이런 이유다.
사이버 세계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청소년들은 사이버 공간의 자아에 대해 현실세계의 자아보다 더 많은 가치를 둔다. 이미지를 바꿔 자아를 마음대로 변신하고, 자기표현이나 욕구 충족, 관계 맺기를 조작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남이 보는 나보다는 내가 되고 싶어 하는 자신의 모습을 구현한다. 한편으론 자신의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던 나를 나타내는 운동장이기도 하다. 현실에 비해 변신이 쉽고 자신의 바람을 즉각적으로 이룰 수 있는 이점이 많다. 이런 유형의 범죄를 막기 위해선 양형기준 강화, 불법수익 환수 등의 강력한 처벌과 함께 청소년들을 위한 사이버 윤리 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김신곤 논설위원
사이버 세상에선 얌전한 청소년이 언제든지 악명 높은 범죄자로 변신할 수 있다. 보통 개인의 정체성이라고 하면 동일성과 연속성을 지닌 자신만의 주관적 감각을 의미한다. 하지만 사이버 공간에선 아바타처럼 실제의 자신과 다른 디지털 이미지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무법자나 군주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등 과장된 정체성을 보이고 극단적인 일탈행동을 서슴없이 한다. 평소의 자신과는 다른 또 다른 자기 자신을 창조하는 것이다. 여기엔 제2의 정체성으로 현실세계와는 다른 나를 갖겠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수줍음 많고 소극적인 사람이 사이버 공간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집단의 리더로 등극하는 것은 이런 이유다.
사이버 세계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청소년들은 사이버 공간의 자아에 대해 현실세계의 자아보다 더 많은 가치를 둔다. 이미지를 바꿔 자아를 마음대로 변신하고, 자기표현이나 욕구 충족, 관계 맺기를 조작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남이 보는 나보다는 내가 되고 싶어 하는 자신의 모습을 구현한다. 한편으론 자신의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던 나를 나타내는 운동장이기도 하다. 현실에 비해 변신이 쉽고 자신의 바람을 즉각적으로 이룰 수 있는 이점이 많다. 이런 유형의 범죄를 막기 위해선 양형기준 강화, 불법수익 환수 등의 강력한 처벌과 함께 청소년들을 위한 사이버 윤리 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김신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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