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칼럼] 뻔한 부실공사에 30조? 당장 멈춰라

  •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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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05   |  발행일 2021-03-05 제23면   |  수정 2021-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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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장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일주일 됐다. 일주일 동안 궁금한 게 있었다. 대구경북이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막으려는 단호한 의지를 갖고 있느냐다. 솔직히 그 의지가 의심스러웠다. 의지만 있다면 가덕도신공항을 막을 수 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과 연동되는 문제여서가 아니다. 뻔한 부실공사에 30조원 쏟아붓는 부조리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전문가 모두가 반대한 일이다. 비전문가 정치인이 우격다짐 밀어붙인 특정지역 특혜법이다. 가덕도는 외지인과 오거돈 일가의 투전(投錢)으로 점령된 지 오래다. 땅값이 25배나 올랐다. 돈은 국민 세금으로 내고, 개발이익은 이들이 향유하게 생겼다. '가덕도신공항이 국가대계'(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라면, 대한민국의 국가대계는 사상누각이다. 진짜 문제는 이게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데 있다.(강은미 정의당 비대위원장) 다행히 '실제'와 '명분' 모두 완벽히 대구경북의 편이다. 이런 적 별로 없었다. 명분 싸움에서는 일방적 승리를 거두는 중이다. 오죽했으면 부산·울산·경남의 지역민조차 절반 이상이 '잘못된 일'(리얼미터)이라 했겠는가.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막을 법적·절차적 근거는 차고 넘친다. 국토부·국방부·해수부·환경부·법무부 등 관련 부처 모두 반대했다. 예타 문턱조차 넘기 쉽지 않다. 기재부 공무원들이 감옥 갈 각오하지 않으면 예타 면제 못 한다. 비용 대비 효용을 따지면 답이 없다. 정확한 비용추계 한번 없었다. 사전타당성 조사 역시 마찬가지다. 공역 중첩, 난공사, 대규모 매립 및 환경파괴, 부등침하 우려를 모른 척할 수 없다. 부등침하 발생 가능성은 '매우 높아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국토부) 수준이다. 매립 공사에만 6년 이상 걸린다는데 무슨 수로 2030년 개항하겠나. 수면 아래로 66m 매립하고 수면 위로 40m 이상 쌓아 올려야 한다. 성장 가능성은 말할 것도 없다. 4년 전 프랑스 공항 설계 전문가들이 '최하위'라고 판정내린 사안이다. 이 모든 절차를 무시한 가덕도특별법은 가히 '올마이티(almighty·전지전능한) 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덕도 현장에서 "2030년 이전 완공 위해 국토부가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장관을 닦달한 건 어처구니없다. 공직자들이 또 감사받고, 검찰에 불려가고, 재판정에 서는 비극을 되풀이하려는가.

괴물이 된 선거용 특혜법. 중단해야 한다. 일은 그저 이뤄지지 않는다. 너무 늦지 않게 전열을 정비하고 의지를 모아야 한다. 당장 가덕도 길목마다 법적·절차적 그물망을 촘촘히 쳐야 한다. 누가 하겠는가. 여론은 우리 편인데 나설 사람이 없다. 눈 씻고 찾아도 대구시와 경북도, 지역 국회의원밖에 없다. 우리의 약점은 부족한 정치역량. 정치적으로 풀려 하면 실패한다. 부·울·경에 말려든다. 세가 밀리니 정치적으로는 이길 수 없다. 대선 공약에 '대구경북통합신공항특별법'넣는다고? 한 번 속고도 또 속으면 바보다. '가덕도 주고 실리 챙기자'는 구상은 잘 됐는가. 닭 쫓다가 지붕 쳐다보는 신세 됐다. 그 열패감이 이번 사달로도 부족했나. 어쩌다 '대선공약' 받아냈다고 치자. 그 공약이 정말 실현되리라 믿는가. 칼자루 쥔 부·울·경 정권의 선의에 통합신공항 운명을 맡기는 꼴이다. 국회 국토위 법안소위 멤버로 이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국민의힘 송언석(김천) 의원이 예견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 '대선공약' 모두 여의치 않다고. 대구경북통합신공항특별법 관철을 위해 끝까지 싸우되 '여의치 않은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대구경북은 어떤 플랜B를 가지고 있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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