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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로에서] 김광석길을 어찌할까

  •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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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14   |  발행일 2021-04-14 제26면   |  수정 2021-04-14 07:34
코로나로 김광석길 위기
방문객은 절반 수준 줄고
상가 곳곳엔 임대 현수막
공식적인 협의체 구성해
소통하며 위기 대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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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운 사회부 특임기자 겸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팀장

최근 찾은 김광석길은 무척이나 낯설었다. 늘 북적이던 길은 한산했고, 인기척을 기다리는 작은 동상은 한없이 쓸쓸해 보였다. 문을 닫은 가게 앞 간판은 미처 철거되지 못한 채 위태위태했다. 눈길을 돌리는 곳마다 듬성듬성 임대 현수막이 내걸렸고, 그 모습이 마치 이빨 빠진 것처럼 불편해 보였다. 벽면 가득 그려진 김광석의 수줍은 미소는 예전 그대로였다. 하지만 안쓰럽고 애처로워 오래 들여다볼 수 없었다. '그냥 끝까지 버틸 때까지 버티겠다'는 한 상인의 한숨 섞인 말은 귓가에 오래 맴돌았다. 김광석의 노래처럼 함께했던 모든 추억이 '더딘 시간 속에 잊혀져 가는지' 모를 일이었다.

김광석길. 대구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였다. '한국 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릴 만큼 '전국구'이기도 했다. 매년 100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아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인파로 북적이던 곳이었다.

하지만 김광석길도 코로나19 직격탄을 피해갈 수 없었다. 찾는 이가 뜸해지고 결국 지난해 방문객 수는 71만1천589명에 그쳤다. 전년도 140만788명의 절반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변 상가는 거의 재앙 수준이다. '상가 80% 정도가 내놓았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올해도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지자체에서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현장에는 먹혀들지 않고 있다. 지난 1월에는 김광석길 조성 10주년을 맞아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기도 했다. 토론회에서는 '새로운 콘텐츠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부터 '대구시 차원의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포괄적인 이야기만 오갈 뿐 작게라도 매듭지을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따끔한 질책도 뒤따랐다.

그러면서 '공적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이 나왔다. 행정기관, 주민, 예술가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식적인 운영체계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맞는 말이다. 얼굴 마주 보고 듣고 말하며 소통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대안이 나오기 마련이다. 지자체 따로, 주민 따로, 예술가 따로, 각개전투를 해서는 문제해결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물러난 윤순영 중구청장이 구청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그는 현장에서 소통하며 답을 찾았다. 출근길은 물론이고 수시로 김광석길에 들러 주민과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들으며 해결해 나갔다. 젠트리피케이션부터 이해관계자들의 갈등까지, 김광석길의 위기는 예전에도 숱하게 있었다. 그때 역시도 서로 소통하며 극복해왔다.

무엇보다 김광석길은 주민과 상인, 예술가, 지자체가 공동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관 주도형도 아니었고, 주민 주도형도 아니었다. 모두가 연출자가 되어서 서로 의기투합해 만든 콘텐츠였다. 출발 때부터 전제된 것 역시 소통이었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최선의 대안을 찾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하다. 물리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김광석길의 옷을 어떻게 새로 입힐까를 서로 소통하며 답을 찾는 것이 최선이다. 동시에 소통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 소통의 양만 늘려 포괄적인 이야기만 오간다면 문제는 더 꼬이기 십상이다. 내실 있는 공식 협의채널을 통해 작고 소소한 문제라도 제대로 매듭짓고 해결해야 한다. 코로나 2년 차, 이제는 막연하게 전염병만 탓할 수 없다. 지금은 코로나가 던진 질문에 스스로 답할 차례다.


백승운 사회부 특임기자 겸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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