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송파 곽상도' '발길질 송언석'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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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15   |  발행일 2021-04-15 제23면   |  수정 2021-04-1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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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범 사회부장

'반포 노영민 선생'이 떠올랐다. 지난해 7월 청와대 참모들의 다주택 논란이 불거질 때다. 당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아파트는 남겨둔 채 자신의 지역구인 충북 청주의 아파트를 팔았다. '똘똘한 한 채'를 지키려는 욕망으로 해석됐다. '반포 노영민 선생'이라는 별명도 이때 붙여졌다.

뜬금없이 노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소환한 것은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 때문이다. 곽 의원의 지역구는 대구 중-남구다. 곽 의원은 지난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에 참여했다. 스스로 "서울 송파구 장미아파트 경로당에 마련된 제3투표소에서 서울시장 선거 투표를 마쳤다"고 밝혔다. 어이가 없다. 대구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이 서울시민이라고 자랑한 꼴이다. 더욱이 곽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곽 의원은 대구에도 집이 있다. 국회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 따르면 곽 의원은 배우자 명의로 대구 남구에 단독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곽 의원은 대구의 집 대신 서울로 주소지를 옮겼다. 자신의 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가서 실거주 요건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는 해명이 뒤따랐다.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욕망을 숨기지 않은 셈이다. '송파 곽상도 선생'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곽 의원은 대구시민에게 사과도 하지 않았다. 무슨 문제냐는 식이다. 곽 의원의 태도는 문재인 정권을 대표하는 단어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연상시킨다. 염치가 없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권을 향해 법과 상식을 파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곽 의원의 행태는 과연 상식에 부합한가.

창피스러운 인물은 또 있다. 김천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다. 역시 4·7재보궐선거 때의 일이다. 당 사무처 직원을 폭행하고 욕설을 했다. 자신의 자리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전형적인 '갑질'이다. 폭행 논란에 대처하는 자세도 꼴사납다. '큰 소리만 좀 있었지 폭행은 없었다'고 주장하다가 파문이 확산되자 뒤늦게 "당시 상황을 후회한다"고 사과했다. 송 의원은 당 윤리위에 회부됐고, 경찰에도 고발됐다.

곽상도 의원과 송언석 의원의 행태는 수많은 언론에서 다뤘다. 그럼에도 다시 끄집어낸 것은 뭉개고 지나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4·7재보궐선거에서 야당은 '희망'을 봤다.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에, 박형준 후보가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존재의 의미를 회복했지만 가슴에 새겨야 할 게 있다. 국민의힘이 잘해서가 아니라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무능과 오만이 싫어서 지지했다는 사실이다. 공정한 척, 정의로운 척 위선을 떠는 집권여당에 대한 쌓였던 분노가 폭발하면서 국민의힘이 이겼다.

4·7재보궐선거 결과는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에게도 경고의 메시지다. '똑바로 하지 않으면 언제든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는 알림판이다. 국민들은 이제 눈을 부릅뜨고 국민의힘을 지켜볼 것이다. 곽 의원과 송 의원에 대한 처리 문제도 당연히 포함됐다. 성격은 좀 다르다. 곽 의원은 자질, 송 의원은 인격의 문제다. 송 의원은 무엇보다 권력을 이용해 폭행을 저질렀다. 송 의원은 따가운 비판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14일 스스로 당을 떠났다.

국민들은 진영 논리에 몸서리친다. 지난 4년간 내 편이면 어떤 것도 감싸안고, 상대방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 '편가르기'에 질릴 만큼 질렸다. 끊임없이 진영논리를 비판한 국민의힘은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적은 생각보다 악하지 않고, 아군은 생각보다 선하지 않다는 말도 있다.
조진범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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