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아파트단지서 전기차 '충전 전쟁'...일반차와 주차 다툼도 발생

  • 박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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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03   |  발행일 2021-08-04 제6면   |  수정 2021-08-04 08:44
충전구역
대구의 한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 내연기관 차량이 전기차 충전구역에 주차돼 있다.

대구지역 아파트에서 전기자동차 '충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한정된 충전 구역을 놓고 주민들끼리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3일 대구환경공단에 따르면, 대구시에 등록된 전기자동차는 2017년 2천848대, 2018년 8천388대, 2019년 1만4천527대, 2020년 1만8천468대로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전기차는 연료비용이 저렴하지만, 장시간 충전을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기차 '충전소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퇴근 후 '밤샘 충전'을 할 경우 다른 전기차주가 충전기를 이용할 수 없어 갈등의 요인이 된다.

간혹 일반차량이 전기차 충전구역에 주차를 하면서 마찰이 빚어지기도 한다.

지난달 중순 대구 근교의 한 아파트단지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충전구역 에티켓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전기차가 아닌 차량이 충전구역에 주차돼 있어 차량을 이동해달라고 하니 '다른 곳에서도 충전할 자리가 있지 않나'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주민이 대다수"라며 "전기차도 충전이 다 됐으면 (다른 전기차주의 충전을 위해) 이동을 부탁한다"라고 적었다.

전기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차 충전구역에 주차한 탓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게시자는 "충전구역에 일반 자동차들이 가득 차 있었다. 새벽에 차를 옮겨달라고 전화하면 싸움이 일어날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다음날 충전해야 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친환경차의 충전·주차·사용 제도개선 본격 추진' 개선방안에 따르면, 새로 짓는 건물의 전기차 충전기 의무설치비율을 현행 0.5%에서 내년 5%로 상향하고,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2023년까지 구축건물도 2%로 끌어올려야 한다.

정부의 개선안이 적용된다면 전기차주끼리의 충전 갈등은 옅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전기차주와 내연기관차주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이용하는 A씨는 "전기차 충전구역이 늘어나면 가뜩이나 부족한 일반자동차 주차구역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며 "친환경 자동차 보급을 위한 조치이겠지만, 전기차만을 위한 일방적 배려로 전용주차공간을 만드는 것 같아 불쾌하다. 충전공간과 주차공간의 구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공공기관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구역에 대한 일반차량 주차 단속을 진행 중이다. 전기차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이 아닌 자동차를 충전구역에 주차하면 과태료 10만 원을 내야 한다. 다만, 아파트 등 민간구역에 대해선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

대구시 미래형자동차과 관계자는 "아파트 등 사유지는 관련 법률에 따라 단속구역에 포함되지 않는다"라며 "다만 법이 개정될 경우 단속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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