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사과,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가 되다 .6] 황금사과 키우는 김창구씨…특화브랜드 '황금진' 사과왕…"과즙 많고 새콤달콤 젊은층에 인기죠"

  • 김일우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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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25 07:54  |  수정 2021-08-25 07:55  |  발행일 2021-08-25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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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농민 김창구씨가 지난 6일 낮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부일리 자신의 과수원에서 사과 품종 시나노 골드 생육 상태를 살피고 있다.

'사과의 고장' 경북 청송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후지 일색인 사과시장에 일명 황금사과, 시나노 골드(Sinano Gold)가 도전장을 내밀고 차츰 성장하고 있다. 만생종인 시나노 골드는 과즙이 많고, 새콤달콤한 맛을 지녀 특히 젊은층에 인기가 많다. 청송군도 시나노 골드 품종에 '황금진'이라는 상표를 붙여 특화 브랜드로 키우는 중이다. '청송사과,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가 되다' 6편에서는 황금사과를 키우는 김창구씨의 이야기를 다룬다.

도시생활 접고 귀향 사과농부 변신
15년전 日서 품종 들여와 본격 재배
군내 공동출하회 참여 농민만 140명
수매가격도 다른 품종보다 더 높아
郡, 재배 매뉴얼 만들고 컨설팅 지원

#1. 청송의 첫 시나노 골드 사과왕

내리쬐는 햇빛이 꽤나 따갑다. 청송군 주왕산면 부일리에 있는 김창구(50)씨 집에 도착하자 넓은 과수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과수원 곳곳에는 사과나무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나무에 달린 작은 사과는 햇빛에 탐스럽게 익어가는 중이다. 아직 평범해 보이는 이 사과들은 일명 '황금사과'로 불리는 시나노 골드 품종이다. 수확철이 되면 빨간색이 아닌 노란색 옷으로 갈아입는다. 9천900㎡(3천평) 넓이의 과수원에는 시나노 골드 품종만 식재돼 있다고 한다.

안내를 받아 방문한 김씨의 집 한쪽에는 여러 개의 상패가 전시된 진열장이 자리 잡고 있다. 유독 한 상패의 문구가 눈길을 끈다. '올해의 황금진 김창구. 귀하는 제15회 청송사과축제 기간 중 <사>청송사과협회에서 주관한 황금사과 부문 사과왕 선발대회에서 2019년 올해의 황금진으로 선정되었으므로 이 패를 드립니다. 2019년 11월31일 <사>청송사과협회 회장 우영화.'

김씨는 청송 사과왕 선발대회 시나노 골드 부문에서 처음으로 황금진을 수상한 농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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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구씨가 올해의 황금진 상패를 들고 웃고 있다.

"그때 국내에는 (시나노 골드 같은) '노란사과'가 없었거든요. 다른 이들보다 한발 앞서 틈새시장을 노려보자는 생각에 먼저 심었죠." 김씨는 시나노 골드를 재배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15년 전 일본에서 토키 품종과 시나노 골드 품종을 가져와 과수원에 심었다. 당초에는 토키를 주력 품종으로 재배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의 첫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일본과 달리 토키는 한국에서는 잘 자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들여 키웠지만 사과 과형이 좋지 않고, 저장력도 낮아 결국 토키 재배를 포기했다.

반면 토키와 함께 심었던 시나노 골드 나무는 의외로 잘 자랐다. 이를 본 주위 사람들은 "시나노 골드를 한번 재배해 보라"고 권유했다. 그도 내심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해 시나노 골드를 본격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애를 먹었다. 당시만 해도 낮선 품종이었던 시나노 골드를 찾는 소비자가 거의 없었다. 판로 찾기도 어려웠고, 사과 가격 역시 부사 등 다른 품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불과 몇년 만에 상황은 급변했다. 시나노 골드를 찾는 소비자들이 차츰 늘기 시작하더니 가격도 반등했다.

김씨는 "시나노 골드는 당도가 높고 새콤한 맛이 나서 젊은층이 좋아한다. 시식 행사에 가도 다른 연령층에 비해 젊은층이 많이 사간다"면서 "요즘은 부사보다 시나노 골드가 한 박스에 1만원 정도 수매가격을 더 받는다"고 말했다.

#2. 황금사과 재배 증가하는 청송

시나노 골드는 일본 나가노현 과수시험장에서 '골든 딜리셔스'에 '천추'를 교배해 탄생했다. 품종 등록은 1999년 이뤄졌다. 과실 크기는 300g, 과피색은 녹황색과 황색을 띤다. 과즙이 많아 식미가 좋고, 새콤달콤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청송에서 재배하는 사과 품종은 후지가 압도적이다. 지난해 기준 청송 전체 사과 재배 면적(3천354㏊) 가운데 70%를 차지한다. 반면 시나노 골드의 재배 면적은 아직 2% 정도다. 하지만 시나노 골드 재배 면적은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청송군은 2018년부터 시나노 골드를 청송 황금사과로 내세워 특화브랜드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2018년 농민 40명으로 설립한 황금사과 공동출하회 참여 농민수도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2019년 78명에서 지난해는 140명으로 급증했다. 공동출하회와 별도로 시나노 골드를 재배하는 농가도 늘고 있다.

청송군은 시나노 골드에 '황금진'이라는 이름을 붙여 2019년 9월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마쳤다. 이어 지난해부터 5억원을 들여 황금사과 특화브랜드 육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시나노 골드 재배 면적을 확대하고, 유통체계 및 기반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중이다. 더불어 과수농가를 위해 재배 매뉴얼을 만들고 컨설팅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청송군이 시나노 골드 육성에 뛰어든 것은 까다로운 소비자 입맛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한국에서 주로 재배된 사과 품종은 국광이나 홍옥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 후지 품종이 보급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후지는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며 주력 품종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들어서는 시나노 골드 등 다양한 사과 품종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시나노 골드는 수확 전 낙과가 적고, 과육에 빛을 가리는 잎을 따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저장성도 매우 뛰어나다. 분명 단점도 있다.

김씨는 "처음에는 시나노 골드가 재배하기 편하다고 해서 키웠는데 실제로는 손이 많이 간다"며 "병에 약하고 사과나무도 부사의 절반 정도밖에 자라지 않기 때문에 재배가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3. "75세까지는 사과 농사 지어야죠"

김씨는 청송군 주왕산면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까지는 청송에서 다녔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대구에서 나왔다. 이후 대구에서 회사도 다녔다. 그가 청송으로 귀향한 계기는 아버지의 영향이었다. 1999년 갑작스러운 부친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처음 김씨는 가업을 물려받아 2년 정도 소를 키웠다. 하지만 구제역이 돌고, 소값도 하락하는 등 어려움이 커지자 사과 농부로 변신했다.

그는 "처음에는 사과농사가 나와 맞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해보니까 적성에 맞는 거 같다"며 "사과나무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키우는 것이 재미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보통 사과나무 수명은 25년 정도다. 하지만 밀식재배는 20년, 초밀식재배는 15년 등으로 사과 나무 간격이 좁을수록 나무 수명은 짧아진다. 과거 사과 농민들은 2m 간격으로 사과나무를 재배했지만, 요즘은 1m 간격으로 재배하고 있다. 사과나무 간격이 좁을수록 수확량은 늘어나지만 수확 기간은 짧아지는 셈이다.

김씨는 "사과나무를 심고 3~4년을 공들여 키워야 본격적인 수확을 할 수 있다"며 "품질이 제일 좋은 사과나무 전성기는 10년이다. 사람과 비슷해 사과나무를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그는 고향에 돌아와 사과 농사를 짓는 것에 매우 만족해했다. 눈치 볼 일 없어 마음이 편하고, 소득도 나쁘지 않다는 것. 그는 "사과 농사는 자신이 열심히 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딱 75세까지 사과 농사를 짓고 80세부터는 쉴 생각이다. 요즘은 75세면 젊은 것 아니냐"며 웃었다.

글·사진=김일우〈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전 영남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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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우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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