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사과,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가 되다 .8] 현서농협 김해환 조합장...고밀식 재배·품종 다양화 추진…노동력 줄이고 경쟁력 높이고

  •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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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23 07:42  |  수정 2021-09-23 08:42  |  발행일 2021-09-23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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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환 현서농협 조합장이 지난 17일 오전 경북 청송군 현서면에 있는 자신의 과수원에서 시나노 골드 사과 품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치환 장로(1876~1968). 독립운동가이자 농촌계몽가. 만주, 러시아, 일본 등지에서 망명.

1924년 귀국시 일본 아오모리현에서 국광 10주를 가져와 심은 것이 청송사과의 시작이 된 것이다.' 청송군 현서면 현서농협 뒤편 농자재 창고 건물 외벽에 적힌 글귀다. 청송 사과의 고향인 현서면은 면적대비 사과 재배 비율이 청송지역에서도 가장 높은 곳이다. 재배 면적이 전체 면적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대부분의 지역이 해발 300m가 넘어 과육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다. 이 같은 역사성과 사과 재배 최적의 조건을 갖춘 현서면에는 사과 농민들에게 큰 힘이 되는 요소가 또 하나 있다. 오랜 세월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자처해 온 현서농협이다. 현서농협은 단순히 사과를 매입하는 것을 넘어 농민들이 보다 많은 사과를 생산할 수 있도록 두 팔을 걷어붙여 돕고 있다. '청송사과,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가 되다' 8편에서는 사과 농사꾼이자 현서농협 조합장을 맡고 있는 김해환(57)씨의 이야기를 다룬다.

사과농사꾼 조합장 농민에게 큰힘
'시나노골드' '감홍' 품종재배 확대
착색·적과작업 없이도 고당도 생산
10월초엔 수확 노동력 분산 효과도

현서농협 오랜세월 든든한 지원자
생산부터 판매까지 적극적으로 참여
농촌살리기 고령화 해결에도 앞장
귀농인 교육으로 '전문농업인' 육성


#1. 청송사과가 시작된 현서면

'귀하께서는 평소 농업, 농촌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농업인의 실익증대 및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 써왔으며, 특히 농축협 간 협력과 계통 간 상생발전에 큰 기여를 하셨기에 으뜸 조합장으로 선정하여 표창합니다. 2020년 4월 10일 농협중앙회 경북지역본부.' 현서농협 사무실 찬장에는 김해환 현서농협 조합장이 받은 '경북농협 으뜸조합장상'이 놓여 있었다.

김 조합장은 임기 4년인 조합장직을 2015년부터 맡아오고 있다. 한 차례 연임을 해 그의 임기는 2023년 3월 끝난다. 김 조합장은 현서면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나왔다. 이후 대구로 건너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한 뒤 직장생활을 했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자 그는 고향에 돌아와 부모님이 운영하던 과수원을 물려받았다. 7천평 정도 사과 농사를 짓던 그는 조합장이 된 이후 재배 면적을 5천평 정도로 줄였다. 농민들을 위한 일에 좀더 전념하기 위해서다.

김 조합장이 지역 농가 활성화를 위해 내세우는 핵심 정책은 재배 시스템과 품종 혁신이다. 재배 시스템 혁신은 노동력과 비용을 줄이는 대신 생산성을 높여 농가 소득을 올리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그는 농민들에게 고밀식 재배 기술을 전파하고 있다. 사과 재식거리를 3~2.5m(열간), 1~0.6m(주간)로 조정할 것을 적극 권유하고 있는 것.

그는 사과나무 수형도 기존 세장방추형에서 수직축형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장방추형은 원뿔형, 수직축형은 원통형이다. 수직축형이 세장방추형에 비해 수폭이 작아 사과나무를 더 촘촘히 심을 수 있다. 그는 또 고밀식을 위해서는 이축과 다축 재배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축과 다축 재배는 하나의 뿌리에서 여러개의 사과나무가 나도록 하는 재배 방식이다.

그는 "이런 재배 시스템이 발전하면 농사일이 수월해지며 비용은 줄고 생산성이 높아진다"면서 "하지만 아직 이축이나 다축 재배를 하는 농가가 많지 않아 관련 교육을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조합장은 사과 품종 혁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현재 청송사과 품종은 만생종인 후지(부사)가 80%에 이를 정도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김 조합장은 '황금사과'라고 불리는 '시나노 골드'와 '감홍' 품종 재배를 확대하려하고 있다. 시나노 골드는 가지가 길게 늘어지지 않고 결실이 안정적이라 고밀식에 적합한 품종이다. 또 과피색이 황금색이어서 사과 겉을 붉게 물들이는 착색작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감홍은 적과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고, 당도가 가장 높은 품종이라 경쟁력이 높다.

김 조합장은 "사과 농사를 짓을 때 가장 많은 노동력이 필요한 부분이 적과, 착색, 수확인데 특정 품종이 너무 많으면 인력 수급에 문제가 생기고 제때 작업이 늦어져 품질이 떨어진다"며 "예를 들어 부사는 10월 말~11월 초 수확하지만, 시나노 골드와 감홍은 그보다 이른 10월 초에 수확할 수 있다. 노동력 분산을 위해서라도 품종을 다양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2. "농협, 생산 과정에도 참여해야"

농협은 크게 금융사업과 경제사업을 한다. 금융사업은 말 그대로 농민들에게 필요한 돈을 빌려주는 등의 사업이다. 경제사업은 구매사업과 판매사업으로 나뉜다. 구매사업은 비료, 농약, 농기계 등 농자재를 구매해 농민에게 파는 일이다. 반면 판매사업은 농민들의 사들인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일에 중점을 둔다. 현서농협은 지난해 지역에서 생산된 사과의 95%를 매입할 정도로 농민들을 위한 판매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현서농협은 농민들을 대신해 사과 묘목 공동구매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또한 최근에는 농업 생산으로까지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영농대행기계화사업단을 만든 것이다. 보통 농민들은 농기계 구입에 대한 부담이 크다. 때문에 대부분의 농촌에서는 농업기술센터에서 농기계 임대사업을 하고 있다. 농민들이 돈을 내고 농기계를 빌려가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농기계를 돌려쓰는데다 고령자의 경우 농기계 조작에 어려움이 많다는 단점이 있다.

현서농협은 이런 부분을 보완해 영농대행기계화사업단을 만들었다. 사업단의 직원들이 농기계를 직접 조작해 농가 일을 대신 해주는 방식이다. 현서농협은 영농대행기계화 사업을 위해 지난해 2억원을 들여 농기계를 사들였다. 올해에도 청송군의 지원(80%)을 받아 농기계 2억원어치를 추가로 구입했다.

김 조합장은 "과거에는 생산은 농민, 판매는 농협이었다면, 이제는 '생산은 농민과 농협, 판매는 농협'이라는 개념으로 변화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제 농협도 농민들의 생산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조합장은 농촌 문제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을 털어놨다. "과연 10년 뒤 누가 이곳에서 농사를 지을 것인가?" 그의 문제 의식은 여기서 출발한다. 바로 농촌 고령화다. 청송군만해도 65세이상 인구가 전체의 40%를 넘는다. 이 때문에 그는 현서면 귀농귀촌협회와 사과공부방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한다. 주로 귀농인들을 대상으로 사과 재배 교육을 하는 등 그들의 정착에 도움을 주고 있다. 농촌 고령화 문제의 해결점을 귀농·귀촌으로 풀어볼 요량인 것이다. 그의 도움으로 많은 초보 귀농인들이 전문 농업인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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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환 현서농협 조합장이 현서농협 사무실에서 사과 재배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농가소득 증대와 농가 이미지 쇄신도 농촌 문제 해결을 위한 키워드로 보고 있다. "농민은 주 4일 일하자."농촌을 살리기 위한 김 조합장의 모토다. 물론 농사일의 특성상 주 4일 근무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김 조합장은 이것이 하나의 상징성을 갖는다고 했다.

그는 "농민 2세들은 고생만 하고 소득은 낮은 부모를 오랫동안 봤기 때문에 농사를 물려받으려고 하지 않는다"며 "이제는 농사에 대한 그런 이미지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 농민들도 하얀 얼굴에 트럭 대신 고급 승용차를 끌고 다니며 여유있는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농업의 미래가 있다"고 덧붙였다.

글·사진=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전 영남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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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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