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사과,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가 되다 .15] 농사짓기 좋은 고장 만들기, 청년농부 육성 전방위 지원…모든 농가 매년 50만원 '농민수당' 지급

  • 김일우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 |
  • 입력 2021-11-17 07:58  |  수정 2021-11-24 08:07  |  발행일 2021-11-17 제26면
■ 스물한 살 청년농부 김현찬씨
고교 졸업후 고향서 2년째 사과농사
농기계정비기능사 등 자격증 수두룩
열심히 농사지어 내 집·땅 갖는게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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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경북 청송군 현서면 덕계리의 한 과수원에서 청년 농부 김현찬씨가 수확이 끝난 사과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김씨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사과농사에 뛰어들어 감홍과 시나노골드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농촌이 위기다. 고령화와 일손 부족 등으로 농사짓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청송뿐만 아니라 한국의 모든 농촌이 직면한 현실이다. 청송군은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청년 농부를 육성하고 농가 소득 향상을 위한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에는 모든 농가에 매년 50만원씩을 주는 '농민수당 제도'까지 도입했다. '청송사과,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가 되다' 15편에서는 농사짓기 좋은 고장을 만들기 위한 청송군의 다양한 노력을 살펴본다.

■ 다양한 청년농부·농민 지원사업
'청년후계농 정착' 월 80만~100만원
'청년농부 육성' 3년간 매년 1천만원
농작물재해·농민상해 보험료도 지원


#1. 사과 농사짓는 스물한 살 청년농부

김현찬(21)씨는 2019년 12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고향인 경북 청송군 현서면 덕계리로 돌아왔다. 부모의 뒤를 이어 사과 농사를 짓기 위해서였다. 이후 그는 2년째 아버지의 과수원에서 시나노 골드와 감홍을 재배하고 있다. 김씨의 부모는 사과, 배추, 양배추 등 3만3천306㎡가 넘는 규모로 농사를 짓고 있다.

김씨는 "감홍은 당도가 높고 사과 표면이 붉게 잘 익어 반사필름이 필요 없고, 시나노 골드는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어 고민 끝에 두 품종을 선택했다"며 "고밀식 등 앞선 사과 재배 기술도 배우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고향인 청송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나왔다. 이후 경북 안동시 옥동에 있는 특성화고인 한국생명과학고 산업기계기술과에 진학했다. 그는 어릴 적부터 기업에 취직하기보다는 사과 농사를 짓기로 일찌감치 마음먹었다고 한다. 고교 시절 농기계운전기능사, 농기계정비기능사, 지게차운전기능사, 굴착기운전기능사, 로더운전기능사, 불도저운전기능사 등 여러 자격증을 딴 것도 농사를 짓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

그는 영농 교육에도 충실했다. 영농정착후계인력 양성 특성화교육 프로그램인 '경북도 농어업 청년리더 양성사업'에 참여했고, 고교 2학년 때에는 일본, 3학년 때에는 유럽 연수를 떠나 해외의 전문농업교육기관에서 교육도 받았다.

김씨는 "직장은 기본적으로 주 5일은 무조건 일해야 하고 쉬고 싶을 때 마음대로 쉴 수가 없다"며 "하지만 농사일은 주 4일을 열심히 하면 나머지 3일을 쉴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 꿈은 사과 농사로 돈을 많이 벌어 내 명의로 된 집과 땅을 가지는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김씨의 취미는 낚시와 볼링이다. 그는 주로 청송군 파천면에서 쏘가리를 잡는다. 쏘가리는 청송처럼 물이 맑은 곳에서만 산다. 볼링을 치기 위해서는 집에서 48㎞ 떨어진 청송군 진보면까지 가야 한다.

그는 "정부에서 청송과 같은 농촌에 다양한 문화시설을 지어주면 청년들의 유입이 늘어날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 청년들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환경을 정책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다행히 부모님이 고향에 터를 잡고 있어서 사과 농사를 좀 쉽게 시작할 수 있었지만 별다른 사회적 자본이 없는 청년의 경우 농사를 짓기에는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며 "정부에서 청년 농부들의 진입 장벽을 좀 낮춰주는 정책을 내놓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농촌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한국이 먹거리를 너무 수입에 의존하지 말고 식량 자급률을 높였으면 한다"면서 "앞으로 기후변화 등으로 식량난이 생기면 최근 요소수 대란과 같은 일을 겪을 수가 있기 때문에 농업은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말처럼 한국의 식량자급도는 현재 20%가 조금 넘는다. 반면 유럽과 북미 등 상당수 OECD 국가들의 식량자급도는 100%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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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군 농민수당은 '청송사랑 화폐'로 지급된다. <청송군 제공>

#2. 다양한 청년 농부 지원사업

청송군은 김씨와 같은 청년 농부를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을 펴고 있다. '청년후계농 영농정착 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을 통해 만 18~39세 청년농업인이 영농 정착에 필요한 농가경영비와 일반가계자금 등을 지원한다. 영농경력에 따라 1년차는 월 100만원, 2년차는 월 90만원, 3년차는 월 80만원을 준다. 또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으로 최대 3억원의 융자도 연계 지원한다.

'청년농부 육성지원사업'도 있다. 창농에 소요되는 사업자금과 사업활동비를 보조한다. 사업 대상자는 농민사관학교 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3년간 매년 1천만원을 받을 수 있다.

'청년농부 창농기반 구축사업'을 통해서는 청년농업인에게 지역 농특산물 생산 유통 가공 체험 등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 등을 지원한다. 자부담 30%를 조건으로 2억원 이내의 자금이 지원된다.

'월급받는 청년농부제'라는 사업도 운영 중에 있다. 영농조합법인이나 농업회사법인이 청년을 신규 채용하면 최대 3년간 매월 180만원씩의 인건비와 연간 30만원의 정착비 지원 혜택을 받는다.

또 '초보 청년농부 멘토링 지원사업'을 통해 연수생(멘티)과 연수시행자(멘토)를 이어주기도 한다. 우수농업경영체나 우수농업법인 등이 청년예비농업인에게 현장실습 교육 등을 하면 월 50만원 한도 안에서 하루 3만원의 기술전수비를 지급한다. 교육을 받는 청년예비농업인은 월 100만원 한도 안에서 하루 6만원의 교육훈련비를 받는다.

'청년농업CEO 농어촌기금 지원'은 청년농업인의 자립기반 구축을 위한 융자 지원사업이다. 연 1%의 금리로 농가당 2억원 이내로 융자를 내준다.

이외에도 부모의 농사일을 물려받는 자녀를 위한 사업도 있다. '후계농업경영인 지원사업'을 통해 만 18~49세 후계농업경영인에게 농지와 농기계 구입, 시설 설치 등의 자금을 빌려준다. 융자한도는 최대 3억원, 연리는 2%, 5년 거치에 10년 분할 상환 조건이다. 또 '가업승계 우수농업인 정착지원사업'도 있다. 가업승계 농업인(만 49세 이하·농업경력 3년 이하)에게 농산물의 생산 및 유통시설 확충이나 개보수 비용으로 5천만원 이내의 보조금을 준다. 자부담 30%가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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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송군의 한 면사무소에서 주민들이 청송군 농민수당을 신청하고 있다. <청송군 제공>

#3. 농민 소득 보전 위한 정책

청송군은 농민 소득을 올리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핵심사업이 지난해 파격적으로 도입한 '청송군 농민수당 제도'다. 소득 등을 따지지 않고 모든 농업경영체에 매년 일정 금액(올해 50만원)을 지역화폐인 청송사랑화폐로 지원한다. 단, 신청자는 신청연도 직전 1년 이상 청송군에 주소를 두고 실제 거주하는 자로 한정한다. 경북 23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농민수당을 도입한 곳은 봉화군(2019년)에 이어 청송군이 두 번째다.

청송군은 이 제도의 시행을 위해 2019년 9월 '청송군 농민수당 지원 조례'도 만들었다. 지원 대상과 규모는 위원장을 부군수로 하는 15명 안팎의 농민수당 심의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다. 농민수당 심의위원회에는 공무원뿐만 아니라 군의원, 농업관련 기관 단체 및 지역사회단체의 대표, 농업분야에 전문적인 식견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등이 골고루 참여한다.

'농작물 재해보험료 지원'도 농민 소득을 보전하기 위한 사업이다. 자부담 15%를 조건으로 태풍, 우박, 동상해 등 자연재해 보험비를 대신 내준다. 청송군이 재해보험료 지급을 위해 올해 편성한 예산만 302억7천400만원에 이른다. 청송군은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농작업 중 발생하는 농민들의 신체상해에 대해서도 보험비를 지원한다. '농업인 안전보험료 지원'사업을 통해서다. 만 15~87세 농업인이 대상이다.

택배비 등을 일부 지원해 농민의 부담을 덜어주는 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농산물 포장재·농산물 택배비·청송군 농산물공판장 출하수수료 지원사업이 해당된다. 이를 통해 청송군은 포장재 제작 비용과 택배비의 절반을 부담하고, 공판장 출하수수료도 상자당 1천500원 지원하고 있다.

글·사진=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전 영남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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