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사과,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가 되다 .9] 청송의 앞선 사과재배 기술…키낮은 사과원·껍질째 먹는 사과 전국 최초로 도입 '자부심'

  •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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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06 08:26  |  수정 2021-10-06 08:30  |  발행일 2021-10-06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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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은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많은 최적의 사과 재배 환경을 갖추고 있는 데다 다른 지역에 비해 재배 기술도 한 단계 앞서 있다. 청송군 청송읍에 세워져 있는 사과 조형물.

경북 청송은 전국 사과 생산량의 10%를 차지하는 사과 주산지다. 특히 청송사과는 다른 지역 사과에 비해 상품성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해발 250m 이상 고지대,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많은 최적의 재배 환경을 갖추고 있어서다. 이와 더불어 청송은 사과 재배 기술에 있어서도 한 단계 앞서 있다. 전국 최초로 키낮은 사과원을 조성했고, 뛰어난 고밀식 재배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친환경 재배 분야도 선도하고 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껍질째 먹는 사과'를 내놓은 곳이 바로 청송이다. '청송사과,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가 되다' 9편부터는 청송사과의 현황에 대해 다룬다. 첫 번째 이야기는 청송의 앞선 사과재배 기술이다.

수고 낮은 M.9 대목 들여와
노동력 줄이고 생산성은 높여
고밀식 재배기술 점차 발전
방추형·세장방추형 등
사과 수형도 다양하게 진화

농약 사용 최소화 친환경 재배
IPM 구축·GAP사업단 운영
품질보증제 도입 신뢰 높여
황금사과연구단지 조성 추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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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청송군 농산물공판장 개장식에 참석한 농민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송군 제공〉

#1. 키낮은 사과원의 도입

1990년대 국내 사과의 70%가 생산되던 경북은 큰 위기를 맞는다. 사과 수출과 소비가 모두 감소하며 농가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더욱이 사과 재배 농가들은 수목의 노령화와 농촌 일손 부족 문제에도 직면해 있었다. 물론 청송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북도는 1996년부터 '신(新)경북형 사과생산체계 모델' 개발에 나섰다. 그해 경북도는 키낮은 사과원 조성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사과 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각종 기술지원사업이 대대적으로 이뤄진 것도 이 시기였다.

청송은 이보다 이른 1995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키낮은 사과원을 도입했다. 이탈리아 남티롤 지역에서 'M.9 대목'을 들여온 것이다. M.9 대목은 1879년 프랑스에서 우연히 발견된 것을 영국에서 최종 개발한 왜성대목(矮性臺木·접목 재배를 할 때 접수 품종의 원래 크기를 작게 만드는 대목)이다. 과실의 조기 결실과 대과(大果) 생산이 가능하고, 숙기(熟期)도 일반 대목에 비해 1주 정도 빠르다.

M.9 대목의 도입으로 청송은 키낮은 사과원 시대를 열게 된다. 과거 M.106 대목은 수고(나무 높이)가 3.5~4.0m에 달했다. 반면 M.9 대목의 수고는 2.5~3.0m 정도다. 정지·전정(가지치기), 적과(열매솎기), 봉지씌우기, 잎따기 등 사과 재배에 들어가던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

1999년부터 청송은 대묘생산 및 표준과원 운영을 하며 M.9 대목 보급에 본격 뛰어들었다. 그 결과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청송 사과 재배 농가에 보급된 M.9 대목과 묘목은 165만주가 넘었다. 현재 전국에서 M.9 대목이 가장 많이 보급된 곳이 청송이다.

#2. 고밀식 재배의 발전

M.9 대목 보급이 늘어나며 고밀식 재배 기술도 점차 발전하고 있다. 경북도가 신경북형 사과생산체계 모델을 개발하며 농가에게 권유한 재식거리는 열간 3.5m, 주간 1.5m였다. 하지만 현재 청송군은 농가에게 재식거리를 열간 3.0m 이하, 주간 1.0m 이하로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고밀식 재배가 이뤄지면서 사과 수형(성목기에 접어든 나무의 골격)도 방추형, 세장방추형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방추형은 1940년 독일에서 개발된 수형으로 원뿔형 정지법이다. 수고는 2.0~3.0m, 수폭은 2.0~2.5m, 재식거리는 3.0~4.0m X 1.2~2.0m다.

세장방추형은 1960년 네덜란드에서 만들어진 수형이다. 방추형보다 원가지를 짧게 만든다. 세장방추형의 수고는 1.8~2.0m, 수폭은 1.0~1.5m, 재식거리는 2.8~3.5m X 1.0~1.5m로 방추형보다 밀식재배에 더 유리하다.

이축과 다축 수형 재배도 도입되고 있다. 이축과 다축 재배는 하나의 뿌리에서 여러 개의 사과나무가 나도록 하는 재배 방식이다. 생산력이 뛰어나지만 아직 보편화되진 않았다. 이에 청송군은 농업기술센터에서 사과대학을 운영하는 등 농가에 재배 기술을 전파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또 농민과 함께 세계 각국의 사과 산지를 둘러보며 다양한 재배 방법 등을 체험하고 새로운 재배 기술 개발에 응용하고 있다.

서경수 청송군 농업기술센터 과수기술담당은 "청송은 다른 지역보다 사과 재배 기술이 한발 앞서 있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보급해 지역 농가 재배기술의 상향 평준화를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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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 청송군 현서면의 한 과수원에서 사과가 붉게 익어가고 있다.

#3. 친환경 사과 재배

청송사과는 농약 사용을 최소화한 친환경 사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청송은 저농약 농산물과 친환경적인 농업의 중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2003년 IPM(Integrated Pest Management·병해충종합관리) 체계를 도입했다. 청송에서 전국 최초로 껍질째 먹는 사과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2008년부터는 청송사과 GAP(Good Agricultural Practices·농산물우수관리) 사업단을 운영하고 있다. 사과의 생산에서 판매 단계까지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해 소비자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이 사업에 참여한 농가만 지난해 1천 가구를 넘어섰다. 사업 참여 농가들은 사과 재배 과정에서 농약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청송의 상당수 사과 재배 농가들은 농약이나 화학비료 대신 산야초나 농산부산물 등 유기질 비료를 사용한다. 또 제초제를 쓰지 않는 친환경적인 과수원에서 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특히 청송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머리뿔가위벌을 활용해 사과꽃을 수정시켜 기형과를 크게 줄였다.

청송군은 또 과일종합생산체계를 시험적으로 도입해 △묘목생산 △안정적 토양기반 조성 △정밀토양관리 △병해충 종합관리 △효율적인 나무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청송사과 품질보증제도를 도입했다. 청송군이 보증하는 품질보증상표를 표시해 소비자 신뢰를 높이는 제도다. 청송군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우수한 품질의 사과에만 품질보증상표를 사용하고 있다.

사과 품종 다양화를 위한 노력도 활발하다. 청송군은 2019년부터 시나노 골드(Sinano Gold) 품종을 '황금진'이라는 특화브랜드로 육성하고 있다. 품종이 다양해지면 농가 소득이 안정화되고, 특정 기간에 일손이 부족해지는 문제 등을 완화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청송군은 2023년까지 71억원을 들여 청송읍에 청송황금사과연구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새로운 사과 재배기술을 개발하고 연구 기반을 구축해 미래 사과 산업에 혁신과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서다.

우영화 청송사과협회장은 "껍질째 먹는 사과라는 것은 그만큼 제초제와 살충제, 살균제 사용을 최대한 줄여 친환경적으로 재배해 안전하다는 의미"라며 "앞으로도 청송사과는 친환경, 품질면에 있어 전국 최고의 사과의 명성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전 영남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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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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