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단 드러나는 전자투표 대신 '무기명 표결'에 합의문 저버려

  • 장석원
  • |
  • 입력 2021-09-03   |  발행일 2021-09-03 제3면   |  수정 2021-09-03 07:34
결론 못낸 '군위군 대구편입'…경북도의회 무책임 도마에
"도의회 의석수 줄어 위상 축소
일부 선거구 공중분해 가능성"
본회의서 편입반대 불씨 지펴
투표방식 두고 설전 오가기도
055.jpg
경북도의회가 군위군 대구 편입 안에 대한 찬반 의견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한 것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이처럼 무책임한 결론을 낸 것에 대해 한동안 도의회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보건복지위원회(이하 행복위)가 아무런 결정을 하지 못한 것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행복위는 군위군 대구 편입에 대해 본회의에 앞서 두 차례나 심의를 실시했으나 소속 상임위원 8명의 찬·반이 4대 4로 갈린 채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이를 본회의에 넘겼다. 이 때문에 2일 열린 본회의에서는 두 개 안(찬성·반대)을 두고 표결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일부 도의원들 사이에서 "행복위에서 찬성·반대 등 명확한 의견이 제시됐다면 '찬성·반대 의견 없음'의 상황까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전자투표 대신 무기명으로 표결이 이뤄진 것도 의원 개인의 정치적 셈법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당초에는 표결방식으로 전자투표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돼 투표결과가 찬성쪽으로 흐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날 본회의에서 의장단이 표결을 무기명 투표로 하기로 결정하면서 의원들이 반대표를 상대적으로 많이 던졌다는 것. 표결 결과를 알 수 있는 전자투표와 달리 무기명 투표의 경우에는 도의원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 등에 따른 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본회의 중에서도 기명·무기명 여부, 전자·용지 투표 등 투표 방식을 두고 의원들 사이에서 한동안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2021090201000100700003262
2일 경북도의회에서 열린 제325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도의원들이 '경북도 관할구역 변경 안에 대한 의견 제시의 건' 수정안에 대해 찬반 투표를 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일부 도의원이 본회의 중에 편입 반대 기류에 불씨를 지핀 것도 지적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대구 편입 반대의견 성명서를 낸 김수문 도의원은 이날 본회의장에서도 "군위가 대구로 편입되면 경북 의성에는 부대시설과 환경오염·소음 등만 남는다. 의성군이 군위처럼 억지주장을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임미애 도의원도 "군위군이 편입되면 도의회 의석 수가 줄어들게 돼 의회의 위상이 축소된다. 의성·군위·청송·영덕 선거구는 공중분해될 수 있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그는 또 "(편입을) 조급하게 추진하면 대구시 편입 이후 정책 변화·정치적 상황에 따라 가덕도 공항처럼 사업이 변동될 수 있다. 대구편입은 (공동후보지) 유치 신청을 위한 공동합의문 내용일 뿐 편입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표결 이후에도 일부 도의원들은 찬반 의견을 명확하게 내려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여 한동안 본회의장이 소란스러웠다. 남진복 도의원은 "결론을 내려야 한다. 제발 제대로 좀 합시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고우현 경북도의회 의장은 "이번 안으로 인해 동료 의원 간 갈등이 생겨서는 안된다"며 "의장단이 무기명 투표를 실시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 남은 기간 서로 웃으면서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의장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했다.

장석원기자 history@yeongnam.com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치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