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지대] 수출규제는 전쟁의 전조 현상인가

  • 김관옥 계명대 공공인재학부 정치외교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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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06   |  발행일 2021-12-06 제25면   |  수정 2021-12-06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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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옥 계명대 공공인재학부 정치외교학전공 교수

최근 중국이 한국에 요소수 수출을 중지하면서 사회가 혼란에 빠졌다. 중국의 수출규제가 정치적 목적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고 해도 그 효과는 혼란 자체였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 아니다. 2019년 일본은 한국의 일제강제징용 재판 결과에 반발하며 한국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들에 대한 수출을 금지했다. 반도체가 한국경제와 수출에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한국경제의 심장을 찌른 것이다. 경제적·심리적 타격은 컸고 시민들은 동요했지만 동시에 적개심도 증폭해 일본 상품 불매운동 등으로 표출되어 양국 간 갈등은 심화되었다.

특정 수입품이 한 국가와 사회운영에 필수적인 요소이고 특히 특정국가의 수출에 전적으로 의존되어 있다면 수출규제 효과는 치명적이다. 수출규제는 상대국의 특정산업 또는 상대국을 마비시키겠다는 의도가 내재되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예컨대 1973년 중동국가들이 중심이 되어 구성된 석유생산기구(OPEC)는 4차 중동전쟁 와중에 이스라엘을 고립시키기 위해 친이스라엘 국가들에 석유수출을 금지하고 원유가격을 대폭 올렸다. 대상 국가들은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받았고 결국 이스라엘과의 단교를 선택했다. 즉 석유수출규제는 중동전쟁의 보조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수출규제가 전쟁을 야기한 경우도 있다. 1941년 일본은 프랑스령이었던 인도차이나에 진주하면서 아시아패권 장악에 나섰다. 이에 미국은 일본에 대한 석유 수출 금지조치를 단행했다. 또 일본이 다른 경로로 석유를 수입할 수 있는 우회수단들도 모두 차단했다. 미국의 전방위 수출규제는 일본으로 하여금 미국과의 전쟁을 선택하게 했다. 1914년 영국도 부상하는 독일에 대해 전면적인 수출금지조치를 취했고 이는 독일이 '무제한 잠수함' 작전으로 1차 세계대전을 개시하게 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수출규제가 반드시 전쟁으로 이어진다는 인과성을 법칙화할 수는 없지만 국가 간 갈등상황에서 필수 품목 수출규제는 군사적 공격에 준하는 치명적 상처를 상대에게 주는 수단인 것은 분명하다. 과거 사례에서 보듯 특정국가의 수출규제를 극복할 대안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전쟁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국가 간 갈등과 위기 상황을 유발하는 수출규제가 현재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석유와 마찬가지로 반도체는 경제활동과 모든 상품 생산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핵심요소가 된 지 오래다. 미국은 이런 반도체 기술과 부품 그리고 소재의 중국수출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미국정부는 중국 최대 IT회사인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수출을 금지했다. 바이든정부는 미국기업뿐만 아니라 외국기업의 중국 반도체 생산기술, 장비, 부품 수출도 규제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미국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회사인 ASLM을 압박하여 반도체 생산의 미세공정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극자외선 노광장비(EUV)의 중국수출을 금지시켰다. 지난해 12월1일 중국도 수출규제법을 발효시켰다. 이 법은 수출규제의 조건으로 특정 물품의 수출이 중국의 국가안보와 이익에 잠재적 위험요인이 될 수 있거나 다른 국가들의 대중국 수출규제에 대한 보복의 목적이라고 규정하고 있기에 사실상 모든 상품에 대한 포괄적인 수출규제가 가능하게 했다.

이제 미국과 중국은 수출규제로 상대국의 급소를 찌르고 있다. 다국적으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첨단기술상품 생산망에서 한국은 불가피하게 이런 수출규제 조치들에 피해를 보거나 연루될 수밖에 없다. 요소수와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는 시작일 수 있다. 유비무환이 생각난다.
김관옥 <계명대 공공인재학부 정치외교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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