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역사가 반드시 심판하리라

  •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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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2-21   |  발행일 2022-02-21 제26면   |  수정 2022-02-21 15:43
'인권침해지원센터' 출범
탈북민 등 인권 보호에 앞장
北인권 문제 외면하는 정부
침해 눈감는 것 아닌가 의혹
정치 이념보다 인권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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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하루 확진자가 10만명이 넘었다. 코로나19의 불길이 무섭다. 5천만 인구를 기준으로 하면 비율상 500명 중 1명이 감염되는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로펌은 변호사와 직원이 1천명이 넘는다. 수치상으로는 매일 2명의 확진자가 나올 위험이 있다. 사무실에서는 비상조치로 내외 모임 자제와 재택근무를 권고하고 있다.

목숨은 소중하니 요즘 모임 참석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사>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산하 '인권침해지원센터' 출범식에는 그야말로 목숨 걸고 참석하였다. 잠시 코로나19의 두려움을 잊을 정도로 북한 인권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열기가 뜨거웠다.

세계인권선언 제8조에는 "모든 사람은 헌법 또는 법률이 부여한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권한 있는 국내법정에서 실효성 있는 구제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북한 주민은 당연히 여기의 '모든 사람'에 포함되며, 우리 헌법 제3조에 의해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된다. 또한 헌법 제10조가 규정하듯이 국가는 당연히 대한민국 국민인 북한주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결코 정치논리나 정책적 고려 때문에 소홀하게 다루어지거나 침해되어서는 안된다.

<사>북한인권정보센터는 2007년부터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개설해 탈북민과의 상담 등을 통해 북한의 인권침해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축적하고 있다. 서독에서는 빌리 브란트 전 총리의 제안으로 1961년 '잘츠기터 중앙기록보존소'를 설립해 통일 이후 1992년 해체되기 전까지 동독 주민에 대한 인권침해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였다. 동독은 내정간섭이라며 항의하였지만, 동독 주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통일 이후 가해자들에 대한 형사소추 자료로 활용되었다.

우리 정부는 뒤늦게 2016년 법무부 산하에 같은 이름의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치하였으나 현재 그 활동과 지원이 대폭 축소되면서 설립 취지와 실효성에 대하여 비판받고 있다. 이에 변호사, 교수, 북한 전문가들이 북한인권 피해자의 구제와 가해자에 대한 책임규명을 더 이상 미래의 과제로 미루지 말고 세계인권선언의 취지에 따라 국내 사법기관을 통한 인권보호에 앞장서자는데 뜻을 모아 동 센터를 발족시킨 것이다.

정든 고향을 떠나 공안의 눈을 피해 불안한 삶을 이어가는 중국을 비롯한 제3국에 거주하는 탈북민과 2천500만 북한 동포의 인권은 그 어떤 정치적 이념보다 소중하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그동안 약 4만명의 북한인권 피해자와 약 8만건의 북한인권 피해사건에 대한 DB를 축적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 격년으로 발간하는 '북한인권백서' 역시 위 자료에 전적으로 의지할 정도이다.

중국에서는 무엇을 하려면 ' 꽌시(關係)'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현 정부 들어서 북한 인권 문제가 도외시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혹시 몇몇 정권 실세들이 북한도 중국과 같은 공산주의 국가이니 꽌시 문화가 있다고 착각하면서 한때 맺은 사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심각한 인권침해를 애써 눈감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의 눈길도 있다.

남북 간의 경제·문화 협력을 특정 세력이 독점하면서 사업의 대상으로 삼아 주판알을 튕기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 민간에서는 힘겹게 북한의 인권침해를 기록하고 보존하고 있는데 지원은커녕 혹시라도 대북 경협자금을 곶감 빼먹듯이 하고 있거나 무의미한 관계 유지에 소진하고 있는 세력이 있다면 역사는 인권침해의 공범으로 반드시 그들을 심판할 것이다.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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