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릴레이.41] 김학윤 리와인드 출판사 공동대표…우리는 조구만 존재야

  • 김학윤 리와인드 출판사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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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06   |  발행일 2022-05-06 제16면   |  수정 2022-05-06 08:06

김학윤

사는 게 좋지 않니? 덜컥 묻고 싶다가도 하지 않는다. 이 질문이 당신에게 부담이 될까 봐. 솔직하게 당신이 부담을 느끼면 내 하루가 더부룩해지니까. 나에게 체기를 일으키는 건 '나'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을 때 생기는 불편함과 섣불리 말을 해서 생기는 불쾌함 중 무엇이 당신을 덜 괴롭게 하는지 재면 대부분 '불편함' 쪽으로 기운다.

가장 좋은 건 5월 경산의 남매지를 돌며 따뜻하고 고요한 윤슬을 눈으로 채집하는 것 같은 행복을 나누거나 차갑고 미끈한 이끼가 낀 청도의 구석진 계곡에 발을 집어넣을 때와 같은 슬픔을 쪼개어 녹을 때까지 품고 있는 일이겠지. 당신의 표정을 억측하며 머뭇거릴 때가 많은 나는 그런 일이 여전히 어렵다. 당신과 만나 돌아오는 길에 '그래, 그게 내가 할 수 있던 최선이었지'라고도 중얼거리는데… 여기까지만 적어도 좋은 사람은 못 된다.

'좋진 않지만, 나쁘려고 하는 건 아냐' 출판사 더 퀘스트, 지은이 조구만 스튜디오. '우리는 조구만 존재야' 띠지에 적혀 있는 문구를 응용했다. 원본은 이렇다. '조구맣지만 안 중요하단 건 아냐' 책을 다 읽고 나서 정말 잘 쓴 카피임을 확신했다. '지구 가장자리에서 적당히 살고 있는 브라키오'가 자신의 일상을 담백하게 글과 컷툰으로 풀어내고 사이사이에 직관적이고 공감하기 좋은 질문이 박혀있는 책이다. 먹고, 돕고, 만나고, 괴롭고, 헤어지고, 자고, 일어나고, 마감하고, 감탄하는 브라키오에게 배운 게 있다. 앞서 적은 '나'에 대한 답일지, 아니면 전혀 생뚱맞은 당신에 관한 오답일지. 당신이 이 책을 읽고 알아채서 나와 어려운 일을 해냈으면 한다.

☞김학윤씨는 '북 릴레이' 다음 편에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4학년 김태훈씨를 추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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