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하굣길 불구 인도 없이 가드레일만 설치 '아찔'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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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18 19:18  |  수정 2022-07-21 14:59  |  발행일 2022-07-19
[영남일보 연중 캠페인 人道를 돌려주세요]<7>대구 북구 태전로
내년 인근에 공영화물차고지까지 들어서면 학생 안전 불안 가중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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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8시쯤 대구 북구 태전동 영송여고 근처에서 등굣길의 한 학생이 차량이 달리는 도로변을 아슬하게 걷고 있다.  이동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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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8시쯤 대구 북구 태전동 강북고 등굣길. 학생들이 좁은 가드레일 안쪽 좁은 공간으로 등교하고 있다. 이동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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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태전로의 열악한 보행환경이 등굣길 학생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18일 오전 8시쯤 태전동 한 도로. 강북고·영송여고 학생들이 도로 가장자리에 설치된 가드레일 안쪽을 걸으며 등교하고 있었다. 대구보건대 정문부터 강북고·영송여고 오르막 입구를 지나 태전고가교 교차로 직전 육교까지 태전로 동북편 가장자리 450여m 구간에는 인도 대신 가드레일만 설치돼 있다. 가드레일 안쪽 공간은 1m 남짓했다. 이 길은 학교 부지의 산 가장자리 축대와 만나고 있으며 배수구가 이어지는 구조다.

안전을 위해선 학생들이 바짝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보행환경이었다. 바로 옆을 지나는 차량 소음은 학생들에게 위협적으로 들렸고 나뭇가지와 수풀도 걷는 데 장애를 줬다. 특히 이날 비가 내리면서 달리는 차량에 도로의 고인 물이 튀어 학생들이 황급히 피하는 모습도 자주 목격됐다.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장면도 있었다. 자가용으로 등교하는 일부 학생이 가드레일 바깥쪽 차량이 달리는 도로에서 하차해 걷고 있었다. 학교 측에서 오르막 입구에 교사를 배치해 등굣길 안전을 관리하고 있었으나 역부족처럼 느껴졌다. 등굣길 한 학생은 "좁은 (가드레일) 안쪽 길에 사람이 몰리면 너무 불편하다. 부모님 차를 타고 등교하는 학생들이 가드레일 바깥쪽에 내려 이동하는데 되게 위험해 보인다"고 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SS)에 따르면 2019~2021년 이곳 통학로 인근의 '차 대 사람' 교통사고는 17건 발생했다. 이 중 18세 이하 청소년 피해도 2건 포함돼 있다. 8세 어린이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반면 강북고 건너편 태현초등 학생들의 등굣길은 비교적 안전한 편이었다. 이 도로는 4번 국도로 대구 북구와 경북 칠곡 지천면을 잇는 왕복 4차로이지만, 학교 앞 도로는 시속 30㎞ 제한 어린이보호구역이 설정돼 있다. 하지만 내년에 인근 태전동 43번지에 화물차 480여 대를 수용하는 공영화물차고지가 조성될 예정이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학로에 화물차 통행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초등생을 둔 학부모 박모씨는 "여기는 등교시간에 고등학생을 데려다 주는 차량, 고등학교 교문에서 내려오는 차량, 등교하는 학생이 뒤엉켜 사고 위험이 높다"며 "시간이 늦어 가드레일 안쪽에서 달려 나오는 학생들을 보면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고 했다. 이어 "초등생들은 주로 서남쪽 인도를 이용하지만 가끔 반대편 가드레일 안쪽 길을 이용할 때도 있다"며 "공영화물차고지가 들어선다면 안전한 인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에 대해 북구청 관계자는 "기존 도시계획선이 일부 변경되면서 도로가 개설돼 가드레일만 설치되고 인도가 설치되지 않은 것 같다"며 "구청에서 인도를 조정해 보려 대구시에 예산 신청을 해봤지만 배정받지 못했다. 예산만 받을 수 있다면 용역을 통해 차로를 일부 축소, 조정하고 인도를 신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일보 연중캠페인 인도를 돌려주세요' 자문교수인 윤대식 영남대 교수(도시공학과)는 "차도 폭을 줄일 수 있다면 도로와 분리되는 인도를 2m 이상 확보해야 안전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며 "또 도로와 구분되는 턱이 있는 보도를 설치하고 가드레일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펜스도 함께 설치해야 보행자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동현 수습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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