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신진서 공포증'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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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5 06:39  |  수정 2022-11-15 06:47  |  발행일 2022-11-15 제23면

지난 3월 프로바둑 기사인 신진서 9단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한·중·일 바둑 삼국지인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 최강전에서 4연승으로 한국을 정상에 올려놓은 직후였다. 당시 신진서는 "중국 기사와 대국할 때 모든 걸 쏟아붓기 때문에 세계대회에서 성적이 잘 나는 것 같다"고 했다. 신 9단은 세계 정상으로 발돋움하기 전 중국 기사에게 종종 수모를 당했다. 한때 세계랭킹 1위였던 커제 9단이 심했다. 신 9단은 커제 9단의 무례한 행동에 대해 "이겨서 갚아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요즘 중국 기사들에게 '신진서 공포증'이 퍼지고 있다. 신 9단을 만나면 맥을 못 춘다. 성적이 말해준다. 신 9단은 지난 13일 벌어진 LG배 8강전에서 중국의 미위팅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신 9단은 단 한 번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미위팅의 대마를 잡아 항복을 받아냈다. 신 9단은 2020년 11월 이후 2년 동안 세계대회에서 중국 기사를 상대로 19연승을 기록했다. 중국 바둑 입장에선 '신진서 포비아'라고 부를 만하다. 신 9단의 기세를 보면 중국 축구의 '공한증(恐韓症)'을 연상케 한다. 공한증은 중국과 한국이 축구 경기를 할 때마다 한국이 이기면서 중국인들이 한국 축구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현상을 뜻한다. 우리나라 바둑 팬들은 신 9단이 일본 기사보다 중국 기사에 이길 때 더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맛본다. 중국의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 왜곡에 대해 반격하는 모습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오로지 실력 하나로 중국을 넘어 세계를 평정하는 신 9단의 활약에 박수를 보낸다. 조진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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