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수능]"편안하게, 하던대로" 조용한 응원...대구 고사장 아침 풍경

  • 서민지,이동현,윤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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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7 10:48  |  수정 2022-11-18 09:12  |  발행일 2022-11-17
[2023학년도 수능]편안하게, 하던대로 조용한 응원...대구 고사장 아침 풍경
2023학년도 수능일인 17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륜고 수능 시험장 앞에서 학부모가 수험생을 배웅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2023학년도 수능]편안하게, 하던대로 조용한 응원...대구 고사장 아침 풍경
2023학년도 수능일인 17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륜고 수능 시험장에서 한 수험생이 시험지를 받기 전 손을 모아 마음을 다잡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고등학교 생활을 온전히 코로나19와 함께 보낸 수험생들이 17일,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기 위해 입실했다. 이날 대구지역 각 고사장 앞에서는 '조용한 응원'이 이어졌다.

◆ 코로나19와 함께 보낸 고등학교 3년…수험생들, 모두 적응 완료

17일 오전 6시 30분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구광역시교육청 24지구 제1 고사장인 대구 중구 경북대 사대부설 고등학교 정문 앞. 도착한 차 한 대에서 내린 남학생이 처음으로 고사장으로 향했다.

버스정류장에서 고사장으로 향하던 정재효(19)·천성익(19)·오현기(19)씨 외 1명은 "우리는 재수생들이다. 코로나19와 마스크 착용으로 힘들었는데 3년이 지났고 어느 정도 적응이 된 상태다. 아는 것만 모두 맞게 치고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번 쳐봤던 시험이라 어느 정도 자신 있는 상태"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학남고 최지혁(18)군은 "컨디션 조절 잘했고 평소 루틴대로 어제 자정쯤 잠들었다"며 "마음은 그럭저럭 떨리지만 잘 치고 오겠다. 끝나고 빨리 친구들과 놀고 싶고, 가족들이랑 여행도 가고 싶다"며 씩씩하게 고사실로 입장했다. 수험생 박모군은 "고등학교 생활을 모두 코로나19와 함께 보냈다. 수능도 멀리 떠나보내고 코로나도 떠나보내면 좋겠다. 잘 치고 나오겠다"며 바람을 전했다.

교문 앞을 지나치다 응원을 위해 멈춰선 한 커플은 본인들의 수험생 시절을 회상하며 수험생들에게 응원의 말을 전했다. 그들은 "떨지 말고 하던 대로 잘 치면 좋겠다. 찍은 것 다 맞고 엇나간 것도 맞는 그런 운이 깃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친구를 응원하기 위해 왔다는 정모씨는 "재수생 친구가 있어 응원차 이곳에 왔다. 마무리 잘하고 다 같이 놀자고 말했다. 부담 없이 잘 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7시 10분쯤 대구 수성구 대륜고 정문 앞에는 선생님들이 마중 나와 고사장으로 향하는 학생들을 꼭 안아주고 토닥였다. 마침 인근에 살고 있어서 응원차 나왔다고 밝힌 한 교사는 "우리 학생들 12년간 공부를 열심히 했으니 모두 잘 칠 거라 생각한다"며 "선생님들과 부모님이 모두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 꼭 좋은 결과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힘을 불어넣었다.

이날 코로나19 감염 확산 우려로 교문 앞 응원 행사는 보기 어려웠다. 교육부 방침에 따라 시끌벅적한 응원 대신 조용한 분위기 속 뜨거운 응원 행렬이 이어졌다. 한 50대 시민은 입실 시작 시각 무렵부터 사대부고 앞으로 응원 나와 수험생들에게 양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화이팅"을 외쳐줬고, 수험생들은 꾸벅 인사를 하며 고사실로 향했다. 대륜고 앞에선 미래 후배들을 위해 캔디 등 간식을 준비해왔다는 대학생들도 있었다. 김혜림(22)씨는 "노력한 만큼 힘내면서 시험 치고, 내년에 즐거운 대학 생활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대륜고 앞 달구벌대로를 자전거로 달리던 한 남성은 크게 "수능 대박 기원"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 "아들보다 제가 더 떨린다"…고사장을 떠나지 못하는 부모들

대구의 각 고사장 앞 도로는 수험생들을 데려다주는 차량 행렬이 이어졌다. 학부모들은 차량에서 같이 내려 수험생 자녀를 꼭 안으며 등을 쓰다듬었다. 한 학생의 부모는 아들의 가방을 메주며 "당황하지 말고 잘하고 와라, 우리 아들 사랑한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아버지의 차를 타고 온 한 학생은 아버지와 어색한 듯 포옹을 하며 "잘하고 오겠다"며 말했고, 아버지는 "잘 쳐라, 전화하고"라며 무심한 듯 짧게 답하며 차를 타고 돌아갔다. "화이팅" "잘 치고 와" "편안하게, 하던 대로 만" 응원의 말들은 제각각이었지만, 학부모들 모두 같은 마음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학부모 김순영(47·대구 달서구)씨는 "제가 더 떨린다. 코로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는데 씩씩하게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잘 칠 거라 믿고 기대하고 있다"며 "속이 편하도록 흰죽하고 평소 좋아하던 소고기 장조림을 싸서 보냈다"며 웃음 지었다. 이어 "길게 하면 잔소리 같아서 꼭 안아주고 '화이팅'을 외쳐주었다. 수능이 끝나면 마음 편하게 동해 쪽으로 여행을 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이현주(52·대구 수성구)씨는 "시험만 치면 배가 아프다 해 불안하다. 실수를 안 하는 게 중요하다"며 "평소 좋아하는 참치 연어를 싸줬다. 아무래도 어제 일찍 자긴 했는데 컨디션 조절 끝까지 잘했으면 좋겠다. 고3 준비하느라 고생많았는데 탈 없이 잘 치고 나오면 좋겠다. 아들에게 수고 많았다고 해줬고, 시험을 마치면 맛있는 거 많이 사줄 생각이다"고 말했다.

수험생 자녀가 입실한 뒤에도 한참 동안 고사장 앞을 떠나지 못하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한 어머니는 교문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아들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학부모와 동생까지, 온 가족이 나와 수험생을 응원하던 가족은 학생이 입실하기 직전 사진을 찍으며 수능을 기념했다. 한 수험생 어머니는 카메라 줌을 최대한 당겨보며 고사실로 입실하는 아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시험 시간이 다가오자 교문 밖에서 기다리던 한 학부모는 귀가하는 듯싶었으나 이내 다시 돌아와 다시 한번 아들이 들어간 고사실을 향해 두 손 모아 기도했다.

◆ 다행히 지각 사례 없어…차분한 분위기 속 시험 시작

오전 6시 30분 입실 시작 전 고사장 1층 로비에는 파란색 비닐 가운과 마스크, 비닐장갑을 낀 감독관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수험생 입실 완료 시각인 오전 8시 10분, 한 고사실은 수험생들의 긴장감을 마스크 바깥으로도 느낄 수 있을 만큼 적막한 분위기였다. 마지막으로 책을 넘기며 공부하는 학생도 있었고, 눈을 감고 차분하게 시험 시작을 기다리는 학생도 보였다.

다행히 물건을 놓고 오거나 지각한 수험생은 없었다. 한 학부모는 아들의 물건을 전해주려 했으나 교문 내로 들어가지 못하고 관계자에게 대신 전해주기도 했다. 입실 완료 시간인 오전 8시 10분을 4분 앞두고 도착한 한 수험생은 헐레벌떡 운동장을 뛰어서 가로질렀다. 오전 8시 26분이 되자 관계자들은 고사장 교문을 닫았고 40분이 되자 방송과 함께 수험생들의 시간이 시작됐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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