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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한 편의점 내에 마련된 '스포츠토토' 코너. 월드컵 경기가 관심을 모으면서 베팅을 즐기는 시민도 증가하고 있다. 이자인기자 |
카타르 월드컵 H조 예선에서 한국이 가나에 패하면서 16강 진출 '경우의 수'가 다양해지자 경기 승패를 놓고 베팅하는 '스포츠토토'도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이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12월3일 0시 펼쳐지는 H조 예선 마지막 경기 포르투갈전을 반드시 이기고 같은 시간 열리는 우루과이와 가나전을 지켜봐야 한다. 한국이 이겨도 골득실·다득점 등을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가나-우루과이 경기 결과에 따라 16강 운명이 갈리게 되는 셈이다.
한국이 포르투갈에 승리한다는 가정하에 우루과이가 가나를 2-0 이하로 이기면 한국은 16강에 진출한다. 하지만 우루과이가 3-0 이상으로 이기면 한국은 포르투갈을 2-0으로 이겨야 한다. 다득점일 땐 셈법이 더 복잡해 진다. 우루과이와 가나가 비겨도 혼란스럽다. 0-0으로 비기면 한국이 포르투갈을 1-0으로 이겨도 가나가 다득점으로 16강에 진출하게 된다. 한국이 2-0으로 이기면 한국이 다득점으로 16강에 진출한다.
이처럼 한국의 16강 진출 경우의 수가 복잡해지면서 시민들의 관심이 두 경기의 승패는 물론 스코어에까지 모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경기를 나흘이나 앞둔 29일부터 직장 동료나 친구들 사이에서는 스코어 맞추기 내기가 이어지고 있다. 물론 내기 금액은 소액이다. 직장동료와 내기를 한 진모(28·대구 북구)씨는 "16강 진출을 두고 커피 내기를 했는데, 내기를 하면서 경기를 보니까 더 재미있다"며 "16강 진출이 거의 불가능할 것 같지만 일단 내기를 걸었기 때문에 포르투갈전까지 끝까지 응원하려고 한다"고 했다.
스코어를 맞추는 복권인 '스포츠토토'를 즐기는 시민도 늘고 있다. 상당수는 대한민국 대표팀의 승리를 기원하는 이른바 '애국배팅'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직장인 B씨(33)는 "우리나라 대표팀이 이겨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애국배팅을 했지만 우루과이전에서 무승부가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가나전에서도 2대 1로 이기는 '애국배팅'을 했는데 또다시 엇나가 다소 허탈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희망고문일지 모르지만 이번에도 2-0에 걸었다. 한국이 포르투갈을 이겨 16강에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29일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따르면 월드컵이 개막한 지난 21일부터 28일까지 스포츠토토 매출액은 1천175억여원으로 국내외 프로축구리그가 열린 지난 둘째 주(672억여원)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한국-우루과이전이 열린 지난 25일은 199억여원으로 일별로는 가장 높은 매출액을 기록했다.
흔히 '스포츠토토'로 알려진 '체육진흥투표권'은 축구·야구 등 스포츠 경기의 승무패에 베팅을 해 맞히면 배당금을 받는 게임이다. 도박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문화체육관광부·국민체육진흥공단 지도·감독하에 합법적으로 운영된다. 스포츠토토가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경기 때마다 즐기는 '이벤트성 오락'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한편 일각에선 스포츠토토로 인한 도박중독이나 불법도박 성행 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스포츠토토는 최대 10만원이기 때문에 스포츠토토를 통해 소액으로 건전하게 배팅을 하는 것을 권장한다. 불법도박으로 단순 재미를 넘어 도박 자체에 몰입하지 않도록 주의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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