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사의 표명에…尹 '사흘 째 무응답' 속 해석만 무성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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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13  |  수정 2023-01-12 18:20  |  발행일 2023-01-13 제5면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 표명 후 공개 활동 재개와 잠행을 반복하자, 당 대표 불출마를 굳힌 것 아니냐는 해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지난 9일 사의를 표명했지만 대통령실은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마저 아무런 결론없이 오는 14일 해외 순방에 나서면 나 전 의원은 고립무원(孤立無援)에 빠져들게 된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나 전 의원이 사의를 표한 문자 메시지를 뒤늦게 확인하고 보고했지만, 윤 대통령은 수리 또는 반려 여부를 포함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우선 나 전 의원이 사의를 표한 것은 맞지만, 실물 사직서가 제출된 것이 아닌 만큼 윤 대통령이 현 단계에서 '반려' 또는 '수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나 전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 복귀할 수도, 그렇다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럴 때 나 전 의원이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면 대통령은 물론 윤석열 정부와도 분명한 대립각을 세우겠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만큼 정치적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다.

나 전 의원은 최근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 지지율에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친윤(親尹)계 다수가 김기현 의원에게 힘을 싣고 있는 형국이다. 전반적인 구도를 볼 때, 나 전 의원이 출마할 경우 전통적 지지층을 기반으로 하는 표심이 겹치는 김 의원에게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분석된다. 또 결선투표가 진행될 경우 나 전 의원의 출마는 비주류 주자로 분류되는 안철수 의원이나 유승민 전 의원 등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다. 친윤계는 나 전 의원 당권 도전을 무조건 막아야 하고, 비윤계는 도전하길 바라고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 전 나 전 의원 사의를 수용한다면 전당대회는 블랙홀로 빠져들게 된다. 이날 영남일보와 통화한 친윤계 한 의원은 "친윤계는 물론 대통령실도 나 전 의원의 출마를 원하지 않는 만큼 윤 대통령이 '사의 수용'도 '반려'도 하지 않는 시간 끌기를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나 전 의원 쪽에서도 내심 이를 통해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부위원장직을 내려 놓고 하루만에 공개 행사에 줄줄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출마로 결심을 굳힌 것이 아니겠냐는 해석이 한때 제기됐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은 거취와 관련해 기존의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전날 "절대 화합"을 강조했고, "대통령실과 충돌·갈등을 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했다. 대통령실과 정면충돌하는 모양새를 피하기 위해 용산과 물밑으로 소통하며 거취를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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