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의원의 3·8 전당대회 당 대표 불출마 선언으로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는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의 김기현 의원과 '수도권 대표론'의 안철수 의원 간 양자 대결 구도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나 전 의원의 '이탈'이 종국적으로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 지가 전대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다. 김·안 의원 측은 서로 나 전 의원 지지세를 흡수해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확보, 결선투표를 생략하는 완벽한 승리를 장담했다.
윤심을 등에 업은 김 의원 측은 나 전 의원 쪽을 지지했던 '범윤'(범윤석열)계 표심을 포함한 당의 전통적 지지층이 자신에게 향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25일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나 전 의원 지지층은 수도권뿐만 아니라 대구 경북에도 집중되어 있는 만큼 안 의원 쪽으로 가진 않을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당심을 하나로 집결시킨다면 결선 투표 없는 승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안 의원 측은 나 전 의원의 불출마로 방향타를 상실한 표심이 '수도권 대표론'을 지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친윤 그룹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김 의원에 비해 당내 지지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안 의원이 불리한 여건속에서도 여전히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김 의원의 지지율 상승은 한계에 다다른 반면, 안 의원의 지지율 상승은 지금부터라는 주장이다.
엠브레인퍼블릭이 YTN 의뢰로 설 연휴 기간인 지난 22~23일 전국 성인 2천2명으로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 784명 중 49.8%는 안 의원을, 39.4%는 김 의원을 지지한다고 답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5%p·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따라서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 후 실시될 이번 주 여론조사 추이가 당권 레이스의 변화를 감지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여부도 잠재된 변수다. 지난 11일 대구경북 중견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 21' 초청토론회 이후 공개적 행보를 중단한 유 전 의원은 "그렇게 길게 끌지는 않겠다. 2월 초가 (당 대표 후보) 등록 기간이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말 대로라면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표명이 임박한 셈이다. 지난 전당대회 당시 20만 여 명이었던 국민의힘 당원은 이준석 전 대표 취임 이후 80만 여 명으로 4배 가량 증가했고, 이들의 선택에 당락이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 전 의원의 고심이 깊어지는 이유다. 이준석 전 대표는 한때 '유승민 대통령 만들기'를 언급한 적도 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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