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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3·8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양강 구도를 형성한 김기현·안철수 의원의 표심 셈법이 복잡해 지고 있다.
유 전 의원은 31일 자신의 SNS에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 충분히 생각했고,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라며 "인내하면서 때를 기다리겠다. 오직 민심만 보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폭정을 막고 민주공화정을 지키는 소명을 다하겠다. 우리 정치의 변화와 혁신을 원하시는 시민들과 함께하겠다"고 덧붙였다.
유 전 의원은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거센 어조로 비판하면서 당내 친윤(친윤석열)계로부터 탈당 요구 등 강한 비판을 받아왔다. 이날 언급한 '폭정' 역시 윤 대통령과 친윤계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새로운 길'과 '정치의 변화와 혁신을 원하시는 시민들과 함께하겠다'고 밝힌 대목은 신당 창당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김·안 의원은 유 전 의원의 불출마로 공백이 생긴 표심 공략에 골몰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 전 의원의 지지율이 한 자리에 불과하지만, 현재 오차범위 내에 격전을 펼치고 있는 김·안 의원 입장에서는 이마저도 절실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유 전 의원의 표가 비윤 성향을 띄고 있는 만큼 전통적 보수를 표방하는 김 의원보다는 청년·중도·수도권에서 인지도가 높은 안 의원 쪽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번 당권 경쟁의 최대 승부처라고 할 수 있는 수도권에서 안 의원은 나 전 의원에 이어 유 전 의원의 표심까지 흡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유 전 의원의 지지층 대부분이 20대와 수도권·중도 성향이라는 점, TK(대구·경북)에서는 10% 안팎의 낮은 지지층을 가진 것을 감안하면 막판 판세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유 전 의원 지지층의 '작지만 강한 힘'이 미칠 파장이 적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지난해 대거 입당한 당원 상당수는 기존 공고한 보수층뿐만 아니라 이준석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을 지지하는 샤이(shy) 국민의힘 당원도 적지 않다"며 "이들 상당수는 중도·수도권·청년이란 특징을 고려할 때 김 의원보다는 안 의원에게 더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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