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김봉규·이춘호 기자가 본 세상 (1) '종이의 애환' 30년 넘게 경험한 세월…영남일보 김봉규·이춘호 기자가 바라본 세상과 삶

  • 노진실,윤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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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4 08:32  |  수정 2023-02-24 08:54  |  발행일 2023-02-24 제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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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호(왼쪽)·김봉규 전문기자가 동대구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잠시 앞을 바라보고 있다. 두 기자에게 동대구로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곳이다.

2월의 마지막 주 '위클리포유-커버스토리'의 주제는 '인터뷰'다. 인터뷰 기사는 기사 중에 가장 쓰기 까다로운 장르라고 생각한다. 인물의 내면 깊은 곳을 바라보면서도 '불가근불가원'을 지켜야 하는 게 인터뷰다. 한 인간은 각자가 하나의 우주다. 단편을 쪼개고 쪼갠 찰나의 '순간'이 아니라 우주처럼 넓고 깊은 '인생'을 보여 주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이고 고달픈 작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는 매력적인 장르다.

개인적으로 기자에게 진한 울림을 준 인터뷰를 꼽자면, 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의 인터뷰를 들 수 있다. 대다수 타인들에겐 독특하고, 때론 괴팍하게 보일 수 있는 노(老)작가의 삶과 철학을 담아낸 인터뷰들은 어떤 기사들보다 신선했고, 힘든 일상을 보내는 이들에게 길잡이가 될 만한 문장도 적지 않았다. 인터뷰는 한평생 자유와 존엄을 추구해 온 작가의 삶과 독자를 이어주는 효과적인 매개체가 됐다.

2018년 영남일보에 실린 마종기 시인의 인터뷰도 많이 회자된다. 시인은 타국에서 느낀 짙은 그리움을 담담하게, 때로는 애절하게 자신의 시에 담아왔다. 그의 시를 좋아해 온 이들은 인터뷰를 통해 짧은 시어 속에 숨겨져 있던 길고 구체적인 그리움의 한 조각을 발견해볼 수 있었다.

언젠가, 사람들에게 영감과 위로가 되는 괜찮은 인터뷰 기사를 쓰고 싶다는 서툰 후배 기자를 위해 두 명의 전문기자가 기꺼이 '인터뷰이'가 돼 줬다.

영남일보에 오래 몸담으며 수많은 기사를 써 온 김봉규 기자와 이춘호 기자가 주인공이다.

김 기자와 이 기자 모두 각자 30년이 넘는 세월을 기자로 보냈다. 그 사이 언론 환경도 크게 변했다. 비단 언론뿐이랴. 모든 것이 격변한 시기였다.

그들의 말대로, 신문기자에게 지난 30년은 '종이의 희극과 비극을 모두 체험한' 세월이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우리 삶을 해부해보면 희극과 비극이 적당히 섞여 있는 모습이 아닐까.

겨울과 봄의 경계에 서 있던 2월 중순의 어느 날, 김봉규·이춘호 두 기자가 인터뷰이로서 영남일보를 찾았다. 평생 지나쳤을 동대구로가 그날은 좀 다르게 보였을 터.

오랜 시간 많은 것을 취재하고 기록해 온 두 기자에게 꼭 묻고 싶은 질문이 있었다. '도대체 삶이란 무엇인가?'

"삶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많은 이들이 바라는 것처럼 '행복하게' '날마다 새롭게' 살아가고자 노력할 뿐이다. 날마다 새로운 날이 되려면 맑은 마음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일상에 충실하면서 죽을 때까지 쓸데없는 욕심이나 생각은 줄여가고, 사랑과 자비 등 좋은 덕목은 점점 더 많이 실천하는 삶을 향해 나아갈 뿐이라고 생각한다."(김봉규)

"인생은 '갈등(괴로움)에 맞서는 생명체의 고군분투의 여정'이라 믿는다. 그 갈등은 시대마다 다르고 그 해법도 마찬가지. 모든 시대를 관통하는 묘법은 사랑, 박애, 자비, 평등, 자유, 정의 같은 게 아닐까? 하지만 본질은 질문만 있지 답은 없다. 일상에서는 우열도 있고 차이도 있지만 결국 '모두 죽는다'라는 점에서는 평등한 셈. 힘들면 자기는 죽고 없다고 여겨라. 그럼 좀 위안이 될 거다. 삶의 본질은 찾으려고 하면 보이지 않는다. 인생의 본질은 보이지 않지만 살면서 만나게 되는 별별 문제와 갈등은 실체를 드러낸다. 그 해법을 찾는 과정, 그게 삶 아니겠는가."(이춘호)

글 =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사진=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김봉규·이춘호 기자가 본 세상 (2)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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