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설계한 故 김석철 건축가의 작품, 대구 '한양가든' 역사 속으로

  • 정지윤
  • |
  • 입력 2023-02-26 12:34  |  수정 2023-03-25 08:31  |  발행일 2023-02-28 제2면
사라져가는 대구경북 삶의 기록 <1> 한양가든
국내 최고 건축가·도시설계사 김 건축가 첫 공동주택 설계
이후 추가 1개 단지 외 공동주택 설계는 없어 '희소성'
세대 당 222㎡~265㎡로 넓은 규모
가구마다 자신만의 정원 만들도록 설계
사라진 자리에는 아파트 들어설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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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가장 도시적인 삶'에 실린 한양가든의 모습. 황두진 제공

예술의 전당을 설계한 고(故)김석철 건축가의 작품인 대구 '한양가든'이 사라진다. 그가 설계한 공동주택은 대한민국에 단 2개 단지로, 사라지는 '한양가든'이 첫 작품이다.

국내 최고 건축가이자 도시설계사로 손꼽히고 있는 김 건축가는 26세에 지금의 여의도를 설계한 '한강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만들었고, 이후 예술의 전당,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울대 캠퍼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등을 설계했으며 지난 2016년 별세했다.

1982년 대구 중구 대봉동에 지어진 한양가든은 김 건축가가 예술의 전당(1993년 완공)을 설계하기 전 지은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지하 1층, 지상 8층으로 이뤄진 건물은 지하 1층에서부터 지상 2층까지는 상가로 구성됐다. 나머지 6개 층은 주거지다. 세대수는 단 '19세대'로 일반적인 공동주택과 비교하면 적다.

그러나 각 세대당 면적은 222㎡~265㎡로 넓은 편에 속한다. 한양가든은 단독주택 같은 공동주택이라는 평가와 아파트에 살면서도 자연과 어울림을 이룬 건물이라고 평가된다. 넓은 면적으로 각 집마다 테라스 등이 구성돼 세대마다 자신만의 정원을 가꿀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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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가장 도시적인 삶'에 실린 한양가든 입구에서 밖을 바라본 모습. 황두진 제공

황두진 건축가는 자신의 책 '가장 도시적인 삶'에서 한양가든이 단 19세대뿐이라는 것은 '상당한 의미 있는 숫자'라고 설명한다. 한양가든이 지어질 당시 1977년 주택건설촉진법, 1979년 주차장법이 제정됐기 때문이라는 것. 20세대가 넘어가면 당시 주택건설촉진법상 사업계획 승인대상으로 각종 규제가 심해져 19세대라는 숫자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황 건축가는 설명한다.

또 르코르뷔지에의 유니테 다비타시옹(Unite d'Habitation), 안토니오 가우디의 카사밀라(Casa Mila) 등 외국 근대 건축의 거장들 대표작에는 공동주택이 있다고 그는 책을 통해 설명한다.

아쉽게도 한국 공동 주거 연보에는 건축가의 이름이 잘 보이지 않지만, 김 건축가는 공동주택을 설계한 건축가로서 이름을 알린 인물이었다고 한다.


황 건축가는 "한양가든은 드물게도 당대의 건축가가 설계한 상가 아파트로 공동 주거에 대한 명확한 철학과 인식을 바탕으로 설계된 수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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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작업 중인 '한양가든'의 모습.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그런 한양가든은 지난해 말부터 거주인들이 이주하고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대구 중구청에 따르면, 한양가든은 인근의 대봉맨션·청구맨션·송정맨션과 함께 '대봉1-2지구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에 포함됐다.

지난 2006년 주택재건축 정비구역이 지정됐으며, 지난 2007년 사업 시행 계획 인가를 받았다. 이후 지난 2021년 관리처분 계획을 받으면서 거주인들이 이주를 시작했다. 해당 구역에는 아파트가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중구청 건축주택과 관계자는 "현재 철거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빠르면 올해 말에 착공이 이뤄질 수 있지만, 시공사, 조합 등 여러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 "아파트 완공은 사업 착공 이후 3년 정도를 예상하면 된다"고 했다.

한편 김 건축가는 한양가든 지은 지 12년 후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위치한 '올림픽 파크타워(현 삼성파크타워)'를 설계한다. 지하 2층, 지상 13층으로 이뤄진 건물로 한양가든과 비슷하게 지하 1층, 지상 1·2층은 상가로 구성됐고, 나머지 층부터 주거지다. 이곳의 단지도 19세대로 구성됐다. 해당 건물 역시 단독주택처럼 가구당 면적은 260㎡~261㎡로 넓은 규모며, 4세대당 하나의 정원을 갖고 있다. 다행히 해당 건물은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참고자료=가장 도시적인 삶(반비, 황두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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