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1호 청년 레지던시 '가창창작스튜디오' 올해 초 문 닫아…다시 '폐교' 신세

  • 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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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30 14:43  |  수정 2023-04-03 07:41  |  발행일 2023-04-03 제8면
사라져가는 대구경북 삶의 기록 <3> 가창창작스튜디오
2007년부터 운영 시작한 가창창작스튜디오 올해 초 문 닫아
15년여간 국내 작가 145명, 해외 작가 56명 발굴
대구시교육청 우록분교 매각 결정으로 계약 연장 어려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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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 가창창작스튜디오 모습. 운영이 종료돼 내부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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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가창창작스튜디오 내 전시실인 '스페이스 가창'은 비어있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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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창창작스튜디오 운영 당시 내부 모습. <오정향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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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창창작스튜디오 운영 당시 오정향 작가의 레지던시 표지판. 오정향 작가 제공

대구 1호 청년들을 위한 레지던시인 '가창창작스튜디오'가 문을 닫았다. 국내외 예술가들의 예술혼, 가창에 살던 주민들의 정이 어우러지던 공간이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지난 2007년부터 운영된 가창창작스튜디오는 만 40세 이하 국내·외 시각예술 작가들을 위한 창작 공간이었다. 기획전시·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15년여간 국내 작가 145명, 해외 작가 56명을 발굴했다. 이에 젊은 작가들의 역량을 키우는 곳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가창창작스튜디오 공간 역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폐교'라는 공간을 재생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기 때문. 가창창작스튜디오는 대구 달성군 가창면 가창초등 '우록분교'에 조성된 레지던시(예술가들이 특정 공간에 머물면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되는 공간)였다.

하지만, 가창창작스튜디오가 문을 닫으면서 다시 폐교가 되어 버렸다. 가창창작스튜디오 탄생은 대구현대미술가협회에서 시작됐다. 지난 2007년 대구현대미술가협회의 '창작스튜디오 만들기 프로젝트'가 그 출발이었다. 당시 대구현대미술가협회는 작가들에게 '공간'이 왜 필요한지를 이해시키기 위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 2007년 4월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작가의 작업실 들여다보기 전'을 통해 작가들의 작업실을 전시장으로 설치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후 실험적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을 하던 중 '우록분교' 입찰에 들어가 건물 사용권을 낙찰받게 되면서 가창창작스튜디오 출발이 시작됐다. 이후 지난 2007년 5월 가창창작스튜디오 1기 입주작가 7명을 선정하면서 운영이 이뤄졌다.

첫 출발 당시 우록분교는 폐교였던 탓에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등 환경이 좋지 않았다. 우록분교에 있던 쓰레기는 1t 쓰레기 차량으로 20번 퍼날라야 그 끝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대구현대미술가협회 집행부 회원들이 협업을 통해 정리 후 오픈 할 수 있었다. 허나 오픈 후에도 에어컨이 없어 작가들이 여름에는 러닝을 입고 작업을 했고, 겨울에는 폐목 난로를 사용해야 하는 탓에 작가들이 직접 나무를 해서 추위를 달래야 했다. . 그럼에도 이 공간에 대한 매력이 많아 입주작가들의 만족도는 높았다고 한다.

가창창작스튜디오는 오픈 다음 해 '2008 미술창작스튜디오 네트워크전'을 통해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당시 국립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 서울시립난지창작스튜디오, 광주시립양산동·팔각정청작스튜디오,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등이 참여하며 해당 출신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작품을 선보이는 행사를 마련한 것. 이후 가창창작스튜디오는 다른 지역의 레지던시 벤치마킹 사례로 떠올랐다.

이후 가창창작스튜디오는 해외 작가 모집에 눈을 돌렸다. 2009년 독일 작가 4명을 초청해 '2009 해외작가 초청 레지던시' 사업을 추진한 것. 해외 작가들과 소통과 교류를 통해 폭넓은 시각을 교환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이후에도 유럽, 미국, 중국, 아프리카 등 다양한 국가에서 작가들이 가창창작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하게 됐다. 5기 입주 작가였던 오정향 작가는 "가창창작스튜디오에 있을 때 처음으로 해외 작가들이 모집됐다. 독일 작가들과 4개월 정도 함께 생활하면서 작품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면서 "이후 독일에 넘어가서도 2~3주 지내다가 오기도 하면서 작품에 대한 시각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태현 전 북구문화재단 상임이사는 "입주한 작가들은 선배들이 만든 공간이다 보니 협업해서 이끌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작가들 간의 유대관계도 굉장히 좋았다. 자기 작품에 갇혀 있던 작가들이 다른 매체를 이용한 입체·영상 등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서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서 "또 내로라하는 평론가를 불러서 계속 매니저먼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컬렉터들과 만남을 통해 작가 소개 등이 이뤄지니 작가들이 자생할 수 있는 방향성이 빨리 잡혔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 가창창작스튜디오는 또 한 번의 변화를 맞이했다. 운영 주체가 대구현대미술가협회에서 대구문화재단으로 변경된 것. 가창창작스튜디오가 활성화되면서 대구현대미술가협회에서 사업을 하기에는 규모가 크다고 판단한 것. 또 추후 장기계획을 가지고 움직이기에는 문화재단 운영이 적절하다는 점과 다른 지역의 경우 문화재단에서 레지던시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대구문화재단으로 운영 주체가 변경됐다. 이후 2022년 대구문화재단을 포함한 대구 지역 문화·관광 관련 출연기관과 시 사업소를 통폐합한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 출범하면서 진흥원에서 가창창작스튜디오 운영을 맡아왔다.

그러나 가창창작스튜디오는 15년 만에 운영을 중단했다. 지난해 대구시교육청이 우록분교 매각을 결정한 것. 대구문화재단은 우록분교를 대구시교육청과 2~3년 단위로 임대 계약해 가창창작스튜디오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매각 결정이 이뤄지면서 계약이 연장이 어려워진 것. 가창창작스튜디오의 경우 오는 4월 2일에 계약 만료되지만, 사업 종료 등의 상황을 고려해 지난 1월 말 철수하기로 했다.

가창창작스튜디오가 문을 닫았다는 소식에 출신 작가들도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가창창작스튜디오 4기 출신인 김미련 작가는 "가창창작스튜디오는 저의 작업에 원천 소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스튜디오에서 사이트 스페시픽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면서 "가창창작스튜디오는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움직임에서 만들어진 공간이다. 현대미술의 운동성으로서의 중요한 장소를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없어진다니 상당히 아쉽다"고 말했다.

가창면 주민들의 아쉬움도 적지 않다. 이곳에서 행사가 있는 날이면 마치 동네 마을 잔치처럼 함께 어울렸던 그 추억과 함께 한 장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가창창작스튜디오에서 행사가 있는 날이면 가창면 부녀회·청년회에서 돼지를 삶는 등 방문 손님 대접에 앞장서기도 했다. 당시 가창면 이장이었던 배종관 이장은 "가창창작스튜디오가 운영되면서 젊은 사람들도 들어오고 외국인들도 들어오면서 마을 분위기가 좋았다. 또 1년에 한 번씩 주민들을 불러 잔치 등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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