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적십자병원 전경. <영남일보 DB> |
공공의료기관의 한 축을 담당했던 '대구적십자병원'은 지난 2010년 3월 폐원했다. 문을 닫게 된 이유는 '누적 적자'였다. 매년 적자가 10억 원씩 발생해 190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버티지 못한 것이다.
대구적십자병원은 지난 1961년 중구 남산동에 지상 5층, 지하 1층 연면적 6천278.13㎡ 규모로 개원했다. 이후 대구의료원과 함께 양대 공공종합병원으로 임무를 수행해왔다.
대구적십자병에서 외국인노동자에게 무료 독감예방접종을 실시했다. 대구적십자병원은 지역의 취약계층들의 진료를 맡아왔다. 영남일보 DB |
외국인 근로자가 대구적십자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있는 모습. 영남일보 DB |
지난 2007년부터는 대구시치과의사회가 이주노동자 치아 건강을 위해 무료진료에 나서기도 했다. 무료 치과 진료소의 경우 대구시치과의사회 회원들의 상금 등으로 3천만 원의 치과 장비, 치과 물품 등을 갖춰 운영을 시작했다. 이외에도 홀몸 노인들을 위한 '보호자 없는 병실 사업', '취약계층을 위한 건강검진사업' 등을 담당했다.
대구적십자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A씨는 "중구 반월당네거리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도 좋았다. 저소득층을 위한 진료비 감면 혜택도 있어 대구적십자병원에서 진료를 자주 받아왔다"면서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고 앞으로 어디서 진료를 받아야 될 지가 제일 막막했다"고 했다.
진료 이외에도 대구적십자병원은 '헌혈'을 하기 위해 찾던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임현주(여·43)씨는 "대구적십자병원 하면 헌혈을 한 기억이 가장 크다. 동성로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보니 약속 나간 김에 방문해 헌혈했다"면서 "당시에 헌혈하러 친구들과 방문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지난 2020년 대구적십자병원은 반도건설에 매각됐다. <영남일보 DB> |
대구적십자병원이 폐원할 수도 있다는 소식에 대구시민, 시민단체 등에서 많은 항의가 빗발쳤다. 2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건강권 보장과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희망연대'는 성명을 내고 "대구적십자병원의 경우 입원환자 중 67%가 의료급여 수급자다"면서 "구호병원 역할을 대구적십자병원이 하는데, 경영이 힘들다는 이유로 폐원해야 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수많은 반대에도 대구적십자병원은 결국 지난 2010년 문을 닫았다. 이모(여·68)씨는 "어머니가 당뇨로 치료를 대구적십자병원에서 자주 받으셨다. 병원이 사라진다는 소식에 매우 안타까워 하셨다. 어느 병원을 앞으로 다녀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셨다"면서 "노인분들이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이용했던 병원인데 사라진 게 아쉽다"고 했다.
대구적십자병원 소유주인 대한적십자사는 폐원 당시 매각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대구적십자병원의 경우 도시계획 시설상 '의료시설'로 용도가 지정된 데다 매매가가 250억 원대로 커 방치가 이뤄졌다.
건물 활용을 위해 지난 2014년 대한적십자사 대구시자는 해당 건물의 용도 변경을 신청한다. 이후 지난 2017년 2월 '도시계획 시설상 의료시설 외에 다른 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는 제약이 폐지되고 '중심상업지구'로 변경이 이뤄진다.
당시 대구적십자병원 활용 방안이 주목을 받았다. 2.28민주운동 60년을 맞아 관련 문화센터로 건립하는 방안, 공공의료 역사성과 문화를 아우르는 복합공간 개발 방안 등도 제시됐다. 그러나 결국 지난 2020년 반도건설에 매각이 이뤄졌다. 반도건설은 해당 부지에 주상복합단지를 조성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대구경북의 사라지거나 희미해져가는 생활·문화를 기록하는 '사라져가는 대구경북 삶의 기록'이 재정비를 마친 후 시즌2로 돌아왔습니다. 시즌2에서는 유통·문화·명칭의 변화 등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소중한 기억들을 기록하려고 합니다. 대구콘서트하우스·구 대구시민회관의 명칭 변경 전후와 관련한 기억이 있으신 분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또 대구 지역 토종 영화관 브랜드였던 '한일극장' '중앙시네마' '아카테미 극장' 등 영화관과의 추억이 담긴 일화, 대구의 공공의료기관이었던 '적십자병원', 대형마트 '까르푸' '홈플러스 1호점'과 관련한 기록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독자여러분과 함께 세월이 흐름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사라져가는 삶의 기억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추억을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연락(yooni@yeongnam.com)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정지윤 기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