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계절'이 시작됐다. 대구를 연고지로 둔 삼성라이온즈는 지난 1일부터 대구 연호동에 위치한 '삼성라이온즈파크(라팍)'에서 경기와 응원의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1천666억원을 들여 2016년 2월 준공한 라팍은 '팔각형태'로 국내 기존 야구장(부채꼴 형태)과는 다른 모습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 홈구장인 시티즌스뱅크의 형태를 본떠 시공했다. 팔각형태 야구장은 관람객의 시야가 넓게 확보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 1·3루 하단 관중석에서 베이스까지 거리는 18.3m로 짧다. 그라운드와 관중까지의 거리가 가장 짧은 구장으로 알려진 인천문학구장(20.9m)보다 2.6m나 짧아 선수들의 표정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관중석도 일반 관중석 이외에 누워서 편히 경기를 볼 수 있는 '잔디석'이 포함됐다. 이밖에도 '파티플로어' '테이블석' '라온샌드존'등도 마련됐다.
이제는 익숙해진 '라팍'. 삼성라이온즈 경기장=라팍을 떠올리지만, 불과 8년전만 해도 삼성라이온즈를 보기 위해선 대구 북구 고성동에 위치한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을 찾아야 했다.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의 땀과 관객들의 환호는 없지만, 여전히 야구인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야구장 중 하나다.
'삼성라이온즈파크'가 생긴 이후 삼성라이온즈 선수들이 아니라 아마추어와 사회인 야구 선수들이 대구 새로운 야구 역사의 기록을 쌓아나가고 있는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의 모습. 정지윤기자 |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의 부지면적은 2만7천924㎡, 건축 여면적은 2천 163㎡, 경기장 면적 1만 3천560㎡의 규모다. 내외야 모두 인조 잔디로 조성했다. 야구장의 중앙 길이는 114m, 1·3루 길이는 98m며, 총 645석의 좌석으로 1만 명의 관람객을 수용할 수 있었다.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은 삼성라이온즈 팬이라면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장소다. 이곳에서 라이언킹 이승엽 선수(현 두산베어스 감독)의 56호 신기록 홈런볼을 잡기 위한 잠자리채를 든 관객들의 모습, 삼성라이온즈의 통합 8회 우승 등 역사적인 기록과 이만수, 장효조, 양준혁, 이승엽 등과 같은 선수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10월 2일 삼성라이온즈 이승엽 선수(현 두산베어스 감독)의 56호 신기록 홈런볼을 잡기 위한 잠자리채를 든 관객들의 모습. <영남일보 DB> |
2003년 10월 2일 대구 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대 롯데 경기에서 이승엽선수(현 두산베어스 감독)이 2회 초 시즌 56호 홈런을 친 후 3루를 돌며 기뼈하고 있다.영남일보DB |
삼성라이온즈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구역은 '3루'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삼성라이온즈와 KIA타이거즈만 3루를 홈으로 사용했다. 3루를 홈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경기장 위치' 때문이었다. 오후 시간대에 1루에 햇빛이 많이 들어 3루를 홈으로 사용했던 것. 팬들의 응원석도 당연히 3루였다. 야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3루로 입장하기 위해 줄을 길게 서고 파란 유니폼, 파란 응원봉을 든 팬들이 만든 파란 물결이 응원석을 가득 채웠다. 삼성라이온즈 팬인 정지윤(여·30)씨는 2013년 10월 31일 한국시리즈 6차전 삼성라이온즈와 두산베어스 경기를 관람하던 중 3루 쪽으로 넘어오는 파울볼에 맞아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 위치 덕분에 재미있는 응원 구호들도 등장한다. 삼성라이온즈가 선수가 타석에 들어설 때면 '푸르지오로'라는 응원 구호는 팬이라면 익숙한 단어다. 대구시민운동장 뒤에 위치한 푸르지오 아파트 쪽으로 야구공을 넘겨 홈런을 만들어달라는 팬들의 간절한 외침이었다.
'스포츠용품점' '북성로' 등도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과 함께 삼성라이온즈 팬들의 추억의 장소다. 경기장 앞에 자리잡은 다양한 스포츠용품점은 야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스포츠용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또 20분 거리에 떨어진 북성로는 야구 경기가 끝난 날이면 삼성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은 팬들로 가득했다.
2003년부터 삼성라이온즈 팬인 장호준(35)씨는 "어린 시절 야구를 관람하고 앞에 있는 스포츠용품점에서 야구 배트, 글러브 등을 구입하는 경우들이 많았다"며 "성인이 되고는 야구 경기 후 북성로 불고기 집에서 지인들과 그날 경기에 관해 이야기하며 야식 겸 술잔을 기울이던 게 낙이었다"고 했다.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마지막 시즌인 '2015 타이어뱅크 한국시리즈' 삼성- 두산 경기에서 삼성팬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영남일보 DB> |
지난 2011년 4월 삼성라이온즈와 두산베어스 경기 중 야구장이 정전되는 일도 있었다. <영남일보 DB> |
김모(여·31)씨는 "마지막 경기 표를 구하려고 PC방까지 가서 티켓을 구하기도 했다. 팬의 마음으로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의 마지막 경기는 꼭 봐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것도 있었다"며 "마지막 경기를 보고 나올 때 무언가에 울컥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가장 낡고 시설이 좋지 않은 야구장이라는 불명예가 있었지만, 나에게는 추억이 많은 소중한 공간이었다"고 했다.
이달 초 찾은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은 리모델링을 통해 내·외야 관람석을 철거하고 덕아웃불펜을 새로 조망했다. 정지윤기자 |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사라져가는 대구경북 삶의 기록'은 대구경북의 사라지거나 희미해져 가는 생활·문화 등을 기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2월 28일 아쉬운 소식을 전한 한양가든, 이번에 소식을 전하는 '사라지는 전통시장' 관련한 추억과 사진, 이야기 들이 있으신 독자분들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쩔수 없이 사라져 가는 삶의 현장들에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추억과 기억을 독자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시즌1>은 이번으로 마무리 하고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내에 <시즌2>로 돌아오겠습니다. 새로운 시즌에서 함께 기억하고 싶은 추억, 기록하고 싶은 삶의 현장이 있으신 분은 이메일(yooni@yeongnam.com)로 연락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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