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라도 확실하게' 7년…의성 청년유입정책 마침내 빛본다

  • 마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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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19  |  수정 2023-04-19 07:23  |  발행일 2023-04-19 제10면

늦더라도 확실하게 7년…의성 청년유입정책 마침내 빛본다
도시와 지역의 청년 예술가 그리고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공간인 '안성예탕'의 김현주 대표. <의성군 제공>
늦더라도 확실하게 7년…의성 청년유입정책 마침내 빛본다
청년허브센터입주사업을 통해 의성에 정착한 '오밀조밀' 대표 이서연씨가 갓 구워낸 빵을 보여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의성군 제공>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1970년대를 전후해 언론을 통해 흔히 접했던 말이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남아선호 사상을 경계하기 위한 캠페인의 핵심 문구였다. 저출산에 따른 급격한 인구감소로 국가의 존립마저 우려되는 현재와 비교하면 말 그대로 상전벽해다. 특히 청년 인구 유출로 경제활동 인구가 급감한 농촌의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말이다.

농업을 주력산업으로 하는 지방 소도시라면, 공통으로 가지는 문제가 저출산과 고령화다. 이 두 악재가 뒤섞이면서 지방소멸이라는 급박한 위기에 처했다. 경북 의성군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의성군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인구 소멸에 대응하는 방식이 다른 지자체와 달랐기 때문이다.

◆구조적 문제 개선에 주력

현재 의성의 인구 구조는 역피라미드형이다. 고령화 비율이 44%에 이르는 인구감소 고위험군에 속한다. 하지만 김주수 의성군수를 중심으로 한 공무원들은 인구 증가를 위한 단기적 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구조적 문제 개선에 노력했다. 밝은 미래를 위한 현실성 있는 정책 도입 및 추진을 통해 다소 늦더라도 근본적 해결책을 찾으려는 것이다.

실제 농촌 소도시 지자체의 역량으로는 한계가 있는 인구 감소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점 개선에 적극 나섰다.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중·장년층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청년 유입을 비롯한 다양한 인구 증가 정책을 추진한 것이 좋은 예다. 사업에 착수한 지 7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구체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눈앞의 성과보다 멀리 내다본 의성군의 행보는 청년인구 유입을 위한 법적 절차를 만든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책 추진에 앞서 법적 토대 마련에 착수해 '의성군 청년발전 기본조례' 제정을 시작으로 청년정책전담팀을 신설했다. 또 미래 의성을 이끌어갈 청년리더 육성을 위한 청년리더 아카데미 운영에 주력했다. 매주 청년을 대상으로 지역·문화·경제 등에 관한 강연을 포함한 교육과정을 거친 교육생들은 현재 군내 주요 기관·단체 등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인구 증가 정책에서도 희소식이 있었다. 청년의 활동 기반과 교육·네트워크 구축, 청년창업 지원 등 복합적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이웃사촌 시범마을사업'에 선정됐다.


중장년보다 청년유입에 초점
청년발전 기본조례부터 제정

청년리더아카데미 운영 주력
이웃사촌시범마을 사업 선정
7→18개 읍·면 전역으로 확대

스마트팜 아카데미 과정 개설
올해 17명의 청년 창업 준비

청년허브센터 입주사업 통해
창업과 예술가 활동무대 제공

안계면에 청년복합문화센터
금성면엔 청년문화거리 조성



◆이웃사촌 시범마을의 큰 성과

청년에게는 더 많은 기회를, 지역에는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한 이웃사촌 시범마을사업은 많은 성과를 냈다. 안계면을 중심으로 서부권역(7개면)에서 추진했던 이 사업은 현재 군 전역(18개 읍·면)으로 확대돼 지역 청년정책의 고도화에 한몫하고 있다.

이 사업은 청년이 지역 주민과 어우러질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생활여건 개선 △마을공동체 강화 △일자리 창출 △주거단지 조성 등을 목적으로 한 예술가일촌맺기·청춘구행복동·의성샛별탐사대·잇는살롱 등의 사업을 추진했다.

청년에게 일자리도 제공하는 이 사업에는 140명의 청년이 신규창업(95개팀)으로 참가했다. 청년에 대한 창업 지원과 경제적 자립 기반 마련은 물론, 비청년 창업가와 지역청년 창업가의 자생력 강화를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이를 위해 △창업교육 및 컨설팅 △역량강화 지원 △창업 네트워크 등 창업주기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귀농·귀촌 청년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농업을 시작하는 청년에게 가장 많이 부족한 것은 자본이다. 이에 군은 초기 창업 기반 조성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한다. 또 선진 농법을 익히기 위한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스마트팜 아카데미 과정이 대표적 사례다. '스마트팜 딸기 아카데미' 과정은 지난 1년간 총 800시간의 교육과정으로 진행됐다. 아카데미의 체계적인 이론과 실습을 통해 현재 26명의 청년이 창업해 지역에서 고품질의 스마트팜 딸기를 생산하고 있다. 올해는 17명의 청년이 창업을 준비 중이다. 이 성공사례가 알려지면서 2년 전부터 다른 지자체와 기관에서 스마트팜 기법을 활용한 선진농업 시설과 운영현황 등을 벤치마킹했다.

이와 함께 청년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청년복합주거시설(안계면 금수장여관 리모델링)을 운영 중이며, 청년 출산 지원을 위한 출산통합지원센터 개소와 장난감 대여, 놀이방, 체험교육 서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원스톱으로 제공하고 있다.

◆여성과 청년 예술가에게도 주어진 기회

청년허브센터입주사업에 참가하는 게 계기가 돼 경기도에서 내려와 의성에 정착한 이서연씨는 "의성군이 추진하는 청년정책에 합류하면서 평소 생각하던 것들을 하나씩 현실로 만들어가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역에서 유일한 비건빵집 '오밀조밀'을 창업했다. 쌀을 베이스로 한 메뉴들이 더해진 '건강 빵집'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그는 "채식은 단순히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아니다. 디저트로도 채식을 할 수 있고, 그것만으로도 비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또 "이 사업을 꼭 성공시켜 더 많은 청년이 도시를 벗어나 다양한 도전을 하는 본보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도시 청년 예술가와 지역 청년 예술가가 만나는 '안성예탕'이다. 목욕탕을 리모델링한 이 공간은 주민과 연계한 행사를 여는 등 다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술작가이기도 한 김현주 대표는 "안성예탕이라는 전시관을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리도록 노력하겠다. 이를 바탕으로 의성 출신이거나 의성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발길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년정책 고도화 실현

지역 농·특산물을 활용한 청년창업의 길도 모색하고 있다. 청년의 외식분야 창업의 활성화와 함께 청년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로컬푸드 및 밀키트식품 판매시설 운영,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한 전 단계 사업으로 서부지역 거점인 안계면을 중심으로 한 청년복합문화센터 조성에 총 46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또 동부지역 거점인 금성면에는 워케이션 기능의 청년복합문화센터인 '금수장 2호 청춘샛별맨션'을 조성한다. 군은 센터 주변 거리를 '청년이 숨 쉬는 문화거리'로 조성해 청년 거점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주수 군수는 "청년이 정착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주거, 육아, 생활여건 등 전반적인 인프라를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의성의 청년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경북의 지방소멸 문제에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창훈기자 topg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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