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후 커피를 마시는 풍경은 어느새 자연스러운 문화가 되었다. 커피는 고대 전쟁과 관련이 있다. 유시민 작가의 '유럽 도시 기행2'에서는 이스탄불 커피는 음료로, 빈의 커피는 음식으로 비유되고 있다. 취향에 따라 우유나 초콜릿·생크림·아이스크림을 섞거나 독한 술을 첨가해 마시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우유와 바닐라 향을 첨가한 바닐라라테를 즐겨 마신다.
한국에 원두향이 전해지기 시작한 것은 19세기다. 선교사들의 요청으로 '가배'가 처음 들어온 이후로 이들이 마시기 시작하면서 점점 번져나갔다고 했다. '가배'라는 이름을 달고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신문에 커피 광고가 처음으로 소개된 날은 1896년 9월15일 독립신문에서 그 기록을 찾을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카페와 같은 곳을 그 시대에는 '끽다점'으로 불렀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날은 1909년 10월26일로 기억한다. 그는 그 이듬해 공판에서 회상한다.
'거사 당일 이른 아침 7시에 하얼빈 정거장에 도착하여 끽다점에서 휴식을 하면서 차를 마시고 이토의 도착을 고대하며….'(황성신문 1910년 2월15일)
거사 준비를 마친 안중근은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서 많은 생각에 잠겼을 것이다. 끽다에 앉아 있었던 그의 나이는 불과 31세였다. 이 책을 쓴 저자도, 거사의 성공을 기도했던 안중근 의사도 어떤 세계에 집요하게 빠져 있는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스타벅스가 점령하지 못한 커피 강대국 에티오피아처럼 나라를 지키기 위해 커피를 마시며 결의를 다졌던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에 꾸역꾸역 슬픔을 삼켰다.
산업혁명 이후 바쁜 노동자들의 간편한 아침 식사 대용품이 되었지만 이전까지는 귀족·부유층이 즐기는 사치품에 불과했다. 커피가 일상 속에 음료로 자리를 잡은 시기가 바로 이때였다. 커피 몇 잔 가격으로 커피 역사의 호사스러움을 누리게 해준 책이다. 주말을 앞두고 내리는 비에 커피 한 잔이 더욱 간절해진다. 식민지 조국의 국민이라는 설움을 곱씹으면서 오늘은 따뜻한 아메리카노로 정했다.
이향숙〈새마을문고 대구시지부 이사·(사)산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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