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도산면 올해 출생 1명뿐…마을 청년회 65세가 막내 격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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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20 07:13  |  수정 2023-11-09 15:19  |  발행일 2023-07-20 제4면
[대한민국 대전환, 지방시대 .Ⅰ] 대구경북 소멸보고서
도산면, 24개 읍면동 중 최근 10년새 인구 감소폭 가장 커
"집·토지 마련에 최소 3억원…귀촌 늘리기 사실상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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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도산면에 1명 출생신고 됐는데 작년에 어르신 50명이 돌아가셨어." "1명이 있는 것도 용하지." 안동시 도산면 시골 마을의 이장과 노인회장이 나눈 대화다.

안동 시내에서 차를 타고 30여 분 걸리는 거리에 있는 도산면. 주민들은 '선비의 고장'이라는 자부심을 품고 산다. 도산서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고, 퇴계 이황 선생이 태어난 퇴계태실, 선비 순례길 등 명소들이 즐비하다.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역인 셈이다.

관광객들이 보는 도산면은 일부에 불과하다. 한 발짝 깊숙이 들어가면 전형적인 농촌의 풍경이 펼쳐진다. 주민들은 벼농사부터 콩, 담배, 고추, 무, 배추 농사 등을 짓는다. 특수작물로 수박이 재배되기도 한다.

겉으로는 관광도시, 평화로운 농촌처럼 보이지만, 사실 내부적으로는 곪아가고 있다. 도산면은 안동시 24개 읍면동 중 최근 10년 인구 감소 폭이 가장 큰 지역이다. 2013년 1천957명이었던 인구는 지난 6월 기준 1천476명으로 24.6%나 줄었다. 올 들어 6월까지 출생 신고된 아이는 단 한 명. 반면 세상을 떠난 사람은 17명에 달한다. 지난 3월엔 온혜초 병설 유치원이 휴원 상태로 전환됐다. 유치원을 운영하려면 원아가 최소 2명은 돼야 하는데, 그 기준마저 유지가 안 된 탓이다.

지난 11일 도산면 온혜1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박재규(65)씨는 8년 차 이장이자 청년회 회원이다. 노인복지법이 정하는 '노인' 기준 나이는 만 65세이지만, 전체 주민 67명 중 70세 이하가 10명이어서 막내를 가까스로 벗어났다. 노인회 평균 연령은 77세 정도이다. 마을 행사 동력은 청년회이기 때문에 박씨는 청년회원 10명과 영원히 청년회를 함께 하기로 결의(?)했다. 박씨는 "이장을 맡은 이후 어르신 열두 분이 돌아가셨다"며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어르신이 거의 안 계실 텐데 마을이 사라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

온혜1리 노인회장 이수정(80)씨는 인구 유입이 없는 현재 상황에 고민이 많다. "노인들이 기계를 못 만지니까 힘이 없어지니까 들 넓은 데 가면…. 황폐해질까 봐 걱정이지. 부녀회장 조동화(68)씨는 "젊은 사람은 아무래도 힘이 있어서 빠르고, 일손을 도와가며 할 수 있는데 어르신들은 자기 텃밭 정도 일하신다"고 거들었다.

동네가 고령화되면서 병원 접근성의 중요도는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다행히 도로 사정은 관광지가 인접해 나쁘지 않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해 시내로 나가는 과정은 꽤 험난하다. 어르신들이 동네 정류소에서 안동에서 가장 큰 종합병원까지 가려면 일일 배차 간격이 3차례인 버스를 이용해 시내로 나가서 환승해야 한다. 소요시간은 2시간 정도다. 승용차를 이용하면 30여 ㎞에 40분 정도 거리다.

온혜1리 주민들은 지금의 방식으로는 지방소멸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청년회장 권영연(59)씨는 "농사지어서 생활을 유지할 정도가 되려면 최소 1만평(3만3천57.9㎡) 이상 돼야 한다. 농기계도 있어야 한다"며 "이런 기본적인 여력이 있으면 사실 촌에 안 온다. 현실적으로 귀농 인구를 늘리기는 힘들다"고 짚었다. 또 "귀촌 역시나 땅 사야 하고 건물을 지어야 하니 최소 3억원은 들어간다. 웬만한 도시에서 생활할 수 있는 자금"이라며 "결국 빈집을 수리해서 저렴한 값에 쓸 수 있게 하는 식으로 주거 조건을 만들어줘서 귀향 인구를 잡아야 한다"고 했다. 박재규 이장도 "'이쪽 시·군 인구 뺏어 저쪽 시·군 인구 메꾸는 식'으로는 절대 시골 인구가 늘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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