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전환, 지방시대- Ⅰ. 대구경북 소멸 보고서] 1년에 한 명 태어날까 말까…아기울음 귀한 경북 시골마을

  • 서민지,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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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20 06:55  |  수정 2023-11-09 15:18  |  발행일 2023-07-20 제1면

"한 명도 용하지." 안동시 도산면 온혜1리 이수정(80) 노인회장의 말이다. 안타까움과 다행스러움이 섞여 있다. '한 명'은 올해 도산면 전체에서 출생신고 된 아기다.

안동은 경북도청이 자리한 행정중심도시이지만, 소멸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도산면은 소멸의 중심에 있다. 도산면은 안동시 24개 읍면동 가운데 최근 10년 인구 감소 폭이 가장 큰 지역이다. 올 들어 6월 현재, 출생신고 된 아이는 단 한 명인데, 17명이 사망했다. 65세인 도산면 온혜1리의 이장 박재규씨는 청년회 회원이다. 온혜1리 전체 주민 67명 가운데 70세 이하가 10명에 불과하다. 박씨는 "10년 뒤 마을이 사라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

경북의 시골 마을 곳곳이 이런 형편이다. 대한민국 지방의 서글픈 현실이기도 하다. 산촌인 영양과 어촌인 영덕도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양은 '3무(無)' 지역으로 통한다. 철도와 고속도로, 교차로가 없다. 영양군 석보면 화매 2리에는 도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마트가 아예 없다. 방치된 빈집도 많다.

화매 2리 인구는 4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반의 반으로 줄었고, 일할 사람조차 없다. 농번기에 베트남 등지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전체 일의 90%를 담당하고 있다.

영덕군 달산면에선 지난해 출생신고 된 아기는 한 명에 불과했다. 올해는 아기 울음소리가 아예 끊겼다. 일자리를 찾아 마을을 떠난 청년들이 세월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으면서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이다.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유입되는 인구가 없다.

지방의 인프라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인구가 줄면 자연스럽게 생활 인프라가 사라지고, 더 많은 인구가 도시로 나간다. 지방의 '소멸 방정식'이다. '먹고살기 힘들다' '낙후 지역'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도 소멸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대구에서 인구감소 지역으로 선정된 서구와 남구가 그렇다. 지난 4월 성신여대 데이터사이언스센터와 케이스탯 공공사회정책연구소, 충북대 국가위기관리연구소가 전국 184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사회안전지수(Korea Security Index 2023)'를 평가한 결과 서구가 가장 살기 나쁜 지역으로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남구는 157위로 하위 30개 지역에 포함됐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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