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끝은 또 다른 시작 (6) 항구도시를 가다 ② 시애틀…푸른 부두 너머 세이렌이 유혹하는 바다 잠 못드는 이들의 도시, 시애틀

  • 노진실
  • |
  • 입력 2023-08-18  |  수정 2023-08-18 08:25  |  발행일 2023-08-18 제11면
미국 북서부 주요 항구로 영화 촬영지 '인기'

100여년 전 캐나다行 골드러시 때 관문 역할

도시 전역의 낭만적 분위기에 여행자들 북적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끝은 또 다른 시작 (6)  항구도시를 가다 ② 시애틀…푸른 부두 너머 세이렌이 유혹하는 바다 잠 못드는 이들의 도시, 시애틀
항구도시 시애틀의 푸른 야경. 부둣가에 배들이 보인다.

시애틀을 배경으로 한 영화 '시절인연'의 한 장면. 시애틀 공항 입국심사대 앞에 뭔가 감추는 게 있는 듯 잔뜩 긴장한 모습의 주인공(탕웨이)이 서 있다. 그는 '연휴에 다들 LA나 뉴욕으로 가는데 왜 시애틀에 왔나'라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한다. "영화 때문이에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그 영화 너무 좋아해요." 낭만적인 영화라는 상대의 말과 함께 탕웨이는 시애틀에 무사히 입국할 수 있었다.

실제 입국심사에서 그런 답변을 하는 사람이 있겠느냐마는, 그 장면은 시애틀이란 도시를 잘 설명하는 인상적인 한 컷이었다. 영화와 시애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시절인연' 속 그 장면을 보고 혼잣말을 할지 모른다. '저 영화에선 탕웨이가 웃고 있군. 만추에선 웃지 못했는데.' 혹은 '저 영화에선 탕웨이가 밝고 화려한 색의 옷을 입고 있잖아. 만추에선 그러지 못했는데.' 탕웨이와 현빈이 나오는 김태용 감독의 '만추' 역시 시애틀이 주요 배경이 된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 도시에 가는 이유가 '영화' 하나뿐이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시애틀은 그런 도시다. 우리에게 익숙한 여러 영화에서 시애틀은 의미 있는 배경으로 등장했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도, 가슴 시린 사랑 이야기도 시애틀 길거리와 명소를 바탕으로 영화에 담겼다. 낮과 밤이 모두 아름답다는 점도 시애틀이 인기 영화 배경지가 된 한 이유일 것이다.

미국 북서부에 위치한 워싱턴주의 도시 시애틀은 대표적인 항구도시이기도 하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이른바 '클론다이크 골드러시' 때 금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이 시애틀 항구를 거쳐 갔다. 시애틀은 미국 북서부 끝쪽에 위치해 있어 여러 지역으로 가는 '관문'으로 통한다. 이곳 역시 시작과 끝이 공존하는 지역인 것이다. 캐나다와도 가깝고, 알래스카로 가는 크루즈도 탈 수 있다. 시애틀은 지금까지도 북미의 대표 항구도시로 꼽힌다.

바닷가에 접한 항구도시의 특성들이 시애틀 곳곳에 남아있다. 이 도시를 설명하는 데 있어 '바다'를 빠트릴 순 없다. 그 유명한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 해산물을 구경하고, 푸른 빛을 띠는 부둣가의 야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행객은 시애틀이 바다를 품은 도시라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시애틀을 상징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커피'다. 시애틀은 커피를 사랑하는 도시다. 한없이 맑고 쾌청하다가도 한 번씩 흐려지는 날씨는 저절로 커피 한잔을 찾게 만든다. 거리 곳곳에 있는 크고 작은 로컬 카페를 찾아 맛있는 커피 한잔을 하며 날씨가 다시 맑아지길 기다리는 것도 좋다. 도시 근교로 짧은 여행을 하면서 미국 북서부의 풍광을 마음껏 감상하는 것도 시애틀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반복되는 바쁜 일상에 치이고 이런저런 힘든 상황을 마주하다 보면, 문득 삶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한번쯤은 '가장 아름다운 배경'에 나 자신을 놓아두고 싶어진다. 그 순간만큼은 반짝일 수 있도록.

시애틀은 그럴 때 찾아가고픈 도시다. 항구도시의 분위기와 날씨, 도시를 이루는 색감이 특별하고도 멋진 배경을 만들어준다. 마치 내가 영화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처럼. 평소 일상에서 감추고 살았던 이야기를 그곳에선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비싼 낭만'이라 한들 무슨 상관이랴. 내 삶은 한번뿐인 것을.

위클리 기획 '끝은 또 다른 시작-항구도시'에서 소개할 두 번째 도시는 바로 '영화가 사랑한 도시' 미국 시애틀이다.

시애틀에서 글·사진=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