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끝은 또 다른 시작 (6) 항구도시를 가다 ② 시애틀…서늘하고 비 잦은 해안, 커피 전문점 성황…스타벅스 탄생한 곳

  • 노진실
  • |
  • 입력 2023-08-18  |  수정 2023-08-18 08:24  |  발행일 2023-08-18 제12면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끝은 또 다른 시작 (6)  항구도시를 가다 ② 시애틀…서늘하고 비 잦은 해안, 커피 전문점 성황…스타벅스 탄생한 곳
시애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앞에 있는 스타벅스를 찾은 관광객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작은 원 안은 시애틀에 있는 스타벅스 본사 건물 꼭대기 모습.
미국 워싱턴주의 시애틀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여러 지역을 오가는 중요한 관문이다. 시애틀은 도시 곳곳에서 항구도시의 특성과 매력을 만날 수 있는 '항구도시의 클래식' 같은 곳이다.

스타벅스 로고는 뱃사람 홀리는 님프서
상표명은 '모비딕' 항해사 이름서 따와

도시 곳곳 지적이고 창의적인 분위기
근교에 MS 등 세계적 기업 본사 입지

시애틀 상징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선
'플라잉 피시 쇼' 보고 생선 요리 맛봐야


미국 워싱턴주의 시애틀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여러 지역을 오가는 중요한 관문이다. 시애틀은 도시 곳곳에서 항구도시의 특성과 매력을 만날 수 있는 '항구도시의 클래식' 같은 곳이다.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끝은 또 다른 시작 (6)  항구도시를 가다 ② 시애틀…서늘하고 비 잦은 해안, 커피 전문점 성황…스타벅스 탄생한 곳
시애틀 전통시장에서 판매되는 해산물.
◆미국 북서부의 연안도시

미국 본토 북서쪽 끝에 있는 이 도시에서 태평양을 건너면 아시아에 닿을 수 있고, 북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캐나다가 나온다. 본토의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알래스카와도 상대적으로 가까운 편이다.

미국 북서부 연안에 위치한 입지적 특성 때문에 예로부터 시애틀은 미국의 대표적인 항구도시였다. 1890년대 이른바 '클론다이크 골드러시' 때 캐나다 북서부 클론다이크 지역으로 금을 찾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시애틀 항구를 찾았다. 그 시절 금과 꿈을 찾아 나선 많은 이들이 시애틀 항구를 거쳐 갔다.

현재까지도 시애틀항은 아시아 무역 등에 있어 중요한 위치에 있는 항구다. 바다와 항구는 시애틀의 도시 분위기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시애틀의 아침과 낮, 밤의 풍경은 미국 여느 도시들과 좀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바다가 아니었다면 나오지 못했을 색감을 도시 곳곳에서 뿜어낸다. 많은 이들이 시애틀은 낮만큼이나 밤이 아름다운 도시라고 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시애틀이 음악과 미술 등에 많은 영감을 제공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곳 역시 미국 다른 도시들처럼 총기사고 등의 고민을 안고 있지만, 그래도 도시 전역에 깃든 낭만적인 분위기는 끊임없이 여행자들의 발길을 시애틀로 불러모으고 있다.

시애틀은 바다와 접한 항구도시답게 다양한 해산물 요리로도 유명하다. 특히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주변에서 맛있는 해산물 요리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시애틀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시장은 현지인과 여행객들로 늘 북적인다. 시장에선 여러 가지 먹거리와 생활용품, 생화 등을 판매하는데, 상인들이 힘차게 생선을 던지며 '플라잉 피시 쇼'를 보여주는 생선가게가 특히 유명하다.

시장과 가까운 '파이크 플레이스 차우더'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클램차우더(조갯살 등을 넣어 끓인 수프)를 사 먹는 시애틀의 유명 맛집이다. 클램차우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집 수프를 한번 맛볼 만하다.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알려진 맛집이 아니면 어떤가. 도심을 걷다 무작정 'fresh northwest seafood'라고 적힌 식당에 들어가 게와 새우, 연어 등의 해산물 요리에 맥주 한잔을 곁들이는 모험을 해보는 것도 좋다. 시애틀에선 왠지 그래도 될 것 같다. 그 즉흥적인 선택이 뜻밖의 행운으로 이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시애틀에선 미국 북서부에서 나오는 맛있는 와인들도 만날 수 있다. 깔끔한 맛의 피노누아와 담백한 생선 요리는 최고의 궁합을 보인다.

시애틀이 세계를 향한 미국의 '관문'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도시 전반에 깃든 특유의 지적이고 창의적인 분위기 때문일까. 시애틀에서는 여러 세계적인 기업들이 시작되거나 본사를 두고 있다. 시애틀 근교의 레드먼드에는 마이크로 소프트의 본사가 있는데, 버스를 타고서도 충분히 가볼 수 있는 거리다. 여행자에게는 레드먼드도 꽤 매력적인 곳이었다. 레드먼드에서 여유롭게 산책을 하며 미국 북서부 지역의 풍광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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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개스 워크 공원을 찾은 사람들. 바다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커피 그리고 공원

시애틀은 그 유명한 브랜드 '스타벅스'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1971년, 스타벅스는 시애틀 바닷가 옆 시장(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인근에 처음 작은 매장을 열었다. 스타벅스 1호점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시애들의 명소가 됐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소인 것에 비해 건물 외관은 아주 소박하고 단순하다. 전 세계에 많고 많은 것이 카페이지만, 사람들에게는 작고 오래된 스타벅스 첫 매장이 그토록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공간인 것이다.

혹자는 세계적인 커피전문점이 시애틀에서 탄생한 것과 브랜드 이름·로고가 '바다'를 담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시애틀이라는 지역이 가진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스타벅스의 '스타벅'은 하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에 등장하는 일등 항해사 '스타벅'에서, 로고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세이렌'에서 따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바닷가를 터전 삼아 일하는 사람들은 스타벅스에 들러 커피 한잔과 함께 잠시 몸을 녹이고 휴식을 취했을 것이다.

시애틀에서 스타벅스 등 커피 전문점이 성황을 이룬 이유를 '기후'에서 찾기도 한다.

"시애틀은 아열대고기압대가 물러가면 습윤한 편서풍이 그 공백을 메워 늦가을부터 늦봄까지 서늘하고 비가 잦습니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시애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차를 찾게 되죠. 차 수요가 있는 곳이라면, 커피 수요 역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 만약 시애틀이 덥고 건조한 기후였다면, 스타벅스의 탄생 역시 장담할 수 없었을 겁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지리적 관점에선 지극히 합리적인 추론인 셈입니다."(스타벅스 지리 여행·최재희·북트리거)

시애틀에는 스타벅스의 본사도 있다. 붉은 건물 꼭대기에 스타벅스의 로고가 크게 있어서 '여기가 스타벅스 본사'라고 알려주는 듯한 건물을 찾아가면 된다. 본사에 있는 매장에서는 다양한 커피뿐만 아니라 와인 등 간단하게 술도 맛볼 수 있다. 이곳 역시 시애틀 현지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관광객이 꾸준히 찾고 있는 곳이다.

시애틀의 또 다른 특징은 도시에 유난히 공원이 많다는 것이다. 도심 곳곳에서 쉽게 숲과 호수를 만날 수 있다는 게 이 항구도시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야경으로 유명한 케리 공원과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그린 레이크 공원, 역시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는 개스 워크 공원(Gas Works Park) 등이 있다. 만약 시애틀에 갈 일이 있다면 꼭 그린 레이크 공원 호수를 따라 한 바퀴 걸으면서, 중간중간 작은 숲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해보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 것이다.

시애틀에서 글·사진=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시애틀이 배경 된 영화
만추·시절인연…안개처럼 여운 깊은 사랑 이야기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끝은 또 다른 시작 (6)  항구도시를 가다 ② 시애틀…서늘하고 비 잦은 해안, 커피 전문점 성황…스타벅스 탄생한 곳
영화 '만추'의 한 장면. 〈영남일보 DB〉
시애틀은 영화가 사랑하는 도시다. 많은 영화가 시애틀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도시가 주는 분위기 때문일까. 유독 사랑을 다룬 영화가 많다. 그것도 가벼운 풋사랑이 아니라 깊고 깊은 사랑이다.

시애틀이 주요 배경이 된 영화로는 톰 행크스와 메그 라이언이 나온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탕웨이와 현빈이 주연한 '만추', 역시 탕웨이가 나오는 '시절인연' 등이 있다.

로맨스 영화의 고전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제목부터 시애틀이 들어간다. 미국 서부 끝 시애틀에 사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는 남자 샘과 동부 끝 볼티모어에 사는 여자 애니가 보여주는 기적 같은 러브스토리를 담은 영화다. 영화 속에는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과 스페이스 니들 등 시애틀을 상징하는 장소들이 인상 깊게 등장한다.

시애틀이 배경이 된 또 다른 영화로 김태용 감독의 '만추'가 있다. 시애틀행 버스 안에서 우연히 만난 애나와 훈의 이야기다. 늘 덤덤하던 애나가 처음으로 격정을 내보이거나 둘의 사랑이 깊어지는 공간을 시애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영화의 명대사도 시애틀의 날씨와 관련된 것이다.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인 만추는 시애틀의 안개 같은 영화다. 탕웨이의 트렌치코트와 함께 화면 가득 쓸쓸함을 자아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져나오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든다.

탕웨이의 또 다른 영화 '시절인연'도 시애틀이 배경이다. 이쯤 되면 탕웨이는 시애틀과 참 인연이 많은 배우 같다. 탕웨이의 분위기가 시애틀이란 도시와 유난히 잘 어울리기 때문일까. 시절인연도 늦게 깨닫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처한 환경은 참 난감하다. 그래도 시애틀의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항구의 풍경, 예쁜 공원 등 사랑스러운 모습을 가득 담고 있어 시애틀을 여행하듯 볼 수 있는 영화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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