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닭 울음소리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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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24  |  수정 2023-08-24 06:59  |  발행일 2023-08-24 제23면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라는 말은 민주화운동 초기 1979년, 김영삼 당시 국회의원이 의원직 제명 파동 때 사용한 이후 유명해졌다. 이솝 우화의 원래 뜻은 이게 아니었다. 어느 부잣집 하인이 날이 밝을 때마다 일어나 일을 해야 하는 게 싫어서 새벽이 오지 않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닭이 울면 새벽이 온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집에 있던 닭의 모가지를 전부 비틀어 놓고 잤다. 하지만 당연히 새벽은 밝아왔고 닭을 죽인 데 대한 꾸지람만 들었다. 특히 주인은 잠이 적은 노인으로 닭이 없어지자 오히려 더 빨리 일어나라고 깨우는 바람에 고생이 심해졌다. 닭과 새벽은 논리적 관계가 없는데 애꿎은 닭만 희생시켰다는 어리석음을 빗댄 교훈이다.

얼마 전 펜션을 운영하는 지인이 스트레스로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는 등 닭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인근에 전원마을이 들어서면서 목가적인 삶을 꿈꾸는 입주자가 펜션 바로 옆에 텃밭을 일구고 닭장까지 만든 탓이란다. 새벽마다 울어대는 닭들은 저녁이나 낮에도 목청을 뽐냈다. 밤늦게 놀다가 잠든 투숙객은 물론 이들의 뒷바라지까지 끝내고 더 늦게 쉴 수밖에 없는 펜션 주인은 손님들의 불만까지 겹쳐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닭 주인에게 요구해도 안 되고 행정기관에 호소해도 해결이 안 돼 좋은 방법이 없느냐고 문의한 것이다.

내가 사는 시내에도 몇 집 건너 이웃에 닭을 키우는지 새벽 5시쯤부터 닭 울음소리가 줄기차게 들린다. 여름철 문을 열어놓을 수밖에 없어 시끄러운 것은 당연하지만 이웃 간에 닭을 없애라는 말을 꺼내기도 쉽지 않다. 그저 날이 추워져 문을 닫고 사는 계절이 빨리 오기를 기다린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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