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설공찬전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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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04 12:46  |  수정 2023-10-04 13:31  |  발행일 2023-10-05 제23면

"채수선생 설공찬전 ~/ 우리 최초 한글소설 ~ / 바른 정신 이어받은 ~" 박찬선 낙동강문학관(경북 상주시) 관장이 노랫말을 짓고 기타리스트 박용범이 곡을 붙인 '설공찬가'다.
설공찬전은 언관(言官) 출신 채수가 지은 최초의 국문번역본 소설이다. 벼슬을 버리고 이안면에 내려온 채수는 이안천변에 쾌재정을 짓고 독서와 풍류로 지내면서 1511년에 설공찬전을 지었다.
작품 내용은 주인공 설공찬의 혼령이 전하는 저승 소식으로, 그 안에 '반역으로 정권을 잡은 사람은 지옥에 떨어진다'거나 '여성이라도 글만 할 줄 알면 얼마든지 관직을 받아 잘 지내더라'는 대목이 들어있다. 전자는 연산군을 축출하고 집권한 중종에 대한 비판이라 할 수 있는데, 중종반정 공신인 채수가 그 정권을 비판한 것이어서 의아한 느낌을 준다. 연산군의 폭정에 반대하여 중종의 반역에 가담하였으나 중종의 정치 역시 자신의 뜻과 달라 소설을 통해 비판한 것이라 풀이되기도 한다. 후자는 남녀 차별이 심한 조선의 사회체제를 꼬집은 것이라 하겠는데, 이런 이유로 임금과 사림에 의해 한문으로 된 설공찬전은 우리나라 최초의 금서(禁書)가 되고 불태워져 모두 없어졌다.
소설의 배경인 전북 순창군은 설공찬전 기념관을 짓고 중견작가를 통해 미완성된 부분을 채워 새로이 책을 냈으며, 뮤지컬 공연도 하고 있다. 반면 소설의 본향인 상주시에서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다행히도 지난해부터 낙동강문학관이 함창-이안 지역 학생들과 함께 '단재 채수선생 설공찬전 문화제'를 열어 체면을 세워가고 있다. 설공찬가는 오는 20일 열리는 문화제에서 시가 행진가로 불린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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