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정국(靖國)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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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25 06:39  |  수정 2023-10-25 06:47  |  발행일 2023-10-25 제27면

정국(靖國). 사전적 의미로 '어지럽던 나라를 태평하게 함'이며, 일본 말로는 '야스쿠니'다. 경북 상주시 화북면 노인회와 유도회는 20여 년 전 장암리 청화산 등산로에 정국기원단(靖國祈願壇)을 세웠다. 한민족의 정기가 흐르는 백두대간 마루금에 '나라가 평온하기를 기도하는 단'을 설치한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누군가 '마운틴벨리'라는 필명으로 정국기원단 비석 전면을 '개일본(犬日本)'이라는 붉은 글씨로 덮어 버렸다. 그는 기원단 옆에 '정국은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하지 않으며, 일본 야스쿠니 신사를 뜻하는 것이다. 일본의 쓰레기 같은 유물이 남아 있는 것이 안타깝다. 철거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걸어 놓았다. 화북면의 노인회와 유도회를 무식한 매국단체로 매도한 것이다.

한자는 우리나라에서 먼저 쓰다가 일본에 전해졌다. 정국이라는 단어 역시 야스쿠니 신사가 생기기 수백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좋은 뜻으로 쓰였다. 화북면은 일제 강점기에 자주 만세운동을 벌인 곳으로 유명하다. 3·1운동 직후 마을 주민 100여 명이 만세운동을 펼치다 일본 헌병이 출동하자 문장대까지 올라가 투석전을 벌이면서 끝까지 항거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노인회와 유도회는 운강 이강녕 선생을 비롯, 지역의 항일 의사 14명의 넋을 해마다 기리는 행사를 연다. 이들 단체는 항왜의 피가 흐르는 애국 단체다.

화북면 사무소 직원들은 최근 마운틴벨리가 어쭙잖은 지식으로 훼손한 정국기원단을 정비하고 옆에 올바른 설명을 적어서 걸어 놓았다. 어설픈 지식의 표출로 상처를 입었을 화북 지역 어른들께 위로가 되길 기대한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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