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끝은 또 다른 시작 <6> 항구도시를 가다 ③ 대만 가오슝 (1)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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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03 07:48  |  수정 2023-11-03 08:06  |  발행일 2023-11-03 제11면
도시와 바다, 생활과 여행 공존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도시
황홀한 노을·남국의 나무 랑데부
해 지면 진짜 매력 드러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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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예술가에게는 저마다의 '특별한 장소'가 있다. 고갱의 타히티나 헤밍웨이의 쿠바 혹은 키웨스트처럼. 굳이 위대한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각자에게 영감과 휴식을 제공해주는 '나만의 장소' 한두 곳은 있을 것이다. 그곳이 국내든, 국외든. 언제든 훌쩍 짐 싸 들고 찾아가 내가 숨을 수 있는 그런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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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슝 치진섬의 바다.

대만 가오슝을 여러 번 찾고 나서 나는 이곳이 '쉼'이 필요한 누군가의 휴식처가 될 조건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심에서 비교적 쉽게 찾아갈 수 있는 해안가 마을, 조용한 산책로와 끝이 없는 바다, 독특하고 신비로운 자연, 무엇보다 익숙한 언어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환경…. 일상 속 짧은 휴식처로 삼기에 괜찮아 보였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속 시끄럽지 않은도시가 어디 있겠느냐만은, 그래도 가오슝은 삶에 지친 사람들이 잠시 머무르기에 좋은 곳 같았다.

대만 남서부에 위치하고 있는 가오슝은 대만의 대표적인 항구도시다. 모던한 대도시의 모습과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다채로운 매력의 도시다.

오랫동안 항구, 그리고 바다는 이 도시의 중요한 일부였다. 가오슝 곳곳에서는 항구도시의 풍광과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도시는 바다와 함께하고 있다. 사람들은 언제든 쉽게 바다를 찾아갈 수 있다.

멀끔하게 잘 단장한 대도시의 이면에 '날것'같은 자연의 모습이 살아있는 이 도시는 때로는 역동적이고 때로는 정적이다. 또 때로는 화려하고 때로는 소박하다. 때로는 단정하고 때로는 풀어져 있다. 그래서 가오슝은 쉽게 지겨워지지 않는다. '뻔하지 않다'는 것, '쉽게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은 사람은 물론 도시에도 큰 매력일 것이다.

가오슝의 진짜 매력은 해가 지기 시작하면 드러난다. 바다 근처에서는 아름다운 석양을 만날 수 있다. 해안에 접한 가오슝 시즈완이나 치진섬의 바다는 저녁이 다가오면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황홀한 색의 노을로 물든다. 이름도 모르는 남국(南國)의 나무들이 노을과 어우러진 모습은 참 감미롭다. 어쩔 땐 너무 아름다워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가오슝의 하루는 길다.

이 도시에선 낮이 끝났다고 하루가 다 끝난 것이 아니다. 끝은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진다. 해가 지고 난 후 가오슝에선 낮보다 활기차고 매력적인 밤이 시작된다. 늘 시간이 부족한 여행자에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오슝에선 굳이 명소가 아니라도 사람들의 '생활' 그 자체가 여행지다.

위클리 기획 '끝은 또 다른 시작-항구도시'에서 말레이시아 믈라카, 미국 시애틀에 이어 세 번째로 소개할 도시는 바로 대만 가오슝이다.

가오슝에서 글·사진=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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