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백골서명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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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12 14:52  |  수정 2023-11-12 15:04  |  발행일 2023-11-13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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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조선시대에는 후기로 갈수록 관리들의 부정부패가 심해졌다. 19세기에 이르러 백성들에 대한 수탈이 극대화되자 홍경래의 난·임술농민항쟁 등 크고 작은 항쟁이 여기 저기서 일어났다. 이 시대 대표적인 부패가 삼정의 문란이었다. 농지에 세금을 메기는 전정(田政), 군복무 대신 군포를 내는 군정(軍政), 춘궁기에 곡식을 꿔 주고 추수기에 돌려 받는 환정(還政)은 부패관리들에 의해 백성을 수탈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

 

이 중 군정에서는 본인이 도망갔거나 포를 낼 능력이 없으면 이웃이나 마을 사람들에게 공동으로 책임지게 하고, 갓 태어난 어린애에게도 의무를 지게했다. 악랄한 관리는 이미 죽은 사람에게까지 군포를 징수하였다. 이를 백골징포(白骨徵布)라했다.


요즘 강영석 상주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청구인 서명부가 일반에 열람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어이없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본인도 모르는 서명이 허다하고, 동일 필체의 서명이 무더기로 나타났으며, 면장 부부의 가짜 서명부가 나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병원 중환자실에 장기 입원해 있거나 알코올중독으로 몇 년째 입원치료 중인 사람의 서명도 발견됐다. 심지어 이미 사망한 사람의 서명도 드러났다. 백골서명(白骨署名)이다.


이런 사례들은 본인이나 관계자들에 의해 경찰에 고소됐다. 그러나 주민소환법에는 이런 가짜 서명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서 사문서 위조 혐의로 고소됐다. 이는 가짜 서명이 아무리 많아도 그 각각의 서명부가 무효가 될 뿐 전체 서명부의 신뢰도나 법적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는 의미다. 즉 가짜 서명이라도 걸러지지만 않으면 시장 탄핵의 힘을 갖는다. 전체 서명부에 대한 진위(眞僞) 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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