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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수 경북본사 부장 |
10월6일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 동안 서울역 스마트워크센터 회의실에서는 교육부, 환경부, 산업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소속 국장 6명과 민간위원으로 위촉된 교수 등 4명이 수도권 규제와 관련한 5건의 안건을 의결했다. 이들은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실무위원들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화단지 조성사업(변경)안'도 수정 의결되면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의 비(非)수도권 기업 입주가 사실상 허용됐다. 구미 반도체특화단지 등 대구·경북 반도체 산업을 위기로 몰아넣는 순간이었다.
수도권정비실무위원회(이하 실무위)는 1983년 출범한 수도권정비위원회(이하 정비위)의 소위원회로, 수도권 규제와 관련한 사안을 정비위로부터 위임받아 안건을 심의·의결한다. 또 정비위에서 심의한 안건에 대해 검토·조정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실질적인 수도권 규제와 관련한 사안을 의결하는 기구인 셈이다.
정비위가 국토부 장관을 비롯한 각 부처 차관과 수도권 광역단체 부시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보니 현장 회의가 힘들어 실무위가 대부분의 안건을 처리한다.
올해 정비위 회의는 3월30일부터 4월4일까지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지정을 위한 공업지역 물량공급 계획안' 단 한 건, 그것도 서면 회의로 대체했다.
대신, 실무위는 올해 3월, 6월, 8월, 10월 4차례나 열려 20건의 수도권 규제 관련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문제는 수도권 규제에 대한 안건을 처리하는 실무위원들이 회의를 주재하는 국토부 차관과 8개 정부 부처 국장, 서울시·경기도·인천시 국장에다 민간위원 8명이라는 데 있다.
서울시·경기도·인천시는 수도권 규제를 조금이라도 더 풀려고 노력하는 지자체일 뿐 아니라 대부분 수도권에 생활 기반을 둔 국토부, 산업부, 국방부, 교육부, 행안부, 문체부, 농림부, 환경부 국장들 역시 수도권 규제에 목을 맬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나마 수도권 규제에 적극 나설 수 있는 민간위원(교수·연구원 등) 또한 8명 중 3명은 수도권에 적을 두고 있다. 지방에 적을 두고 있는 민간위원 5명 중 대구·경북 인사는 한 명도 없다.
수도권 규제와 관련한 안건이 재적 위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으로 처리되는 점을 감안하면, 현 시스템의 실무위에서 수도권 규제에 대한 강도 높은 심의가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실제, 실무위에서 올해 심의한 수도권 규제 관련 안건 20건 중 수정의결과 조건부의결 각 1건씩을 제외하곤 나머지 18건은 모두 원안의결 됐다.
지난달 4일 열린 실무위 회의록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화단지 조성사업안'에 대해 민간위원이 '비수도권에 있는 공장을 차츰 수도권으로 옮기는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경기도 관계자는 "산업단지 관리 기본계획에 해당 내용을 충분히 반영해 용인시에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입주 우선순위에 비수도권 소재 기업을 추가할 경우 해당 기업들의 무분별한 입주가 우려된다'는 질문에는 "해당 사업지구는 소부장 특화단지로 지정돼 반도체 관련 기업만 입주가 허용되기 때문에 비수도권 소재 기업의 무분별한 입주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답했다.
수도권 규제 강화를 위해 설치된 국토부 수도권정비위원회가 '수도권강화위원회'로 전락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임성수 경북본사 부장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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