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형의 스포츠와 인문학] 축구 명장들의 명언

  • 박지형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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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08 09:12  |  수정 2023-12-11 15:53  |  발행일 2023-12-08 제12면
"SNS는 인생의 낭비… 차라리 도서관에 가라" 실력만큼 통찰력도 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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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퍼거슨 연합뉴스

토트넘의 감독 '엔지 포스테코글루'는 얼마 전 벌어졌던 연고 라이벌 첼시와의 경기에서 1-4로 대패했다. 그는 자신의 팀 선수 2명이 퇴장 당한 이 경기의 후반전, '0-7-1'이라는 초유의 공격 축구를 선보였는데, 곧바로 이것은 수많은 전문가와 팬들에 의해 프리미어리그의 역사에 남을 명장면으로 평가되었다. 왜냐하면 퇴장 선수가 발생한 팀이 수비를 포기하고 공격 일변도의 전술을 가지고 가는 것은 보통의 축구 상식으로는 상상조차 힘든 일이기 때문이었다.

대패 속에서도 투지를 보인 것에 대해 홈팬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았던 포스테코글루는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다시 한번 세계의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다음에도 수적인 열세 속에서 이런 공격 축구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이것이 우리다. 내가 감독으로 있는 한 앞으로도 우리는 그럴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기자가 '타협의 지점은 없는가'라고 재차 묻자 그는 "우리 팀이 5명만 남는다면, 그때 생각해 보겠다"고 위트 있게 대답했다.

무뚝뚝하고 점잖은 우리네 감독들과는 달리 원래 유럽이나 남미의 축구 감독들은 기본적으로 '입담'이라는 스킬을 탑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과거 리버풀의 감독이었던 '빌 샹클리'의 명언을 한번 들어보자.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명언이 아닐 수 없다. 또 샹클리는 이런 재치 있는 말도 남겼다. "우리가 지고 있을 때나 비기고 있을 때 우리를 응원하지 않을 거라면, 이기고 있을 때도 우리를 응원하지 마라."

박지성의 스승으로 유명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명장 '알렉스 퍼거슨'도 이런 명언을 남겼다. "SNS는 인생의 낭비다. 차라리 도서관에 가라." 퍼거슨이 이 말을 했던 시기는 SNS가 막 등장하여 새로운 매체로 각광을 받고 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SNS가 현대 사회에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하자, 이 노감독의 명언은 그때마다 회자되며 '역시 퍼거슨'이라는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그의 숙명의 라이벌이었던 아스날의 감독 '아르센 벵거'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말재주꾼. 그의 명언 중 가장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것은 아마 이것일 것이다. "인생은 90분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

슬슬 이탈리아 쪽으로 넘어가 보면 전설적인 명장 '아리고 사키'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그는 프로 선수 출신이 아닌 감독으로 유명했는데, 당시 그의 고용을 반대하던 AC 밀란의 구단주가 "축구를 해본 적도 없는 자가 감독을 할 수 있겠느냐"라고 하자, 그는 바로 "기수가 되기 위해서 말로 태어나 볼 필요는 없다"라고 응수한다. 그는 뒤에 '존 프레스'(압박 축구)라 불리는 세계 축구 전술사의 혁명을 일으키며 또 다른 명언을 남겼다. "모든 플레이어가 제대로 뛴다면 밀란에는 골키퍼가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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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계의 명언 중에는 한국과 관련된 것도 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득점왕인 잉글랜드의 스트라이커 '게리 리네커'는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다. "축구는 단순한 게임이다. 90분 동안 22명이 공을 쫓다가 마지막에는 독일이 항상 승리한다." 전범국인 탓에 출전을 못한 1950년 대회 이후, 독일은 해당 발언이 나올 시점까지 월드컵에 개근하여 4회 우승, 최하 7위 이상의 성적을 기록한 압도적인 팀이었다. 그러나 2018년 러시아 카잔에서 독일은 대한민국에게 2-0으로 지며 16강 진출에 실패하게 되고, 리네커는 자신의 발언을 다음과 같이 수정하게 되었다고. "축구는 단순한 게임이다. 90분 동안 22명이 공을 쫓다가 마지막에는… 독일이 더 이상은 항상 이기지는 않는다. 종전에 내가 했던 말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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